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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여름 밤의 환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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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작품수, 프로그램 다양

여름밤을 화끈하게 불사르는 이열치열 영화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4)의 계절이 찾아왔다. 올해로 8회를 맞는 이번 영화제는 ‘사랑 환상 모험의 여행’이란 주제로 이달 15~24일까지 경기도 부천 일대에서 10일간 열린다. 판타스틱을 영화제의 성격으로 내세워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부천영화제는 특히 올해 풍성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부대행사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개막작 ‘개미들의 왕’, 폐막작 ‘분신사바’

눈에 띄는 특징은 출품작의 증가다. 전년도 비해 72편이 증가한 32개국 261편(장편 83편, 단편 178편)이 선보일 예정. 개막작은 1990년대 이미 ‘좀비오’ ‘데이곤’으로 공포영화의 거장 반열에 오른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신작 ‘개미들의 왕’이 선정됐다. 건조한 묘사와 섬뜩한 블랙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호평 받았으며 아시아에서는 처음 공개된다.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으로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공포영화 전문감독 안병기 감독의 세 번째 공포영화 ‘분신사바’가 선정됐다. 안병기 감독은 ‘가위’(2000) ‘폰’(2002)으로 두 번이나 부천영화제 폐막작에 선정된바 있다.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 장편부문은 부천영화제 특유의 감각적이고 낯선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이는 벨기에의 블랙코미디 ‘알트라’, 호주에서 찾아온 색다른 좀비영화 ‘언데드’, 올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인 이시이 카츠히토의 신작 ‘녹차의 맛’ 등을 만날 수 있다. 부천초이스 단편 부문 중에는 ‘굿바이’를 주목할 만하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년과 독거 노인간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월드판타스틱시네마 ‘연장통 살인’ 등

월드판타스틱시네마는 호러 스릴러 다큐멘터리 성장영화와 SF 뮤지컬 코미디, 판타지와 혼성 장르 등 모든 취향을 만족시킬 만한 뷔페 코스로 차려졌다. 온갖 연장들이 살인 무기로 등장하는 토비 후퍼 감독의 ‘연장통 살인’,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유키사다 이사오의 ‘오늘의 사건사고’,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공각기동대’의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이노센스’ 등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가 가득하다.

올해엔 특히 ‘누가 요니를 삽으로 때렸나’, 인도영화 ‘라구 로미오’ 등 사랑과 판타지가 결합되거나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포진돼 있다.

부천영화제의 팬층을 두텁게 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해온 섹션 중 하나인 판타스틱 단편걸작선에는 에스토니아의 신비로운 영화 ‘원숭이의 해’, 성에 관한 자유발언 ‘나의 애완동물’, 호러가 결합된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 ‘13병동’(피터 콘웰) 등 신선한 주제와 표현들이 가득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엽기코믹발랄 경찰시리즈 ‘캅 페스티발’에는 ‘아토피 형사’ ‘실록 키티형사’ 구로자와 기요시의 썰렁한 개그 ‘유령 형사’ 등 8편이 상영된다.

어린이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또 하나의 작은 축제로 자리 잡을 패밀리 섹션도 감동적이고 유쾌한 영화들을 모았다. 미이케 타카시가 만든 이상한 슈퍼 히어로 가족영화 ‘제브라맨’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는 감동적인 월드컵 이야기 ‘베른의 기적’ 이성강 감독의 따뜻한 신작 단편 ‘오늘이’, 친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꼬마 이야기 ‘눈사람, 내 친구’ 등이 그것.


한국영화회고전, 유현목의 ‘춘몽’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영화회고전으로 유현목 감독의 ‘춘몽’(65)을 복원, 상영하는 뜻깊은 영화적 이벤트를 마련했다. 현재 보존되어 있는 ‘춘몽’의 프린트는 마지막 10여분의 사운드 필름이 유실돼 몽환적 이미지로 구성된 이 영화의 전위적인 감각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조성우 음악감독의 새로운 작곡과 기술적인 복원과정을 거쳐 ‘춘몽’을 복원 상영한다.

부천영화제의 꽃, 특별전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 테코보에서 모모타로까지’, ‘엽기영화공장 트로마의 독립지존 30년’, ‘요르그 부트게라이트 특별전’, ‘쇼 브라더스 특별전Ⅱ: 오색 황혼에 바치는 송가’와 특별상영으로 ‘에이모스 보겔과 시네마 16-영화보기로 세상을 뒤집다’도 준비돼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나 오시이 마모루 등 대감독들의 이름만 떠올리게되는 재패니메이션의 탄생과 그 원형,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되기까지의 그 고난의 과정을 짚어보는 계기가 될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와 ‘톡시 어벤저’ 시리즈로 유명한 저예산 독립영화의 산실이자 할리우드 주류영화에 대항하는 움직임의 모태가 되어온 엽기영화 공장 ‘트로마‘ 스튜디오가 올해로 30년을 맞아 그들의 특별전을 일괄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또한 죽음과 네크로필리아(시체 애호)에 집착해온 독일감독 요르그 부트게라이트의 특별전은 ‘네크로멘틱’ ‘슈람’ 등 부천영화제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작년의 쇼 브라더스의 무협 광풍에 이어, 올해는 쇼브라더스 무협영화 스타일의 변화를 보여주는 ‘유성호접검’(초원)이나 B급 SF 괴수영화에 가까운 ‘성성왕’(하몽화), 개봉 당시 청춘영화 붐을 일으킨 최루성 멜로 ‘스잔나’(하몽화) 등 다시 한번 옛 추억에 빠져들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별상영은 금지된 주제와 형식들을 과감히 탐구하는 해방된 영화의 역할에 대해 다룬 ‘전복 예술로서의 영화’를 출간한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영화 큐레이터이자 영화 사학자로 유명한 에이모스 보겔에 대한 다큐와 그가 당시에 소개했던 단편들을 소개한다.


유럽판타스틱영화제 연합상, DVD 출시 등 새로운 시도

이번 부천영화제의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판타스틱 영화를 장려하기 위해 EFFFF Asian Award(유럽판타스틱영화제 연합 아시아 영화상)을 제정했다. EFFFF Asian Award는 유럽에서 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방문해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에서 아시아 영화 중 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의 또 하나의 특징은 ‘Pipan B&B’ 서비스. ‘B&B’는 ‘Biz & Buz’의 약자로 ‘Business’와 ‘Buz(입소문)’을 결합하여 만든 것이다. 영화 산업에 대한 서비스를 본격화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함으로써 한국 및 아시아 장르 영화 발굴의 거점이 되며, 국내외 작품들의 성공적인 배급을 위한 마케팅의 공간으로 자리잡고자 한다.

이밖에 올해부터 영화제의 단편을 엄선해 DVD를 출시,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DVD를 통하여 다시 만날 수 있게 했으며, 야외상영 그린콘서트 파이널콘서트 등 풍성한 이벤트들이 준비돼 있다. 예매는 공식 홈페이지(www.pifan.com) 티켓사이트에서 회원가입 후 할 수 있다. 올해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예매가 가능하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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