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한국전력이 지난해 전력 판매량이 늘었음에도 연료비 인상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아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를 냈다. 문제는 올해도 국제 연료비 상승세가 이어져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한전은 '재무위기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2021년 영업손실이 5조8691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지난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은 저유가 효과로 4조862억원의 영업흑자를 낸 바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력 판매량 증가 등으로 2조55억원 늘어난 60조5748억원이었다. 그러나 영업비용도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증가 등으로 11조9519억원 늘어 66조4349억원에 달했다.
이에 한전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치솟았던 당시 기록한 2조7981억원이다.
지난해 전력 판매량은 제조업 평균 가동률 증가 등으로 4.7% 증가했다. 그러나 치솟은 연료비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봤다.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 안정을 감안해 지난해 2·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해 판매단가가 하락, 전기판매 수익은 2.7% 늘어난 1조4792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자회사 연료비는 4조6136억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5조9069억원 늘었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2020년 킬로와트시(㎾h)당 68.9원에서 지난해 37% 늘어난 94.3원을 기록했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LNG 발전량이 늘고 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비율이 기존 7%에서 9%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발전 설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기타영업비용은 1조4314억원 증가했다.
한편 한전이 국제 연료비 상승세가 이어져 올해도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내 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국민 생활 안정 등을 감안해 동결했다. 다만 4월과 10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1킬로와트시(㎾h)당 4.9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1㎾h당 2원 오른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요금 인상이 시작되는 2분기 전까지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고, 요금 인상보다 원가 상승이 더 크다"며 "현 요금 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고, 80달러 내외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2022년 1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두바이유의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일 때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가 12조80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한전은 연료비 추가 상승 등이 예상됨에 따라 고강도 자구 노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재무위기 대응 비상대책위'를 설치해 전력공급비용 절감, 설비 효율 개선,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한다.
석탄 및 LNG 등 연료비 절감 노력도 강화한다. 전력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 개편에도 나선다. 이 밖에 연료비 등 원가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