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4 (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처녀귀신들의 항변 “니들이 내 한을 알아”

URL복사

한국의 공포영화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귀신은 여자, 그것도 처녀귀신이다.
오랜 기간 큰 인기를 모았던 TV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도 처녀귀신은 납량물의 단골로 등장했다. 남자 귀신은 전무하고, 아이와 할머니도 거의 배제된 채 주로 처녀만 귀신으로 등장하는 한국의 공포물.
그럼 어째서 고전극을 소재로 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은 한결같이 처녀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귀신이 되는 원인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자고로 귀신이 되는 원인을 살펴보면 간절한 소원을 이승에서 이루지 못했거나 억울한 피해나 죽음을 당한 것이 대다수다. 과도하게 축적된 스트레스, 바꿔 말해서 한(恨)이 너무나 맺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영화에서 처녀귀신이 많이 등장한다는 건 바로 그들이 어느 계층보다 많은 한(恨)을 품었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남존여비사상이 고착된 사회에서 여성, 특히 결혼하지 않은 처녀들은 자신의 의견 한번 제대로 주장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라.
결혼하기 전에 한 평생을 의지하고 살아야 할 신랑 얼굴 한번 보지 못했을 때의 강박관념을. 더욱이 기껏 결혼했는데, 신혼 첫날밤에 죽음을 당하거나 혹은 소박을 당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없다.
<그림1>
그래서일까? 이러한 소재로 여러 번 방영된 TV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는 귀신이 복수할 대상에게 자신의 피맺힌 한을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즉 복수 그 자체보다 응어리진 답답한 심정을 해소해야만 한이 다소나마 풀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서양의 공포물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서양에 등장하는 공포물의 주인공인 드라큐라를 비롯한 흡혈귀, 늑대인간, 그리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살아있는 시체가 되는 좀비, 모두 희생자에게 어째서 자신이 피를 빨아야 하는 지를 설명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오직 생존과 피에 대한 갈증과 욕구에서 행동할 뿐이다.
허나 한국의 전통 귀신은 다르다. 처녀귀신도 그렇고 가끔 등장하는 아줌마귀신도 그렇고 심지어 사람이 아닌 구미호도 그러하다.
라스트신에서는 언제나 어째서 이제까지 사람들을 살해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얘기한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 귀신이 서양귀신 보다 상대적으로 말은 많지만 정감이 간다.
또한 서양의 흡혈귀를 퇴치하는 방법은 잔인한 반면, 한국의 처녀귀신은 그렇지 않다. 즉 서양에서는 목을 자르거나 말뚝을 가슴에 박기도 하고, 성수를 뿌리면 염산처럼 귀신의 몸이 타들어간다.
그러나 한국은 서양처럼 확실하게 제거하는 게 아니라 한을 달래주는데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다. 즉 차마 죽일 수 없을 정도로 맺힌 한이 너무나 많다.
이건 그만큼 그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가릴 것 없이 온갖 억압과 차별을 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결국 영화나 드라마 할 것 없이 무당이 굿판을 벌이거나 부적을 부쳐주고, 스님의 경 읽는 소리로 귀신을 쫓아 버릴 뿐이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엔딩은 매해 제사 지내주는 걸로 귀신과 일종의 합의를 본다.
그럼 어째서 한국의 전통 공포물에는 남성이 등장하지 않을까.
사실 '몽달귀신'이라는 총각귀신도 있다. 결혼을 못한 것이 한이 맺혀 귀신이 된 건데, 이러한 한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인정하지 않는다.
즉 처녀귀신의 한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이 경우에는 설득을 얻기 보다는 조롱이 뒤따른다. 즉 오죽 못났으면 장가도 못 가느냐 하는 인식이다. 따라서 이런 귀신은 굿도 부적도 필요 없다.
그저 큰 소리로 야! 가! 하면 아무 짓거리도 못하고 물러가는 것이 몽달귀신의 현주소다. 결국 몽달귀신의 경우, 성적 역차별이 발생한다.
한편으로 처녀귀신을 소재로 해서 여러 차례 리메이크한 <장화홍련전>을 통해서, 그 시대의 여성들이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억울하게 죽은 장화와 홍련이 가해자들에게 직접 복수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사또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런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죽을 위험도 없고 귀신이 돼서 얻은 괴력으로 철저하게 원수를 응징한다.
그러나 장화와 홍련은 가해자를 찾아가지 않고 사또에게 자신들이 어째서 귀신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결국 그러한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또가 사연도 듣기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을 한 후, 강심장의 명민한 사또가 원수를 대신 갚아준다.
그런데 이 영화를 거론할 때마다 떠오르는 게 있다. 비록 장화와 홍련은 원수를 갚고 사또 역시 임무를 완수해 승진한 것은 좋은데, 아무 잘못 없이 귀신을 보고 심장마비로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이전 사또들의 원혼은 누가 풀어 줄 지 말이다. 이 역시 몽달귀신에 뒤 이은 또 하나의 성적 역차별인가.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방송3법·노란봉투법, 여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 통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방송3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중 국회법에 따라 토론을 중단시키자는 민주당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방송3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토론 종료냐" "이렇게 진행하는 게 어디 있느냐"라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몇 시간을 준비한 토론 절차를 생략하면 국회랑 의회는 왜 있나.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소수의 의견 표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법사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일방적인 법안 상정과 발언 기회 박탈을 놓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이 법사위원장이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한때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수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KNSO아카데미 ‘컬러풀’ 공연...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협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오는 8월 20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NSO아카데미 5기 청년 교육단원들의 성과를 담은 무대 ‘컬러풀’을 선보인다. KNSO아카데미는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무대 경험과 실무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역량을 갖춘 차세대 음악가를 양성하는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초 통합 공모를 통해 교육단원 60명이 선발됐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한 이들은 국립심포니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내한한 세계 유수 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솔리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국제적인 수준의 밀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또한 올해 총 14회의 실내악 및 지역 공연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과 앙상블 역량을 실전에서 체득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상반기 동안 갈고닦은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현대음악, 협주곡, 교향곡을 아우르며 단원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의 포문은 김은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만화경’이 연다. 2023년 ‘작곡가 아틀리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국립심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