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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짜신문’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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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지하철역 주변은 온통 ‘공짜신문’ 천지다. 오전 7시~9시. 메트로, am7, 포커스 등 무료신문이 역 입구에 깔리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 사이를 비집고 신문직원들이 무료신문을 나눠준다.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하는 지하철 선반위엔 읽고 올려논 무료신문이 지저분하게 널려있다.

이동시간을 틈내 정보도 얻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집어드는 사람도 많다. 언제부턴가 유료 일간지를 보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출근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갈 즈음엔 청소원들이 신문들을 수거해 가기 바쁘다. 무료신문이 배포되고 나서부터 생겨난 오전 출근길 지하철의 풍경이다.


생활정보지+종합일간지=공짜신문

공짜신문은 생활정보지가 무료로 보급되면서부터 시장성을 예고했다. 지역마다 구인, 구직, 광고, 생활정보 등을 신문으로 제작, 무료로 비치해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는 형태로 광고주는 싼 가격에 광고를 할 수 있고 독자는 필요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맞아 떨어져 시장이 활성화 됐다.

초창기 ‘교차로’가 선두지휘를 달렸으나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무료 생활정보지 시장도 포화상태에 직면해 있고 경쟁도 치열하다. 이제는 되레 자사 신문의 광고를 내보내면서 광고주를 모집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공짜신문 전쟁’의 주범인 무료일간지는 생활정보지와 일간지 형식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해 소비자와 광고주의 니즈에 맞게 성장한 케이스다. 일간지의 주요 내용을 간단하게 제공하고 대신 생활정보 등의 광고가 실린다. 깊이는 없지만 정리된 뉴스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하지만 일간지에는 있는 ‘사설’등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진혁 연구원은 “무료신문은 독자, 발행사, 광고주 모두가 선호하는 ‘비즈니스 모델’” 이라고 말했다. 즉 발행사 입장에서 적은 돈으로 많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배급소가 따로 필요가 없고 최소의 인력만으로 지면을 메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합일간지에 비해 광고 단가가 낮고 주독자층이 20~30대의 젊은 직장인으로 정확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광고주에게 매력적이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무료신문은 2002년 5월 창간된 ‘매트로’를 시작으로 ‘더 데일리 포커스(2003년 6월)’, 문화일보사가 발행해 화제를 모은 ‘AM7’(2003년 11월) 등 3개 신문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굿모닝 서울’이 발행됐다. 무료신문이 남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아예 독자적인 차별성을 들고 창간된 공짜신문도 등장했다. 최근 창간된 만화 일간지 ‘데일리 줌’ 과 한국일보에서 스포츠 신문 형식으로 창간한 ‘스포츠 한국’ 이다. 기존의 매체가 완전히 정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언론매체의 혁명 일으켜

무료신문이 등장하면서 신문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무료신문이 확대되면서 경영난에 봉착한 일간지가 무료신문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거나 일간지에서 무료신문 발행에 동참하고 있다.

처음 무료일간지가 창간될 때만 해도 신문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설사 여파가 있어도 일시적일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년만에 급성장한 무료일간지는 광고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경영에 까지 큰 위협을 받을 정도로 커져 상황은 역전됐다. 우습게만 보던 무료신문이 언론매체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무료신문의 등장으로 일간지 중에서는 스포츠지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벌써 올 상반기 스포츠지의 광고실적은 전년대비 20~30% 감소했고 국내 3대 일간지 조.중.동의 경우도 3~10% 가랑 하락했다. 광고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시사주간지는 물론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시장도 위협받고 있다. 수도권내 한 총판업자는 “일간지 중 스포츠 신문의 타격이 가장 크고 연예, 영화관련 신문잡지도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그 다음이 종합일간지이고 비교적 소폭이긴 하지만 시사잡지도 줄었다”면서 “비교적 판매량이 많은 아침에 지하철 가판대에서 무료신문이 나오고부터 50%이상 줄었고 다른 일간지들도 전체적으로 매출이 반으로 절단났다”고 말한다. 이 총판업자는 “무료 신문이 나오기 전만해도 떠맡기듯 대량의 부수를 주곤 했는데 지금은 어차피 신문을 찍어도 곧장 폐기처분을 해야 하니 기존 물량의 반 정도만을 배포한다”고 설명한다.


유료신문의 살아남기 전쟁

무료신문 열풍에 밀린 스포츠 신문들은 급기야 ‘월요일자 폐지’라는 위기경영에 돌입했다. 신문들은 경영악화로 각 사별로 무급휴가와 임금삭감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내놓고 있다. 스포츠서울과 스포츠조선이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스포츠 투데이도 무급휴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 신문사인 조·중·동은 휴대폰 통화료와 사무비품을 아껴 쓰자는 움직임이 일더니 비상경영체제 마저 선언한 상태다. 이보다 적은 신문사들의 상황은 더 하다. 주수입원인 광고시장이 위축되면서 경영자금의 유동성이 경색되자 지면의 양을 줄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치명적인 것은 판매율보다 광고매출이다. 대부분의 매체가 광고 매출을 주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급감은 자칫 경영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미 신문들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제공하면서 신문의 위기는 다가왔고 무료신문이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료신문의 인기로 직격탄을 입은 것은 가판대 판매업자들이다. 가판업자들은 무료일간지 ‘데일리 줌’의 창간일자에 맞춰 문을 닫고 항의시위를 했다. ‘스포츠 한국’ 이 창간된 6월29일에는 가판업자들이 반품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스포츠한국은 한국일보 계열사인 서울경제가 창간한 신문으로 가판업자에 판매를 맡기고 있어 누구보다 입장을 이해해야 할 한국일보가 돈벌이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원은 “장차 신문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료신문이 아니라 유료신문”이라며 “유료신문이 무료신문에는 없는 고급정보와 뉴스를 전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신문산업의 회생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신문도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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