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8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윤석열 정부의 신임 의전비서관에게 "애정을 갖고, 잊어버리고, 버텨라"라고 조언했다.
탁 비서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신임 의전비서관, 행사기획비서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탁 비서관은 "미국에서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전통이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도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비서관들이 새로이 그 자리를 맡는 사람들에게 편지 한 통을 두고 가는 전통을 만들고 싶었는데, 청와대의 역사가 단절되고 보니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져서, 나는 대통령의 의전과 행사기획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들을 두고 떠나려고 한다"고 적었다.
탁 비서관은 먼저 "가까이 모시고 있는 대통령부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건너편의 사람들까지 애정을 가져라"라고 충고했다.
그는 "국가행사나 기념식, 추념식 등을 준비하며 이 일이 '제사'와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고, 밉고 싫어도, 한 가족의 제사상 앞에서 가족들은 억지로라도 서로를 참고 예를 다하려 한다. 그 자리에서 화해도 하고 이해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국가행사는 극단의 국민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심지어 어제까지 싸우던 여야도, 이해가 다른 각 부처도, 세대도, 성별도 상관 없이 한자리에 모인다"며 "그렇게 모였을 때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싸우지 않도록 행사의 내용과 흐름을 만들고, 모두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의전-행사비서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치러내야 할 행사가 국내외를 합쳐 1800개 가량이 된다. 실수가 없을 수 없고, '실패'도 경험하게 된다"며 "잊어버려라. 이번에 잘못했으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 당신에게는 최소한 같은 행사가 5번이 돌아온다.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탁 비서관은 "국가기념식과 대통령의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의 요청과 민원이 없을리 없다"라며 "거절하면 상당히 불평해질 것이 분명한 일들이고, '이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을까' 갈등하게 되지만, 그 갈등을 못 버티고 끝내 수용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청이나 민원이 되풀이되고, 하나의 전례가 되어 계속해서 요구를 받게 된다"며 "버티고 고집을 부려라. 그것이 대통령을 위한 길이고, 국민을 위한 길이고, 나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탁 비서관은 20대의 청와대 직원과 의전비서관실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조금은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보다 어린 사람을, 예의 없고 삐딱한 사람과 함께 일하라"고 조언하고, "대통령의 입장 음악, 첫 시작의 중요성을 잊지 말라. 우리는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곡에 신세를 졌는데, 이전까지 대통령들은 여러 잡다한 곡들과 '위풍당당 행진곡' 같은 영국의 왕조를 연상케 하는 곡들로 민주국가 대통령을 우습게 만들기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끝으로 탁 비서관은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 그때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또한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받아들여야 한다. 탈출 버튼을 늘 옆에 두라. 건투를 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