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일부 금융사들의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보험회사들은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회사들 역시 채권 평가손실에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3일 2.325%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기준 3.185%로 급증했다.
이는 보험사들의 건전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대부분을 장기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채권 금리 상승으로 가격이 하락해 보험사의 매도가능채권에 평가 손실이 나고 있다. 채권의 평가 손실은 다시 보험사 자본 가치를 내리면서 RBC 비율을 하락시킨다. RBC 비율은 보험회사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보험사의 RBC비율은 246.2%로 전 분기 말(254.5%) 대비 8.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의 RBC비율은 88.3%였다. 또 DB생명(157.7%), 흥국화재(155.4%), 흥국생명(163.2%), KDB생명(168.9%), AXA손해보험(169.7%) 등도 RBC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만기보유증권이 아닌) 매도가능채권으로 많이 바꾼 상태라 손실이 엄청날 것"이라며 "통상 금리가 0.1% 오르면 RBC비율이 5~10% 정도 하락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부터 IFRS17이 도입돼 더 합리적인 자본건전정 기준으로 평가하면 개선 평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역시 채권평가 손실 영향으로 실적이 줄하락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56.8%, 60.3% 하락했다. 현대차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30.8%, 26.7% 줄었다.
그간 증권사들은 코로나19 관련 유동성 공급에 따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채권 보유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작된 대내외적인 긴축 기조에 채권 운용 실적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권금리 급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리스크를 검토 중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생명·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건전성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보험사들은 RBC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해줄 것을 당국에 건의한 상태다. 또 일부 증권사들은 채권시장 패닉을 막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당국의 제도적인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요구하는 방안들을 다시 한번 검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