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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감옥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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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곳은 대전교도소 면회실에서였다. 노태우 정부에게 정권을 내준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는 대선패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필자가 7년째 까막소 생활을 하고 있는 대전교도소로 면화를 왔다. 대선패배로 감옥에 있는 민주화 동지들이 풀려날 기회를 잃었으니 면목이 없어서 인사차 왔다는 거였다.
그때 필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민주화세력이 분열되지 않았어도 87년 대선은 이기기 어려운 구도였는데 어떻게 두 분이 따로 선거에 나와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둘째 민주화세력의 분열의 상처가 깊은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계획인가 였다.
필자가 DJ와 직접 만나 당면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의외로 매우 솔직했다. 남탓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일체 그런 핑계를 대지 않고, 논리적으로 대답했다. 오히려 자신의 4자필승에 대한 오판이 부끄럽다며, 여의도와 보라매공원 집회분위기가 너무 좋아 꼭 이길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전에 필자의 모친(당시 민가협 의장을 맡고 있었다)이 감옥에 있는 이태복 동지의 ‘2백만 표 차이로 진다’는 얘기를 전해서 기분이 나빴었다고 말씀했다. 많은 참모를 두고 있었던 자신도 착각을 했는데, 감옥에 7년이나 갇혀 있는 사람이 어떻게 족집게처럼 투표결과를 맞췄느냐고 정말 궁금한 듯 반문했다. 그래서 감옥에 오래 있다 보니 헛것이 안보여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출소하면 꼭 만나자는 것이었다. 민주화세력의 분열에 대해서는 자신도 책임이 있는 만큼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길게 설명했다. 자신의 대선패배 원인을 크게 보면, 민주화세력의 분열이 크게 작용했지만 군부세력의 색깔공세, 지역대립, 관권선거를 주요하게 꼽았다. 따라서 자신은 색깔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자유민주체제와 시장경제를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역대립의 문제는 쉽지 않은 과제인데, 지역색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관권선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정한 선거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제 도입과 정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대중 총재가 면회를 다녀간 뒤에도 필자는 1년 가까이 더 까막소에 갇혀 있어야 했다. 출옥 이후 병원에서도, 동교동 사저에서도 몇 차례 만나 정치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거듭했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는 브로커 정치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정치를 하고 싶지 않고, 어렵고 힘든 이들을 직접 돕는 일을 하겠다며 고사했다.
그런데 97년 대선, 그러니까 87년 대선 이후 10년 동안 김대중 총재는 87년 대선패배의 주요원인으로 꼽았던 색깔공세, 지역감정, 관권선거의 문제를 풀기 위해 야당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움직였다. 주한미군 주둔 필요를 필두로 한 일련의 보수적 발언과 이른바 영남권인사를 끌어들이는 동진정책, 중간평가 유보를 지렛대로 장시간 단식 끝에 얻어낸 지방자치제 실시 등이 그런 것이었다. 지자체 실시 촉구단식장에서 만난 김대중 총재는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김대중 총재의 원내외 투쟁전략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대전 까막소에서 나눈 패배원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도 장애물이 극복되지 않으면 김대중 통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현실정치인인 김대중 총재는 색깔공세와 지역대립을 뛰어넘기 위해 몸부림쳐봤지만 지역대립의 벽은 높았다. 마침내 이 두 가지 벽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모험을 단행했다. DJP연합이 그것이다. 마침내 그는 소원하던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분단의 비원을 안은채 남북의 정상이 만나 평화공존의 초석으로 또다른 역사를 써나갔다.
이제 그를 떠나보내며 그가 이룬 역사의 높다란 산맥과 계곡의 어둠을 차분하게 응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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