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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솔직대담] “사명감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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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서승만(40)이 일냈다. 개그 오페라 영화 뮤지컬 마당놀이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재다능함을 과시하던 그가 이번엔 뮤지컬 제작 연출에 뛰어들었다. 어떤 속내로 무슨 작품을 만드는지. 연습실을 찾아 극단 ‘SIIM’의 대표이자 ‘터널’의 연출자인 서승만을 만났다.


>> 작품은 어느 정도 완성했나?
다 끝나고 표만 팔면 된다. 보통 내일 공연인데 오늘까지 완성 안 되는 상황이 흔하지 않나. 우리는 빨리 했다. 현재는 반복하면서 다지고 재미난 것 조금씩 만들어내는 디테일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니까 배우들이 힘들어 죽으려고 한다. 못하겠다고 구시렁거리면서도 선수들이라 다 해낸다.


>> 그런 식이라면 본공연 중에도 계속 업데이트 되는거 아닌가.
기량이 된다면 단골 관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바꿔줘야 한다고 본다.






>>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모양이다.
무궁무진보다는 적극적으로 하는 거다. 코미디 대본을 오래 써온 만큼 코미디적인 것은 강하다.


>> ‘터널’도 코믹적 요소가 많나?
잔재미가 많다. 하지만 내용 전반은 첫사랑과 효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다. 연습 중에 배우들이 많이 운다. 이 뮤지컬 본 사람들이 딱 하나만 느꼈으면 좋겠다. 바로 효다. 내가 늦둥이로 태어나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효에 대한 개념이 남다르다. 평소 효자 노릇은 못해도 불효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지 못한다. 소득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메시지를 얻었으면 좋겠다.


>> 어떻게 뮤지컬 제작을 결심하게 됐나.
나도 뮤지컬 마니아다. 해외 대작들을 볼 때마다 재미는 있는데 공연장을 나오면 찜찜한 기분이었다. 외국 뮤지컬 작품은 화려하긴 하지만 남는게 없지 않나. 수입 뮤지컬은 한국적 정서와는 괴리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하철 1호선’도 독일하고 우리의 정서가 비슷해서 성공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헌법이 독일 헌법과 90% 이상 일치한다. 분단 현실 등 사회적 환경도 흡사한 부분이 많다.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뮤지컬과 서커스가 다를 바가 없다. 마니아층도 넓어지는 추세인데 우리도 우리 정서에 맞는 작품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사명감인가?
그렇다. 정말 사명감으로 시작했다. 혼이 빼앗긴다고 해야 하나. 외국 문명에 한국인의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가 나이 많은 부모 아래서 자라 봉건적이다. 담배도 안 피우고 범법 행위를 해 본적이 없다.

>> 그런 의도라면 드라마가 강하다고 예상된다.

드라마가 강하고 교훈적 메시지도 뚜렷하다. 보고 나면 최소한 욕은 안 할 거다. 저예산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극적인 볼거리는 없을지 몰라도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와 달콤한 그림은 보장한다.


>> 스텝이 화려하다.
뜻을 받아들이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웃기는 놈인 줄 알았는데 정말 웃기네’하며 동참한 거다. 이 분야의 베테랑들이 대작 공연의 반도 안 되는 수익에도 불구하고 애착을 갖고 참여했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절대 남을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스텝과 배우들이 작품에 애정을 갖고 땀흘리고 있어 행복하다.


>> 이번 작품에 조연출을 맡은 허준호와는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안다.
대학 동창이다. 서울예대 무용과. 그 놈은 사지가 길어서 현대무용하고 나는 사지가 짧아서 한국무용 했다. 준호는 내가 ‘얼마 주면 되냐’ 그러니까 되레 ‘내가 빌려다 줄게’하고 말하더라. 고맙다.


>> 배우들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다.
잘 뽑았다고 하면 건방지고… 배우복이 있는 것 같다. 능동적이고 열정적이다. 조금만 잘 되면 몇 년씩 같이 하고싶다. 작곡은 송시현 씨가 하지만 작사는 노래를 하는 배우의 이름을 써주기로 했다. 대신 배우들이 작사에 직접 참여했다. 모든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고 공헌도를 나눠주니까 작품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는 것 같다.


>> 배우들에게는 어떤 연출가인가?
배우들에게 물어봐야지. 친구 같다고 말할 거다.


>> 무섭지는 않나?
선생님이 무섭다는 학생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다. 신인 몇몇은 무서워한다. 선배들이 모조리 화도 안내고 워낙 순해서 분위기는 좋은데 가끔 해이해지는 것 같아 기강 잡는 역할은 한다. 실력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게 생각 안 하지만 선배가 연기하는데 떠들거나 하품하는 것은 용납 못한다. 예전에 한 후배가 내 차 가지고 나가서 망가뜨려 견적이 700만원 넘게 나왔다. 그런 거는 그냥 보험처리 하고 뭐라고 안 한다. 하지만 밥 먹는데 나보다 숟가락 먼저 드는 것은 야단 친다. 기본적인 것은 지켜야 한다. 그런 거 지적 안 해주면 다른 데서 욕먹는다.


>> 개그맨으로서나 연기자로서나 개성 강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연출에서도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나.
다들 꽁트할 때 혼자 스탠딩 개그 해서 독특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자랑하고 싶은 것이 그때도 그냥 서서 떠드는게 아니라 내용도 있었고 덕목도 있었다는 것이다. 유머 속에도 스토리와 교훈이 존재하는 것이 내 색깔이라고 본다.


>> 장르를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 장사도 4번이나 했다가 4번 다 망했다. 손님은 많았는데 돈을 못 받아서… 체질이 아닌 것 같다. 보증도 4번 서서 다 날렸다. 방송계에서 별명이 서보증이다.


>> 최종적으로 뮤지컬 제작 연출을 지향하고 있나?
공부 좀 더 하고 좋은 작품 만들고 싶다. 진짜 만들고 싶은 대작이 머리 속에 있다. 개그맨이니까 방송도 계속해야 하고.


>> 직업은 개그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당연히 그렇다. 나는 영원히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개그맨이고 싶다. 연출은 좋은 작품 관객에게 소개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인터뷰를 끝내고 연습 현장을 지켜봤다. 현장 분위기가 좋으면 대박이라는 속설이 들어맞는다면, ‘터널’은 이미 게임 오버다. 후끈거리는 열기, 톡톡 튀는 아이디어, 끊이지 않는 웃음으로 연습실은 열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맛보기로 감상한 ‘터널’은 말초적이고 쇼적인 요소가 지배적인 브로드웨이 대작 뮤지컬의 반대편에 있었다. 캐릭터와 대사는 친근하고, 안무는 사랑스럽고, 음악은 감미로웠다. 특히 메인 테마곡은 귓가에 계속 맴돌 만큼 좋았다. 곳곳에 포진한 코믹적 요소도 극의 재미를 더했고, 전형적이지만 탄탄한 성장드라마의 구성도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기 충분했다.

‘터널’은 공연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감각을 다져온 서승만의 야심작이다. 뮤지컬에서 잔뼈가 굵은 허준호와 작곡가 송시현, 안무가 강옥순, 무대 디자이너 서숙진, 음향 디자이너 김기영 등 화려한 스텝에 남경읍 진복자 임유진 등 스타 배우가 힘을 합쳤다. 오디션에 만장일치로 합격한 민구 역의 신인 이신성은 눈으로 확인한 결과 ‘만장일치’할만 했다. ‘터널’은 29일부터 문화일보홀에서 공연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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