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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귀신보다 무서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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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전쟁이 벌여졌던 올해 충무로는 그러나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상이었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관절을 꺾는 일본풍의 귀신들이 너무 많이 떠돌았고, ‘식스센스’류의 반전 강박증에 빠진 진부한 공포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신경 거슬리는 효과음 때문에 진땀이 났고, 호러적 상상력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여배우들의 치켜뜬 눈알 크기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막차를 타고 나타난 ‘알포인트’는 굵직한 남성 공포로 일단 충무로 공포영화판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손에 피 묻힌자, 돌아갈 수 없다
‘여고괴담’이 학교라는 폐쇄적 사회의 집단 공포를 모티브로 했다면, ‘알포인트’는 군대와 전쟁이라는 억압에서 발생되는 괴담을 소재로 했다. 각국의 병사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실종되거나 집단적으로 죽어나갔던 미스테리한 지역 알포인트. 이 곳에서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들로부터 구조요청 무선 호출이 날아온다.

최태원 중위(감우성)가 이끄는 9명의 소대원들은 실종된 대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라는 출동명령을 받는다. 대원들은 알포인트의 음산한 분위기와 밀림 입구에 서 있는 비문의 글귀 ‘손에 피 묻힌자, 돌아갈 수 없다’를 보고 꺼림칙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공포는 현실이 되어 병사들의 원혼이 대원들 주변을 떠돌고, 사라졌던 병사들처럼 대원들도 하나 둘 죽어간다.

‘알포인트’의 강점은 소재의 신선함이다. 여자들의 비명으로 뒤덮였던 올해 공포물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묵직한 이 호러물은 전쟁공포라는 한국영화사상 신 장르를 개척했다는 면에서 주목된다. 베트남전의 비인간성은 헐리우드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돼온 주제며, 공수창 감독이 각본을 쓴 ‘하얀 전쟁’과도 연결된다. 여기에 그의 또 다른 작품 ‘링’ ‘텔미썸딩’에서 드러난 공포 감각이 더해진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이 영화로 첫 메가폰을 잡은 공수창 감독은 제작단계부터 전쟁물과 공포영화 장르의 전형성에 새로운 시도를 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죄의식과 버림받은 자의 한
전쟁은 그 자체가 공포다. 이것이 ‘알포인트’의 핵심이다. 서로 영문 없이 죽여야 하는 피바다의 전쟁터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심리적 분열을 큰 줄기로, 낯선 땅에서 용병으로 죽어가야 했던 밑바닥 소시민들의 한이 공포의 배경이다. 그 한은 귀신이 되고 또 다른 귀신을 만들어낸다. 병사들을 죽이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귀신으로 상징되는 공포심과 죄의식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행위가 곧 자살이라고 영화는 강조한다. 나열해보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젊은이들이 이라크로 파병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캄보디아 올 로케로 담아낸 울창한 밀림과 음산한 식민지풍 대저택, 오랜 강행군으로 실제로 지친 듯한 배우들의 표정과 끈적이는 색감, 숨막히는 공간 등이 어우러져 공포의 현장성을 더한다. 번개가 칠 때마다 드러나는 묘지의 십자가들, 물 속의 시체더미들 등의 감각적인 비주얼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엽기적 장면이나 피범벅, 혹은 놀람효과 등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

하지만 잘 만들어진 비주얼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버림받은 병사들의 슬픔도, 서로를 죽여야 하는 끔찍한 상황도 무리 없이 묘사했지만 익히 보고 듣고 알고 있는 그 이상의 구체성이 없다. 전쟁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공포인지에 대한 남다른 성찰이 필요한 소재였는데, ‘알포인트’는 이 부분에서 미진하다. 인물들의 감정이 지극히 장르적 규칙성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깊숙한 공감은 어렵다. 학살당한 주민들의 한에 대해 언급은 있고 구체화는 부족한 것, 캐릭터들이 평범함만 강조되고 개성이 약한 점 등은 아쉽다. 감우성의 이미지 또한 매력적이지만 캐릭터는 특별하지 않다. 물론 인간군상을 상징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안배 배치하는 도식적 구조보다는 백배 훌륭한 선택이긴 하다. 밋밋한 캐릭터와 상투적 캐릭터 두 가지 모두를 피해야겠지만 어렵다면 전자가 낫다. 그런데 ‘알포인트’는 상투성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New Movie

삼인삼색·쓰리 몬스터
감독 : 박찬욱, 프루트 챈, 미이케 다카시/ 주연 : 이병헌, 강혜정, 와타나베 아츠로, 미라미


아시아에서 희귀한 개성으로 인정받은 3인의 감독이 각각 40분씩의 ‘중편’을 만들어 결합했다. 능력 있고 부유하고 착한 인기 영화감독이 어느날 괴한의 침입을 받고 아내의 손가락과 살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끔찍한 딜레마에 빠진다는 박찬욱 감독의 ‘컷’, 17년 전 죽은 쌍둥이 언니가 다시 찾아온다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박스’, 낙태한 태아로 만들어진 젊어지는 만두에 얽힌 인간의 탐욕을 조망한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3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다.



공항의 노숙자·터미널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주연 :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스탠리 투치


‘뉴욕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일단은 입구까지만…!’ 동유럽 작은 나라 ‘크로코지아’의 평범한 남자 빅터 나보스키. 뉴욕 입성의 부푼 마음을 안고 JFK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가기도 전에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바로 그가 미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됐다는 것.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뉴욕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빅터.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잠시(?) 머물 곳은 JFK 공항 밖에 없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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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