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9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사회

은평구 복지관 ‘명가수’ 이상숙

URL복사
무료 노래강습, 자선공연으로 이웃의 아픔 보듬어

막바지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9일, 녹번동에 위치한 시립은평종합복지관 분소 어르신전용문화센터에 40~50대 중년에서 흰머리 송송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20여 명의 주민들이 열심히 합창하고 있다. “운명이 나를 안고 살았나 내가 운명을 안고 살았나 굽이굽이 살아온 자국마다 다시 바뀔 서러운 내 인생….” 노래 ‘인생’의 가사를 음미하듯 눈을 감고, 손으로 장단을 맞추며 그들은 음악에 심취했다. 강단 앞에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조그만 체구의 한 여성이 노래를 하고있다. 현란한 액션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그녀는 노래교실 강사 이상숙(69) 씨다.


은평구 내 복지관 5곳 봉사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음을 과시하는 이씨는 올해로 6년째 은평구 내 복지관 5곳에서 무료로 노래 강습을 하고 있다. 녹번 어르신전용문화센터만 장소가 작아 20여 명 안팎이지 홍제4동 문화교실 등 다른 곳은 40~50명 정도로 꽤나 규모가 크다. 그나마도 이씨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150명 가량이 모였는데 사정상 간추린 것이다.

“살아온 시대가 비슷하다보니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교감하는 부분이 많아 노래 부르다 함께 눈물 글썽인 적도 많죠. 선생이전에 친구나 언니, 누나, 동생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이씨는 마을 단위 부설복지관을 위주로 활동하는데 백화점 문화센터는 고사하고 본 복지관에도 나오기 힘든 시간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열악한 노인들을 위해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손자들을 돌보느라 외출이 힘든 노인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곳으로 이씨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맞벌이 자녀를 둬 손자를 업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미안해서 올까말까 망설이는데 언제든 환영이죠. 아이가 울면 같이 달래면서 모두 즐겁게 노래하는 게 가장 좋은 거잖아요.”


노래로 메마른 정서에 여유를

이씨가 노래교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은평복지관에서 노인문제에 관한 특강을 듣다 특기를 적어내라는 강사의 요청에 ‘노래’라고 쓴 것이 계기가 됐다. 20년 전부터 그저 노래가 좋아 작곡가들에게 레슨을 받고, 꾸준히 악기며 발성 연습을 해 온 터라 실력은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이미 1995년부터 서울과 수도권 복지관,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하면서 수차례 자선공연을 펼친 ‘가수’였다. “노래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그렇게 적었는데 복지관에서 수업을 맡아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하더라고요. 제 기술을 누군가에게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에요. 당장 좋다고 했죠.”

그렇게 시작한 노래교실은 처음엔 두세 명이었지만 곧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수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인원수가 아니라 그들의 입을 열게 하는 데 있었다. “입을 꽉 다물고 마치 싸우러 온 것처럼 노려보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하며 그때를 회상한 이씨는 “3개월 정도가 지나자 모두들 표정도 밝아지고 열심히 따라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수업 1시간 전부터 노래 연습을 하고 있을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다.

“무표정했던 그들이 이제는 얼마나 잘 웃고 밝아졌는지 몰라요. 이게 다 음악의 힘이죠. 팍팍한 생활로 정서마저 메말라 있던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아준 것 같아 기뻐요.”


“베풀수록 자신이 행복”

