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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직장인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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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46만명에 육박한 실정이고 극심한 취업난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것 마냥 어렵다. 그러나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 이라고 그다지 속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경기불황에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비정규직 문제, 불합리한 국민연금, 임금체불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부당한 정책을 요구하며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만 가고 있다.


‘국민연금의 비밀’논란 확산






끊임없이 제기돼 온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감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네티즌이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8가지로 조목조목 따져가며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이 인터넷에 빠르게 유포되면서 불을 지폈다.

‘국민연금의 비밀’은 한 사람이 두 개의 연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은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에 연금을 받다가 한 사람이 죽으면 배우자는 자신의 연금과 남편(또는 아내)의 연금 중 많은 한 개만 받아야 한다. 또 60∼64세 연간 5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연금을 10∼50% 깍는 제도(재직자 노령연금)와 산재보험에서 유족급여를 받을 경우 유족연금을 절반을 깍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은 많은 사람에게 골고루,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국민연금 반대여론 확산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관리공단이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연금가입자들은 ‘국민연금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불만이 오히려 더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조차 “최근 떠돌고 있는 ‘국민연금 의 비밀’에서 거론된 내용 말고도 불합리한 부분이 일부 더 있다”고 말해 국민연금에 대한 저항이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납세자연맹과 국민연금반대운동본부는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를 온·오프라인 상에서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정부가 소득등급표를 재조정해 고소득자의 연금납부액을 높이기로 했는데 결국 저소득층의 연금보험료도 높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소득등급표를 재조정해 상한선은 월 360만원에서 420만원으로, 하한선은 월 22만5,000원에서 36만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럴 경우 월 36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들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월 최고 5만4,000원 더 내야 하며, 월 36만5,000원 미만의 저소득층 10여만명도 1,750~1만3,050원을 더 내게 된다.


임금체불자 10명 중 7명 포기

경기불황으로 문을 닫는 회사가 늘면서 임금체불로 곤욕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도 많다. 더욱이 임금이 체불됐던 적이 있는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체불된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은 최근 IT 전문 취업사이트 IT잡피아와 함께 임금체불 경험이 있는 직장인 1,7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8%(1,190명)이 ‘결국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각 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말까지 임금과 퇴직금 체불과 관련된 진정이나 고발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다. 또 민원인의 90% 이상이 임금체불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서는 법인들의 신용불량이 증가하면서 소속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재 국내기업들의 임금체불액은 2,233억원으로 2002년말에 비해 3.6배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금융불안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인 관계자는 “일한 데 대해서는 어떻게든 임금을 주겠다는 기업가 윤리와 함께 노동부 등 관련기관에서도 체불 임금 직장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있고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노·사간 비정규직 마찰 지속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지난달 19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상당수 비정규직이 공무원화나 정규직화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노사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온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민간부문의 비정규직과 관련한 노·사·정 간의 마찰도 우려된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 유연성 확대와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조정이 쉽고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규직 활용이 늘면서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정부 통계로 2001년 8월 27.3%에서 지난해 8월 현재 32.6%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근로조건이나 복지 등에 차별이 일어나고 일부 기업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처럼 활용하는 등 위법이나 탈법행위의 사례마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돼 왔다.

노동계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이미 시행 중이거나 사용자측과 합의한 내용이라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재탕정책’ 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3만여명 정규직 전환은 이미 개별적으로 사용차측과 협의가 된 사항인 만큼 정부대책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결국 정부의 정책 의지가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단 ‘진일보한 정책’이라 평가하면서도 당초 요구사항에는 미흡하다고 판단, 향후 민간부문까지 연계 투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기간제 교사나 학교급식 조리원 등 상당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마련에 대하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 대책이 기업의 비용증가와 고용시장 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중순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임.단협 총력투쟁에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정간 마찰의 불씨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노동부가 올해안 입법화를 추진중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등 비정규직 보호 관련 법에 대해서도 노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비정규직 문제는 올해 노사정 관계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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