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3 (일)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고달픈 삶, 이야기로 위로하다

URL복사
‘에로스’ 라는 주제로 다섯 명의 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홍글씨’의 변혁,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내 마음의 풍금’의 유영식, ‘여고괴담2’의 민규동, ‘선물’의 오기환. 이름만으로도 기획의 무게를 짐작케 하는 이들 중견 감독들이 모여서 ‘오감도’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각기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소통을 통해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갖춰지는 멀티 플롯 구조를 지향, 이번 작업을 통해 이들은 한국 기획 영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오감도’ 프로젝트에서 매력을 느낀 점은.
변혁 : 짧다는 것. 여행처럼 가볍게 다가오는 기분 좋은 설렘을 느꼈다. 모처럼 술자리에서나 만났던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돼서 즐거웠다. 사실 각자의 작업 때문에 많이 만난 적은 별로 없었지만 기획 자체가 재미있었다.
허진호 : 다섯 명의 감독들이 공통된 테마를 가지고 각자가 생각하는 에로스 또는 어떤 감각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 보자는 기획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서로 간의 아이디어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운 작업이었던 것 같다.
유영식 : 다섯 가지 색, 다섯 가지 입맛, 다섯 가지 재미. 이런 독특함으로 기획했고 한 울타리로 엮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며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해서 완성한 만큼 조금 모자라더라도 즐겁고 재미있게 봐준다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다.
민규동 : 작은 그릇에 더 넓고 깊은 세계가 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작고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그런 영화 만들기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오기환 감독 : 다섯 명의 감독이 다섯 개의 감성을 표현한다는 기획 자체가 당연히 좋았다. 그것보다 더 좋았던 것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하나씩 하고 싶었는데 신파 멜로(‘선물’), 로맨틱 코미디(‘작업의 정석’), 공포(‘두 사람이다’). 다음으로 에로 분위기 물씬 나는 작품(‘오감도’)을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새내기 초심에 맞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됐던 것 같다. 연극영화과 출신의 신입생들과 선후배가 모여서 실제로 촬영하는 작업들에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변신로봇을 비롯한 많은 경쟁작들과 마주하게 됐는데 그 부분에 대한 소감은.
변혁 : 일단 기획하고 촬영할 때는 변신로봇 걱정은 전혀 못했다. 차라리 지금 상황이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창 블록버스터들이 나올 때 영화의 모양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잘 됐다 싶다. 나중에 좀 핑계거리가 될 수 있고. (웃음)
허진호 : 질문이 좀 어려운 것 같다. 작은 영화라곤 하지만 색다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유영식 : 작지만 여러 사람들이 힘을 맞춰서 단란하게 만든 영화다. 물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예산을 많이 들여 현란한 CG같은 걸 쓴 영화도 있지만 그런 입맛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이 같은 영화를 선보이는 것도 카운터파트너로서 굉장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규동 :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 만들 때는 이 영화가 개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도 개봉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행복하다. 만들어지지 못한 많은 드라마들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이 기적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다른 거대 영화의 환경이나 이런 것은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그냥 이것 자체가 일단 행복한 선택이다.
오기환 : 그쪽이 변신로봇이면 저희들은 뭐 똘이장군인데…. 아 글쎄, 독수리오형제일 수도 있겠다. 그게 결국은 크기의 싸움이 아니라 관객들이 어떤 것을 원하느냐는 싸움 같은데 저희들이 담고자 한 컨텐츠가 충분히 재량 있다고 본다. 그리고 ‘트랜스포머’가 아니었으면 더 빨리 개봉 했을 것이다. 서서히 역전하는 모습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로스’ 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변혁 : 특별히 에로스라는 틀에 가두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허진호 : ‘기억’에 대한 접근을 가지고 에로스를 떠올려 봤다. 후각이나 촉각에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지금의 경험이 아닌,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환기가 되는 부분들을 에로스라는 테마에 맞게 생각해 보았다.
유영식 : 각자 상상의 세계로. 현실이 비현실이고, 비현실이 현실이 될지니, 관념이 현실로 오면 멜로도, 호러도, 서사도, 비극도, 코미디도 이 모두가 에로스가 될 수 있다.
민규동 : 인간 맘 속 깊이 침전된 욕망이 그걸 껄끄러워하는 관습과 시스템에 부딪칠 때 나는 매혹적인 마찰음
오기환 : ‘어느 시간, 어느 장소, 어느 이미지를 보고 사람의 맘이 요동치고 흥분되는 바로 그 순간’ 이 바로 에로스 아닐까.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각자 어떤 생각을 통해 소재를 발굴하게 됐는지, 그리고 감독들 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변혁 : 사람들이 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들도 많고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항상 관심을 두는 게 있지 않나? 보이는 것 뒤에 어떤 배경이 있나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에피소드를 썼던 것 같다. 감독 분들 만나고 배우게 된 것과 자극을 받게 된 부분은 작가적으로나 연출가적으로 물론 존경스러운 부분이 일차적이었지만 그것을 떠나서 네 분 감독 모두 제작에 관해서도 굉장한 의지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제가 부족하게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이분들만의 성향이 아니라 이미 한국영화계에서 작업을 여러 편 하는 감독들에게는 정말 할 수 없이 생겨난 능력이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평상시에는 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언제부턴가는 투자를 끌어들이는 어떤 기획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다가 갑자기 현장 가서는 감독 타이틀로 그 자리에 앉아 있게 되는 것이 지금 감독의 위치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고 대단한 존경심과 더불어 자극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또 씁쓸하기도 해서 복잡 미묘했다.
