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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업, 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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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취업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나이도 30세를 훌쩍 뛰어넘은 ‘중견 신입’이 느는가 하면, 한창 능력을 발휘할 30~40대 마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다니는 실정이다. 2009년 7월, 취업 현장을 집중 해부해 본다.
청년 취업자수 환란 후 ‘최악’
경기실적은 좋아지고 있다지만 일자리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취업자는 환란 후 ‘최악’에 이르고 하반기 취업 전망도 ‘흐림’이다. 20~30대 고용시장에서 ‘3저(低)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자리수, 대졸 초임, 평생 소득이 동반 하락한다는 의미다.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5월 20,30대 취업자는 평균 962만3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994만5000명)에 비해 32만2000명이나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41만8800명)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특히 30대의 경우 취업자수는 2월 -16만, 3월 -19만, 4월 -23만, 5월 -21만명 등으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30대의 고용상황이 두드러지게 나빠지는 것은 다른 연령층보다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995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령별 취업자수 증감률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50대는 0.36, 40대는 0.77로 비교적 상관관계가 낮은 반면, 15~29세와 30대는 0.85와 0.84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불경기로 청년층의 신규취업 자체가 어려워지는데다, 단기 취업을 한 젊은층이 직장을 잃는 경우가 많아 젊은층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자리 감소 뿐 아니라 임금도 줄고 있는 것도 3저 현상의 한 부분이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4월 조사에서 330개 상장사의 올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작년보다 대기업의 경우 162만원, 중소기업은 90만원씩 줄었다.
공공기관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역시 정부 권고에 따라 모두 223곳에서 많게는 1000만원 넘게 삭감됐다. 전문대나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임금 기대치와 실제로 받는 임금 수준을 비교한 수치는 2002년 80%에서 2007년 60~70%대로 낮아졌다.
일자리 감소, 임금삭감과 더불어 청년 실업자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소식은 이들이 장래 얻게 될 평생 소득마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5세 청년이 1년간 미취업 상태에 머물 경우 평생 2억8000만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1년치 소득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낮추는 하향 취업으로 임금 수준이 낮아지고 다른 기회비용까지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최근 청년층 일자리 감소폭이 전체 일자리 감소폭을 웃돌면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임금 수준 하락과 장기 소득 상실까지 겹치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0~40대도 고용사정 악화
따라서 젊은층의 취업난이 근원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의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직무대행은 “20, 30대가 취업난으로 임시, 일용직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청년층의 취업난은 고령자에 비해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한창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30~40대 연령층도 ‘최악’의 실업사태를 보이고 있어 국가적 손실이 막대하다. 40대의 2분기 취업자수는 656만1000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2만7000명(0.4%)가 줄었다. 분기별 40대 취업자수는 환란으로 경제가 휘청대던 1998년 4분기에 -2.1%를 기록한 이후 10년 넘게 플러스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맞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우리 사회의 중추를 형성하는 중간 연령층의 고용사정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20대의 경우, 정부에서 주도하는 청년 인턴사업에, 50대 이상은 희망근로 사업에서 혜택을 입은 반면, 30~40대는 특별히 도움이 될 만한 지원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희망근로사업의 경우 국민경제에 소비 진작 효과를 불어넣고 전반적인 취업자수를 늘리는데 힘을 발휘하고 있으나 직장을 잃은 30~40대 가장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취지는 잘 못 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시행한 청년 인턴제에 대해 젊은층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부산 지역 20~30대 1222명을 대상으로 청년인턴제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66%(810명)가 반대했고 30%만이 찬성했다.
반대 이유로는 “몇 개월이 지나면 다시 실업자가 되어 근본적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찬성 이유는 “단기간이지만 경험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국형 청년 니트족’ 113만명
실업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처음 취업하는 신입사원들의 평균 나이가 높아지고 있다. 인크루트가 4년대졸 직장인들의 이력서(3만7000여건)를 분석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입사 나이가 최근 10년간 2.2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2008년 신입사원 평균 나이가 남성은 만 28.7세로, 10년 전인 1998년(26세)에 비해 2.7세 많았다.
또 여성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는 1998년 23.5세에서 지난해 25.6세로 2.1세 많았다. 이에 따라 남녀를 합한 입사때 평균 나이는 1998년 25.1세에서 2008년 27.3세로, 10년 사이 2.2세 높아졌다. 대졸 신입사원의 이같은 고령화 현상은 고학력층의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졸업 미루기’를 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쿠르트 이광석 대표는 “대학생들이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가거나 경력을 쌓는 등 전반적으로 졸업을 늦게 하는 세태가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취업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청년 니트족’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성균관대 인적자원개발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발간한 ‘청년니트 해부: 청년니트족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한국형 ‘청년 니트족’이 113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니트’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약어로 1999년 영국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용어로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선진국에서 실업률 보조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한국형 청년 니트족을 ‘소수의 괜찮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장기간 취업 준비 상태에 머물면서 일도 하지 않고 적극적인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구직자’들로 정의했다.
취업 준비형 알바 ‘인기’
구체적으로 이들은 15~29세 인구 중 무급 가족 종사자, 실업자, 구직 단념자, 취업 준비자, 사정상 쉬지만 취업 의사가 있는자에 해당된다. 이런 기준에 따라 2008년 상반기 니트족은 11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청년층 실업자 32만8000명의 3.4배에 이른다. 2008년 기준 니트율(전체 청년 인구 대비 청년 니트자수)은 공식 실업률의 2~3배에 달했다.
특히 대졸자의 니트율이 실업률의 3.1배로 고졸(2.5배)이나 전문대졸(2.3배)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졸자들이 실업 상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꺼리면서 취업 준비기간을 장기화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보고서는 노동시장 인력 수급 불일치와 중소기업의 고학력자 흡수 기능 저조, 정규직 과보호와 고임금으로 인한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 위축 등의 문제점들이 청년 구직자들 니트 상태에 빠트린다고 지적했다.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생들 사이에선 취업 준비형 아르바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몸이 고달프고 보수가 적더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취업진로지도팀이 운영하고 있는 ‘방학 중 학점인정 인턴 제도’가 대표적. 인턴을 뽑는 회사에 지원한 뒤 합격하면 신청을 받아 1개월에 160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 계절 학기 1학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학점을 인정받으려면 사전 직무교육에 참가하고 매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기업체평가서까지 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되지만 취업 대비와 학점 관리를 함께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연세대은 이와 별도로 노동부가 지원하는 ‘청년직장체험프로그램’에 100명의 학생을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업체에서 2개월 연수를 받으면 월 4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서강대는 올해 여름방학부터 2개월짜리 청년직장프로그램을 수료하면 교양 3학점을 주며 이화여대도 이 프로그램에 1학점을 인정할 방침이다.
하반기 실업난 더욱 심각
서울 자치구가 여름방학에 맞춰 선발하는 행정 아르바이트도 여전히 선호한다.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은 데다 냉방시설이 잘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간단한 행정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강동구가 27명 모집에 1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38대1로 가장 높았고 금천구 16.7대1, 구로구 12.5대1, 동작구 11대1, 송파·강남구가 나란히 10대1, 서초구 8대1, 성북구 7.5대1 등을 기록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다소 힘든 일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전통적으로 선호해 온 과외 등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갈수록 찾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 취업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3분기에는 구조조정 등으로 전체 취업자수가 약 25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최악의 실업난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상용직이 흔들릴 수 있는데다,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체 등이 도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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