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는 업체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등 악재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상장 철회나 연기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약물 설계 전문업체 보로노이는 최근 공모 철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회사는 최근 주식시장 급락 등에 따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 주관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과의 협의를 통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로노이는 지난 14~15일 이틀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바 있다. 희망 공모가는 5만~6만5000원,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6667억~8667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이 기대치에 미달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4월 코스닥에 신설된 시장평가 우수 기업 특례(유니콘 특례) 제도를 활용해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유니콘 특례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경우 전문평가기관 한 곳에서 A등급 이상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예심 청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회사는 향후 시장 안정화 시점을 고려해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신재생에너지 기업 대명에너지가 공모를 철회한 바 있다. 대명에너지 역시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가 나와 다음 시기를 기다리게 됐다. 대명에너지의 공모 희망 밴드는 2만5000~2만9000원으로,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4443억~5153억원 규모였다. 이밖에 퓨쳐메디신과 미코세라믹스,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등도 줄줄이 IPO 일정을 철회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올해 IPO 대어로 꼽힌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 1월말 공모를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공모가 희망밴드는 5만7900~7만5700원, 예상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00억원 규모였다. 업계에서는 상장 후 몸값을 10조원대까지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00대 1 수준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형주 공모주 중 가장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크래프톤의 243대 1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전체 공모 예정 주식에서 신주 모집에 비해 구주 매각 규모가 4배 많아 대주주를 위한 IPO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효력은 승인 후 6개월간 유지된다. 오는 6월6일 전까지 심사를 다시 받지 않고 공모 재추진이 가능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 재추진은) 구주 매각보다는 신주 모집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최대주주의 현금 확보가 최우선 목적으로 인식되는 공모 작업을 그대로 다시 진행한다면 시장의 외면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