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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은행손실 고객이 떠 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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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수수료 인상을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수익률 상승곡선을 그려오던 은행권이 지난해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대란 등으로 수익이 대폭 감소한 상태에서 각종 수수료를 인상 은행의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적자속 수수료 수익 급증

은행의 전반적인 수익률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수료부문은 오히려 2,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권이 오는 6월1일을 기점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혀 고객들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은 1조8,5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2002년 3조2,246억원에 비해 6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은행의 주요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부분은 3조8,056억원에서 2조1,396억원으로 60%가까지 낮아졌다. 신용카드 부분도 3,760억원의 흑자에서 2조6,833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카드대란 태풍의 힘을 보여줬다. 신탁부분도 2002년에 비해 934억원 줄어든 4,553억원의 이익을 냈을 뿐이다.

전반적인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은행권이 재미를 본 곳은 수수료 한 부문에 불과한 실정이다.

2002년 1조4,138억원의 이익을 냈던 수수료 부문 수익이 지난해 1조6,924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특별한 제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수수료는 은행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계정별 순익 기여도를 보더라도 이 같은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부문별 순익기여도에서 이자부문이 103.1%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81.6%인 수수료부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조흥·제일·하나 등 인상 줄이어








은행권이 오는 6월1일부터 각종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밝혀, 은행의 수익을 수수료로 메우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수익이 대부분 수수료부문이 차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올 들어 무차별적 인상을 단행했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달 타행현금인출기를 이용해 돈을 인출할 경우 수수료를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인상한데 이어 내달 1일부터 회계법인용 은행조회서를 현행 5,000원에서 5만원으로 10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조흥은행은 “회계법인용 은행조회서는 전 영업점 계좌를 조회해야 하는 등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되고 모든 계정을 하나하나 파악 해야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배 이상이나 올릴 정도로 수지가 맞지 않다며 손실이 발생한 이듬해에 대폭 인상한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자기앞수표 발행수수료 또한 정액은 장당 50원에서 100원으로 2배 늘렸고, 일반 자기앞수표는 300원에서 400원으로 25% 높였다. 여기에 어음수표책을 권당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20% 인상하고, 당좌 신용조사수수료는 신규와 재발행에 관계없이 7만원으로 통일해 약 50%가량 인상효과를 보이고 있다.

제일은행도 내달 1일부터 타행현현금인출기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를 1,000원으로 25% 이상했다. 영업시간 이후에는 200원이 늘어난 1,200원으로 올렸다. 계좌이체 수수료는 마감전 900~1,300원에서 1,000~1,500원으로 올렸다. 마감후에는 마감전 금액에 300원의 수수료를 추로 부담했던 것을 200원 인상한 500원으로 정했다. 여기에 질권설정수수료 명의변경수수료 전표(문서)열람수수료(이상 5,000원)와 사고신고수수료(1,000원) 등을 신설해 수수료를 이용한 수익챙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은행 또한 내달 1일 자행·타행환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 등에 대해 20% 안팎으로 상향조정했다.

기업은행도 해외송금수수료를 오는 27일부터 상향조정키로 했고, 국민은행 또한 은행업무 전반에 대한 원가분석 작업을 거쳐 수수료 신설이나 인상수준을 정해 하반기부터 수수료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나머지 은행들도 고객반응을 살펴가며 빠른 시일내에 수수료 인상에 합세할 전망이다.


공과금 수납수수료까지 생겨날 듯

특히, 지금까지 수수료를 물지 않았던 지로·공과금 수납을 하반기부터 유료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질적인 창구이용수수료가 생겨날 전망이다.

은행권은 대부분 창구에서 공과금수납을 받지 않기 위해 자동공과금 수납기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설치비에 비해 이로 인한 수익이 낮아 수수료 현실화에 있어 묵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행 수수료가 대부분 원가에 턱 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단계적인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가가 현행 수수료에 50% 이상 반영될 수 있도록 수수료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덧 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는 행위’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민 H모(32)씨는 “은행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꺼번에 20~30% 이상 올리는 것은 IMF때 자신들이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분개했다.

K모(37)씨도 “서민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장사 좀 된다고 무시하고 있다”면서 “수수료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후 아예 수수료로 모든 손익을 맞추려한다”고 우려했다.


수수료 인상 ‘담합’의혹

경실련측은 은행권의 줄서기식 수수료 인상에 보이지 않는 담합을 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법상 담합은 ‘사업자가 협약·협정·의결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지만, 은행권의 수수료 공동화 현상은 정상적인 경쟁을 통해 이뤄지지 않고 한 은행이 인상하면 뒤따라가는 형태로 일종의 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실련 위평량 사무국장은 “은행이 수수료를 늘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막대한 국민세금을 통해 살아났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 사무국장은 “수수료 인상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에 경영합리화를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한 사안”이라며 “투자자산의 수익 극대화와 보유재산 매각을 통해 정상화를 이뤄야지 인원정리로 구조조정을 끝낸 것처럼 하는 눈가리고 아웅 식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권이 전산투자를 통해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하는데 장기적으로 비용절감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고객들에게 전액 부담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은행 특성상 한 은행이 각종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나머지 은행들도 뒤따라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일종의 담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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