허진호 : 처음에는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이 감독 다섯 명이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서론부터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그때 나왔던 이야기들이 어떤 감각에 대한 얘기, 시각이나 후각이나 청각, 촉각 이런 것들을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저는 그 중에서 후각적인 것들을 가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제가 제일 먼저 영화를 찍어서 그런지 약간 제 작업만 좀 다르게 나온 것 같아 통일성이라는 측면에서 달라진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감독들과 같이 일하면서 각 영화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어떤 ‘색깔’이라는 것들이 참 다양하다고 느꼈다. 처음 이 이야기를 기획하면서 상상력이나 이런 것들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유영식 : 전체적인 이야기를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의 제작방식과 좀 다른 방식으로 선택됐다.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선택돼 있고 그 시나리오에 맞춰서 맞는 배우와 연기자와 스탭이 구성돼 진행된 것이 아니라 다섯 감독들이 모여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관객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던져보자”라고 하다가 그렇게 생각이 모인 후에 투자가 됐고 시나리오를 써서 ‘에로스’라는 컨셉을 갖고 각자가 나름대로 잘 해석한 재미있는 영화를 해보자고 했다. 씨앗을 심어서 열매를 맺어 과일을 딴 것이 아니라 우리는 큰 범위부터 시작을 해서 숲 속에 있는 황금사과를 따는 그런 형식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시행착오도 있었고 어려운 점도 있었고 이렇게 좋은 연기자 분들이 들어올지도 굉장히 궁금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잘 도와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 네 분의 감독들에게 너무 많이 배웠다. 개인적으로 여러 번 이 영화를 본 사람인데 정말 감독 네 분 호흡이 너무나 다르고 갖고 있는 영상색채나 기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심히 보면 각각의 영화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기대할 점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민규동 : 처음에 에로스를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 그런 기회가 너무 반가웠다. 굉장히 하고 싶었고 18세 이상 관람가는 한 번도 못 만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막상 만들려고 하니 너무 어려웠다.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을 표현해야 하고 배우들도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어야 되고 조화도 맞아야 하기에 정말 힘들었다. 그런 고민이 들던 차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만든 것이 10년 전인데 개인적으로 10주년이 된 시기에 이와 같은 영화가 나온 것은 그 어떤 기억들, 이를테면 그 영화의 두 주인공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계속 사회에 나와서 사회화되고 어른이 되고 힘겨움을 갖고 살고 그 서러움과 욕구를 갖고 산다면 어떻게 살까? 그런 간단한 질문을 갖고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
오기환 : 일반적인 영화감독이라면 각자 선정적 소재를 찍고 싶다는 프로파일들이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제가 찍은 에피소드는 ‘언니네 이발관’의 ‘순간을 믿어요’라는 노래에서 시작됐다. 그 노래의 제목을 들었을 때 이런 내용을 갖고 영화를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써놓은 장편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획으로 들어가면서 그 중 ‘순간을 믿어요’라는 프로젝트를 꺼내서 이 주제와 규모에 맞게 조정해서 영화를 찍었다. 이 프로젝트들 중에 “내가 제일 천하구나”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 좀 더 격을 높이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되는 그런 감독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그런 반성을 하게 된다.
민규동 감독의 ‘치명적인 사랑’에 대한 질문인데, 동성애적 부분을 판타지적으로 엮은 것은 관객들에게 덜 불편하게 다가가게 하려고 한 것인 것인지 궁금하다.
민규동 : 판타지라는 현실을 택한 것은 특별히 뭔가를 중화시키거나 그럴 목적은 아니었고 욕구가 너무너무 절실하면, 이 영화에 ‘블루밍카드’라는 매체가 나오는데 그런 매체에 자신의 욕구가 반영돼서 실체를 통해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그렇게 어필되는 어떤 이미지?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떠올라서 자연스럽게 판타지스러운 형식을 취하게 된 것 같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방송3법·노란봉투법, 여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 통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방송3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중 국회법에 따라 토론을 중단시키자는 민주당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방송3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토론 종료냐" "이렇게 진행하는 게 어디 있느냐"라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몇 시간을 준비한 토론 절차를 생략하면 국회랑 의회는 왜 있나.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소수의 의견 표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법사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일방적인 법안 상정과 발언 기회 박탈을 놓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이 법사위원장이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한때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수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KNSO아카데미 ‘컬러풀’ 공연...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협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오는 8월 20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NSO아카데미 5기 청년 교육단원들의 성과를 담은 무대 ‘컬러풀’을 선보인다. KNSO아카데미는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무대 경험과 실무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역량을 갖춘 차세대 음악가를 양성하는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초 통합 공모를 통해 교육단원 60명이 선발됐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한 이들은 국립심포니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내한한 세계 유수 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솔리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국제적인 수준의 밀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또한 올해 총 14회의 실내악 및 지역 공연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과 앙상블 역량을 실전에서 체득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상반기 동안 갈고닦은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현대음악, 협주곡, 교향곡을 아우르며 단원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의 포문은 김은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만화경’이 연다. 2023년 ‘작곡가 아틀리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국립심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