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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농사를 포기하고 떠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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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1일 정식으로 한·칠레 FTA가 발효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FTA 발효 후 대 칠레 교역에서 3억2,000만달러 정도의 무역흑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FTA를 통해 산술적으로 얼마나 이득을 보건, 고통을 담보로 하는 부분이 틀림없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번 FTA 통과를 지켜보는 과수농가, 특히 포도농가는 망연자실 그 자체다. 포도의 현 관세는 45.5%. FTA 체결로 칠레산 포도가 생산되는 11월부터 4월에 한해 계절관세를 적용, 매년 4,55%씩 관세를 낮춰 10년 내 철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20일 대표적 포도 산지 가운데 하나인 경북 상주시 모동면을 찾았다. 마을 전체가 온통 포도밭이었다. 모동 포도는 지장산 자락에 있기 때문에 일교차가 커 알맹이가 탄력이 있고, 흙이 좋아 당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은 한창 하우스에 불을 넣을 시기다. 나무 손질도 해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한다. 한 해 농사를 잘 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삶의 의미를 잃은 듯 도무지 기운이 없었다.

“포도농가 쑥대밭 될 것”

“생산비는 자꾸 오르고 소득은 줄어드는데, 이제 값싼 칠레산 포도까지 관세를 낮춰 들어온다니 포도 농가는 쑥대밭이 될 겁니다.”

줄이고 줄여 2,000여평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황재웅(38) 씨는 FTA가 발효되면 포도농가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우스 시설재배를 하는 농가들은 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11월부터 4월까지 계절관세를 적용받는 칠레산 포도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6월까지 유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5월부터 출하되는 국산 하우스 포도와 그 시기가 겹친다.

한편, 정부는 포도농가에 대한 대책으로 노지재배로의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정부다운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1,000평짜리 하우스 한 동을 지으려면 7,000만원 정도가 들어요. 언제는 시설재배를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면서 돈을 빌려주고, 이제는 그걸 걷어내라니 말이나 됩니까?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대책을 내놓는지 모르겠어요.”

또 폐원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포도농사를 짓겠다고 융자받아서 생긴 빚이 1억5,000만원이에요. 다들 사정이 비슷해요. 폐원해봐야 보상금이 턱도 없어요. 농사를 포기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연대보증 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잖습니까. 설령 폐원을 한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농사밖에 모르는데 다른 대안도 없잖아요.”







경북 상주시 모동면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황재웅 씨는 "칠레산 포도가 들어오면 포도농가는 끝장"이라고 말했다.

“발로 뛰고 대책 내놔라”
“유통시기를 조절해보려고 집집마다 저온창고를 짓느라 난리예요. 그런데 그게 또 빚이거든요. 수확기에 내린 비에 맞아 알맹이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하우스는 못 하더라도 비가림은 해야 하니 그것도 빚. 도대체 빚 안 지고는 농사를 지을 방법이 없어요.”

포도나무를 손질하던 김영호(35) 씨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저온창고는 10평 면적에 1,500∼1,7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또 비가림 하는 데도 1,000평에 400~500만원은 든다.

비가 많이 내렸던 작년, 비가림을 하지 않은 농가는 수확을 거의 포기했다. 김씨의 경우도 그랬다.

“어디 볼 것 없이 포도송이가 다 떨어졌어요. 수확은 무슨? 살길이 막막합디다.”

재해로 인한 피해였지만 정부는 그에게 단돈 17만2,000원의 보상을 해줬다. 농약값도 안 되는 돈이었다. 벼농사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도농사야 망쳤건 말건 벼농사와 합쳐서 따지면 크게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계산법이었다. 그는 “일조량부족, 비로 인한 열과 등은 재해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이번에 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데 솔직히 못 미덥다”고 말했다.

모동면에서 만난 황씨와 김씨 그리고 다른 농민들 모두 정부가 탁상행정을 하지말고 직접 발로 뛰면서 현실을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과수농가에 직접 영향
FTA가 발효되면 피해를 입는 것은 포도농가뿐만이 아니다. 참다래도 연차적으로 관세를 줄여나가 10년 안에 완전 철폐한다. 따라서 참다래농가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다.

한국참다래연합회 정운천(59) 대표는 “기본적으로 가격경쟁은 힘들기 때문에 품질개선과 유통분야에서 승부를 걸어볼 셈이지만 힘들다”면서 “정부가 시장을 열어버렸으니 우린 목숨을 걸고 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과와 배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 2000년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우리나라에 수입됐을 때 유사종인 감귤농가만 타격을 받은 게 아니었다. 거의 모든 과수농가가 휘청거렸다. 소비자들은 한정된 돈을 가지고 과일소비를 하는데 오렌지를 많이 사게 되면 다른 과일은 적게 사게 마련이다.

참다래처럼 10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지만 유통시기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정부가 말하는 복숭아나 도하개발아젠다(DDA)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 감귤이나 위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제주도 상예마을 감귤작목반 오병석(59) 회장은 “칠레산 포도가 들어오고 순차적으로 다른 과일 관세가 철폐되면 감귤농가는 끝장”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에 따르면 감귤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폐원농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 역시 올초 3,000여평에 달하는 노지 감귤나무를 모두 뽑아 버렸다. 그는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FTA가 발효되면 모든 과수농가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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