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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부활,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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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열풍이 드세다. 어렸을 땐 집에 손님이 오시면 으례 심부름으로 주전자 들고 동네 가게에 뛰어가 막걸리 받아 오는 게 일이었다. 학창시절엔 운동시합 때마다 등장한 것도 바케츠에 담긴 막걸리였다. 양은 그릇에 지푸라기가 둥둥 뜬 막걸리를 단숨에 마시면서 곁들여진 김치와 두부 안주, 학과 후 빈대떡 안주는 더욱 일품이었다. 마른 목을 축여 주고 허기진 배를 채울 수도 있고 힘이 나곤 하였다.
들에서 새참으로 마시는 농주는 힘든 농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갈증을 풀어 주던 막걸리다. 보릿 고개를 넘어 산업화의 초석을 다지신 박정희 대통령의 막걸리 사랑 또한 찐한 애환이다.
막걸리는 우리의 국민주이자 전통주이다. 한민족의 삶과 한이 깃든 서민주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이승휴의 “제왕운기”에는 고구려 때 이미 누룩을 이용해 술을 빚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초기의 “수운 잡방” 요리책에 고려 귀족들이 즐겨 마시던 “이화주”도 있다. 배꽃처럼 뽀얗다 라는 뜻과 배꽃이 필 무렵 빚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술은 떠 먹는 요구르트를 연상시킬 만큼 새콤한 향과 걸쭉하면서 매끄럽고 부드러운 촉감이 독특해 실제로 숟가락으로 떠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막걸리가 1980년대 말부터 카바이트로 빨리 숙성시킨 밀가루 막걸리가 등장해, 마신 후 두통이 나고 트림도 심해서 질 낮은 술로 폄하된 것이 얼마 전까지 이다. 그랬던 막걸리가 지난해 말부터 화려한 부활로 르네상스시대를 맞고 있다.
편의점 GS25에 의하면 전국 3,700개 편의점에서 8월말 현재 막걸리 판매량이 와인을 제쳤다. 서울 소공동 롯데 백화점에서도 올 7~10월 막걸리는 사케와 맥주를 제치고 주류판매 3위에 올랐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막걸리를 찾고 발효주인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웰빙주란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얼마 전 일본 총리와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건배주로 자색고구마 막걸리가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은 막걸리 전도사를 자칭하고 계시다.
이젠 골프장, 카지노, 고급호텔에서도 막걸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형형색색의 퓨전 막걸리로 여심을 사로 잡는 막걸리집은 연일 문전성시다. 이만하면 막걸리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표현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 뜨릴 때는 아니다. 막걸리 열풍은 지금 시작이고 세계로 도약할 기회가 왔을 뿐이다.
막걸리는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찐 다음 누룩과 물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발효 후 막 걸러낸 술이라 해서 막걸리라 한다.
술이 탁해서 탁주라 하기도 하고 농사 지을 때 주로 담갔다 해서 농주라고도 하며 밥알이 동동 떠 있다고 동동주로 불리기도 한다. 탁주의 알코올도수는 15도 정도로 여기에 물을 타 알코올 성분을 6도 정도로 낮춘 것이 막걸리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맥주 수준이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한 몸에 좋은 유산균 덩어리다. 우리몸의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유산균은 요구르트의 100배 수준이다.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알코올 성분을 제외하면 영양제를 먹는 것과 다름 없다고 한다. 막걸리 성분을 보면 물이 80%이다. 10%는 알코올6% 단백질2% 탄수화물0.8% 지방0.1% 등이고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B,C 유산균 효모 등이 혼합된 물질인 영양의 보고이다.
와인의 경우 알코올과 물(95~97%)을 제외하면 약 1~5%만이 몸에 좋은 무기질인 것에 비하면 막걸리의 영양학적 우수성은 훨씬 더 크다. 막걸리는 비타민B가 풍부해서 피로 완화와 피부 재생, 시력 증진 효과를 돕는다.
