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동절기를 앞두고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환자가 증가하면서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35주차인 8월21~27일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3명이다.

동기간 기준으로는 2017년 4.8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는 같은 호흡기 전파 감염병으로, 증상도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 발열 등으로 유사해 증상만으로 구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유행 직후부터 동절기에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는 항상 제기돼왔다.
다만 국내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인플루엔자 유행이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이 강조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사적 모임 제한처럼 이동·접촉을 억제하는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제적 조치가 폐지됐고 개인위생 수칙 준수나 사회적 경각심이 후퇴한 상황이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교수팀이 지난 8월 발표한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준수율은 89.2%로 2021년 10월 92.6%에 비해 감소했고 밀집·밀폐한 다중시설 이용 삼가기 준수율도 같은 기간 94.3%에서 84.1%로 하락했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인플루엔자 유행이 발생하지 않아 자연 면역 획득 수준이 낮은 점도 올해 유행이 커질 수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사회활동이 증가하고, 2년간 인플루엔자 유행이 없어 면역 수준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 동시 유행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윈데믹이 발생할 경우 우려되는 대목은 의료기관을 통한 감염 확산이다. 코로나19 환자가 감기로 오인해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가 다른 환자 또는 의료진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호흡기 환자에 대한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확립이 돼있고 여전히 마스크는 쓰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현장에서는 환자의 구별이 어려울 수 있어서 의료체계에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마다 동절기를 앞두고 고위험군 대상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접종률이 어느 정도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은 따로 간격을 둘 필요없이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지만 이미 2년 사이 최대 4번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태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을 또 맞아야 하고 개량백신을 통한 5차 접종도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반복된 백신 접종으로 인해 인플루엔자 접종률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접종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