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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옛날 옛적 극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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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일까지 광주극장, 11월3일부터 11월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와이드스크린 특별전’이 개최된다. 젊은 영화마니아들부터 중장년층 올드팬들까지 폭넓은 관객층의 관심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상영극장인 광주극장이 1933년부터 현재까지 오랜 세월의 결을 간직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원형 모습 유지
광주시 충장로 5가에 위치한 광주극장은 일제시기였던 1933년에 지어져 7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 오면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국보급 영화관이다. 지금은 ‘문화수도’라는 기치를 내건 광주시의 유일한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이용 되고 있다.
광주극장은 아직도 일제시기를 거친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유서 깊은 광주극장이 풍기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시네마 천국’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의 내부에 극장초기부터의 영사기들을 전시한데다 관객들에게 생소한 옛 물건에는 설명까지 덧붙여 놓으니 박물관이 따로 없다. 방문하는 관객들은 입구에서 발을 딛는 순간부터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은 건물과 내부에는 일제시대부터 전해져오는 옛 정취가 묻어난다.
이 극장은 당시 광주지역에서 신문화운동을 이끌었던 인사들이 설립해 영화와 연극으로 일본의 문화 탄압에 맞서 항일을 표현했던 곳이라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 민족단체들의 행사 또한 곧잘 광주극장에서 열렸고, 광주극장의 설립정신은 변하지 않고 있다.
검열 좌석 ‘임검석’도 있어
일제시대 갑부 최선진이 세운 광주극장은 이 지역 출신 한국인이 세운 광주의 극장 1호다. 광주좌가 일본인이 세운 극장 1호라면, 광주극장은 한국인이 설립한 1호 극장이다. 1925년 11월 지금의 팔레스호텔 자리에 들어선 광주좌의 1층에는 일반관객용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2층은 특별관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다다미로 꾸며졌다 한다.
극장의 내부에 있는 ‘임검석’이 방문하는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임검석’은 1922년 일제시대에 영화에 대한 검열이 시작 되면서 극장 한 켠에 자리잡게 된 좌석이다. 당시에는 영화 상영 말고도 연극, 악극, 창극 공연이 수시로 있었는데 상영이 있을 때면 조선총독부 산하 기관에서 경찰관을 파견해 상영 내용이나 주제를 현장에서 검열했다. 상영 내용이 조선의 독립이나 민족의 설움이 표현돼 경찰관의 비위에 거슬리면 ‘주의’라는 뜻으로 호루라기를 한번 불었고, 호루라기 소리가 세 번 들리면 그 영화의 상영이나 공연은 즉시 중단 돼야만 했다.
광주극장은 현존 최대 규모의 단일극장으로 그에 걸맞는 초대형 스크린(17m*7.3m)을 가지고 있어 요즘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화면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와이드스크린’의 대표작들을 극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특별전’은 영화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시네마스코프’라고도 불리는 ‘와이드스크린’은 스크린에 투사되는 화면의 종횡비가 2.35: 1인 영화들을 말한다. 와이드스크린 영화는 물리적인, 특히 수평적인 공간감과 더불어 정서적인 표현의 지평을 넓혀 주었기 때문에 스펙터클한 서부극뿐만 아니라 심리 드라마에서도 진가를 발휘해 영화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내며 영화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졸업’ ‘용쟁호투’ 등 걸작 10편 상영
이번 특별전은 총 10편의 명작 고전들이 상영된다.
1956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노미네이트작 ‘실물보다 큰’은 ‘이유없는 반항’ ‘자니 기타’ 등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독특한 장르영화를 만들었고 당대의 할리우드 감독들 가운데 가장 시각적인, 그런 만큼 가장 영화적인 테크닉을 구사했던 니콜라스 레이 감독이 시네마스코프 영화미학을 십분 활용하여 만든 대표작이다.
거대한 예수상을 줄에 매달아 로마 하늘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로 시작하는 ‘달콤한 인생’은 신이 사라진 시대의 인간의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영화다. 로마사회의 퇴페적인 치부와 바티칸에 대한 적의 등으로 개봉 당시 상영금지 요청과 수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네오리얼리즘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는 펠리니는 퇴폐한 현대인들, 추악한 매스미디어를 보여줌으로서 전혀 달콤하지 않은 인생을 화면으로 담아낸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는 외양은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시대극 영화이지만 그 너머로는 하드보일드 영웅이 주인공인 웨스턴의 세계가 배경이라는 점이 드러나기에 흥미로운 영화다. 후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에 ‘도용’되기도 했다.
1968년 아카데미 7개 부문 노미네이트 감독상 수상의 화제작 ‘졸업’도 상영된다. ‘졸업’은 1960년대 미국의 기성세대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던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적인 걸작으로서,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청춘들의 방황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연극계에 있다가 영화 데뷔한지 얼마 안 된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도 좋지만, ‘로빈슨 부인’을 연기한 앤 뱅크로프트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된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와 'Mrs Robinson'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으며,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이 영화로 제40회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이외에 스탠리 큐브릭의 SF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소룡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용쟁호투’, 데이비드 린의 대작 ‘아라비아의 로렌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대표작 ‘석양의 무법자’ 등이 상영된다.
‘와이드스크린’의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70여년 역사를 함께해온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광주극장에서 옛 볼거리들을 함께 즐기며 두 배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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