다량의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주지만 몸으로 흡수되지 않고 바로 배출되며 대장운동을 활성화해서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효과적이다. 막걸리를 마신 다음날 용변 시 부드럽고 장이 편한 건 이러한 유산균과 식이섬유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막걸리는 배를 채울 수 있고 길 가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 도움을 주어 금지 할 필요가 없고 소주는 아전들이 술 주정하는 원인이 되니 엄격히 금지 해야 한다고 하였다.
막걸리는 달콤한 첫 맛에 톡 쏘는 뒷 맛이 일품이다. 발효과정에서 탄산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때문이다. 부드럽게 넘어가 마시기도 쉽고 가격도 부담 없어 데이트 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러다 보니 키위, 딸기, 포도, 복숭아, 유자 맛 등의 칵테일 막걸리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인삼, 더덕, 잣, 쌀머루 막걸리, 아이스크림 막걸리, 막걸리를 뿌린 팥빙수 등 막걸리의 변신은 끝이 없다.
막걸리의 주 원료는 쌀이다. 쌀은 다이어트 친화적인 식품이다. 칼로리는 적으면서 쉽게 포만감을 준다. 지방도 밀가루의 4분지1에 불과하며 지방의 대부분(73%)이 비만과 거리가 먼 불포화지방산이다.
쌀의 단백질은 7~8%로서 우유의 2~3%에 비해서도 높다. 따라서 단백질이 분해돼 만들어 지는 필수 아미노산은 우유보다 많다. 또한 쌀 단백질은 지방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이 뛰어나다. 미국의 듀크대 의대는 70년째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인기리에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류시장에서 막걸리 등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이다. 일본의 사케술 12%에 비하면 우리의 전통주 시장은 너무나 좁다. 막걸리의 부활을 위해서 우리가 힘 써야 할 부분은 많다.
첫째, 막걸리시장의 유통망 구축이다.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짧다. 신선함이 척도이기 때문에 저장과 운반이 편리한 용기와 포장 저장기술 등이 개발되어야 한다. 서울 탁주의 페트병 막걸리 개발과 국순당이 생막걸리를 10℃ 이하에서 30일간 유통되게 한 것과 같은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780개나 되는 막걸리 제조업체의 영세성으로 저가막걸리 공급도 불사하겠다는 유통질서를 흐리는 업체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둘째, 가격이 높은 고급 막걸리도 개발되어야 한다. 현재 95%이상의 막걸리가 값싼 수입쌀과 수입밀가루 등으로 빚어 지고 있다. 남아 도는 우리 쌀을 사용하고 막걸리에 맞는 벼 품종도 개발하여 한계농지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가와 계약재배로 농가의 소득과 농촌경제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내년부터 도입될 원산지표시제도는 꼭 필요한 조치이다.
셋째, 막걸리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 와인 사케 위스키 등 세계 각국의 전통주는 그 나라의 문화 역사와 함께 전해 져 온다. 막걸리와 한식은 궁합이 잘 맞는다.
한식의 세계화와 더불어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매개체로서 막걸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막걸리에도 와인과 같이 스토리 텔링하는 라벨을 입혀야 한다. 일본의 어느 상인은 벌써 한국의 일동 이동의 포천막걸리를 상표로 등록해 놓고 있다. 유명 와인과 같이 지리적표시제를 입힌 막걸리로 스토리 텔링하고 특화해 나가야 한다.
넷째, 지역을 연고로 하는 전통막걸리의 생산과 유통을 장려하여야 한다. 일본의 5대 사케 메이커는 지역에 연고를 기초하여 지역의 경제 발전에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고 있다.
막걸리의 품질과 차별화는 지역의 쌀과 쌀의 품종, 물, 제조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외국의 맥주와 사케의 품질도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고 종류도 다양하다.
한 EU간 FTA 체결로 들어올 스페인, 이태리산 와인은 자국내 세금이 0%인데다 그 동안의 관세 15%도 없어지게 된다. 지역의 농산물을 원료로 해서 생산된 막걸리 등 전통주는 세금도 대폭 감면되고 농가민박이나 농가레스토랑 운영 등 농민이 자유롭게 판매하고 이용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 일본 사케의 경우 100% 자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면서 술 시장이 자국의 농업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음을 반면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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