1998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 지도위원으로 위촉될 만큼, 또한 각종 노래자랑 심사위원을 지낼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이씨는 지금도 수업하기 전 50번 넘게 연습한다. 가장 최상의 노래를 들려주고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를 만나는 낙으로 일주일을 견딘다는 분들도 있는데 어찌 대충 할 수 있느냐”며 이유를 설명한 이씨는 트로트에서 발라드, 댄스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노인들이라고 트로트만 좋아하지 않아요. 김건모의 ‘제비’를 부를 때면 얼마나 신나하는데요. 아이들이 앞에 나와 춤도 추고 완전히 잔치 분위기가 따로 없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정을 나누는 게 행복하다는 이씨는 2002년에 불우청소년을 위한 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전부를 성금으로 기탁할 정도로 적극적인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지금까지 받은 감사장과 표창장을 다 세지 못할 정도인데 특히 1998년 홍제동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목동14단지 부녀회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을 했다. 1989년 초대회장을 지내면서 독거노인 네 명과 지체장애인시설 ‘천사의 집’에 지속적인 후원을 한 것은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아파트 단지 내 발전도 중요하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좋은 일을 하다보니 주민들 단합도 잘되고 이웃간에 친분도 좋아지더라고요. 베풀수록 자기가 행복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아흔 살 할머니 가수’를 꿈꾼다

이씨는 “욕심 내지 않고 서로 양보하는 따뜻한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그런 바람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하면 가슴 속 응어리가 풀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러다보면 삶이 행복해지고 희망이 생기죠. 제가 노래를 전파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에요.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싶어요.”

목소리가 안나올 때까지 계속 활동할 거라는 이씨는 ‘아흔 살 할머니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고 말한다. 그 나이에도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이다.

이씨는 오는 3월 자신의 첫 음반을 취입한다. 타이틀은 이산가족 상봉을 주제로 한 ‘금강호 봉래호’. “신곡이 잘 돼서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이씨는 “물질적으로도 많이 베풀고 싶다”며 속내를 비쳤다.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은 물론이고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아 생활고로 이산가족이 된 사람 등 모든 아픔을 가진 가족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할 거예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마세요.’”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내란전담재판부, 공정 재판 vs 입법독재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그동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강력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 될 위험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1·2심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다. 관련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판사 3명도 추가 임명하기로 했다. 내란전담재판부·영장전담법관 추천은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맡고,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1명, 법원 판사회의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씩 추천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안에는 위헌 논란이 있던 ‘국회 추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판사의 구성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은 삼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BTF 푸른나무재단, 한국최초! 바티칸 교황청 초청으로 AI 시대 청소년 보호 제안 연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BTF 푸른나무재단(이사장 박길성)이 유일한 한국 연사이자 전 세계 NGO 최초로 2025년 9월 11일~12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교황청 신학학술원 국제세미나에 공식 초청받아 패널 연사로 발표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임명받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교황청 신학학술원장에게 직접 초청을 받았다. 교황청 국제세미나는 “창조, 자연, 환경,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전 세계 종교·학계·문화·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여 인류와 피조물의 공동선을 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개최되었다. 세미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추기경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교황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도덕적 위기에 함께 맞서며 평화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제적 협력과 피조물(생명)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BTF 푸른나무재단 박길성 이사장은 ‘피조물의 찬가 –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옹호(청소년 위기 문제)’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 지난 30년간의 재단 활동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와 AI 시대의 새로운 폭력 대응 과제의 시급성을 공유하며, 국제사회에 새로운 규범 마련을

문화

더보기
추석 연휴 끝자락 ‘여유작 콘서트’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보름달처럼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추석 연휴 끝자락에 ‘여유작 콘서트’를 개최한다. ‘여유작 콘서트’는 가을 하늘 아래 국악마당에서 열리는 야외 힐링 콘서트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가족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 인근 주민 등 다양한 관객층이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감상하며, 도심 속에서 국악을 더욱 친근하게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공연에는 대중 친화적인 색깔로 사랑받고 있는 두 팀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10월 8일 무대에 오르는 삼산은 고향 삼산면에서 이름을 따온 싱어송라이터로, 미디 사운드에 가야금, 해금 등 한국적 색채를 더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재치 있는 가사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신예 국악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9일에는 ‘듣는 이의 마음(心)을 풀어주고 채워주는(Full) 음악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심풀이 무대를 꾸민다. 심풀은 소리꾼 3인(김주원, 박유빈, 김소원)과 해금(서지예), 타악(강경훈), 건반 연주자(김세움)로 구성된 판소리 그룹으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감각으로 전통 판소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