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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리콜 문화’ ‘리콜’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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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업체들의 ‘리콜’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리콜’은 보통 자동차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공산품과 식음료 등 전 품목으로 다양화, 확산화 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압력밥솥 폭발사건과 불량만두소 파문 등으로 일반 소비자 제품 리콜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결함이 있거나 불량 제품의 생산이 늘어서가 아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매체의 발달로 과거처럼 더 이상 제품의 흠을 감출 수가 없어졌고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영향력도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좋은 제품만을 선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서비스와 진심어린 피드백이 요구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리콜의 증가는 여전히 생산자의 소극적인 태도와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발적 리콜 품목은 증가, 건수는 미미








LG전자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직원이 '압력밥솥 리콜'을 하러온 고객에게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압력밥솥 폭발후, 대대적인 리콜 홍보를 통해 실보다는 득을 얻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면에서 최근 LG전자의 압력밥솥 리콜은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LG전자는 압력밥솥 폭발사건이 터지면서 전방위 리콜 홍보를 시도해 회수율 99%에 가까운 기록을 남겼다. LG전자는 유례없는 5만원의 리콜 보상금까지 걸었고, 신문 1면에 수십여 차례의 광고를 내고 방송 사상 최초로 황금 시간대인 저녁 9시를 전후해 리콜 홍보용 TV 광고까지 제작해 내보냈다. LG전자는 20여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반대로 이득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리콜 수준을 끌어올렸고 리콜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리콜은 제조업체가 제품의 결함을 발견했을때 생산 일련번호를 추적해 공개적으로 제품을 모으고 특별 점검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생명, 신체 및 재산상 손해를 본 경우 제조물책임제도(PL)가 적용돼 사후 보장제도까지 마련돼 있는 셈이다. 즉, PL상담이나 소송에서는 당사자만 구제받지만 리콜은 같은 번호의 제품을 산 모든 사람이 구제를 받는다.

우리나라 리콜은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우려가 있는 결함이 발견된 제품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단순 품질 결함에 대해서도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보호법에 리콜 규정이 마련된 이듬해인 1997년 13건에 그쳤던 리콜 건수는 74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자동차가 59건으로 특정분야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에는 식품과 공산품도 리콜 대상이었고 올해는 휴대전화용 모바일 게임과 극장 서비스 등 갈수록 품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리콜 건수는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기업의 흥망 좌우하기도

기업들은 리콜로 인한 비용지출을 우려해 꺼려한다. 최근 ‘소음이 심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무시해 온 국내 유명 MP3업체인 ‘레인콤’이 네티즌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고서야 리콜에 나서 기업 이미지 하락과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반면 LG전자는 적극적 리콜에 나서 추락할뻔한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적극적 리콜은 더 이상의 위기 확산을 막는 유용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기적 비용지출을 우려해 리콜을 어물쩡 넘어가려했다간 막대한 비용지출은 물론 장기간 쌓아온 기업이미지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업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업체들은 리콜은 제쳐두고라도 당국의 명령조차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중 식품류 중 쇳가루와 화학물질 등이 포함돼 회수명령을 받은 17개 품목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선진국에서는 리콜이 기업의 흥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소비자 중심구조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신뢰를 잃은 기업은 설 땅이 없다. 미국의 장난감 제조사인 빌드어베어워크숍은 지난해 1월 모두 8만여개의 곰인형을 리콜해 30억원의 부담을 떠안았다. 인형의 코가 떨어져 나가 어린이를 질식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세심한 배려로 소비자의 신뢰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는 소비자들이 2000년부터 제기한 불량부품 문제를 감춰오다 뒤늦게 불거지는 바람에 소비자의 신뢰는 떨어졌고 결국 판매부진으로 이듬해 다임러크라이슬러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소비자 리콜 호응도 낮아








미쓰비시 자동차는 불량부품에 대한 리콜을 늦춰오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결국 판매부진으로 이듬해 다임러크라이슬러에 경영권을 넘겼다.

리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문제다. 리콜한 제품은 큰 하자가 있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리콜을 실시해도 당장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호응률도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정작 리콜을 해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응해주질 않아 애를 먹는다고 불만을 터트린다.실제로 지난해 국산. 수입 자동차 업체들이 리콜을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이 이에 응해 시정된 경우는 대상 차량의 62.8%에 불과했다. 그것도 브레이크 결함 등 중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리콜을 응하고 에어백 제어프로그램 오류(50%)나 안전밸트 고정 결함(51.7%) 등 만일에 대비한 리콜은 시정률이 낮았다.

선진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리콜을 많이 하는 기업을 격려하고 있으며 리콜 호응도도 적극적이다. 강제리콜 명령 기준도 명확하고 기업의 자발적 리콜이 일상화 돼 있다. 기업들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리콜을 적극 나서고, 이를 통해 기술력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소비자들도 리콜을 안하는 기업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소비자는 안전과 보상을 받고 기업은 신뢰를 얻는 ‘윈-윈 제도’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리콜강제 명령에 관한 규정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자동차의 경우 건설교통부나 환경부가 지접 리콜시행 명령을 내리지만 화장품(식약청), 공산품(산자부). 식품(농림부) 등은 관련부처가 시도에 집행을 위임하게 돼 있어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비용지출과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리콜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하고 강제리콜은 절차도 복잡해 수개월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또 리콜이 결정된 제품이더라도 그 전에 소비자 본인 부담으로 결함을 고쳤다면 이를 보상해 주지 않는 것도 제도상의 맹점이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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