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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학로에 희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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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하면 충무로가 생각나듯 ‘연극’하면 대학로가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 대학로는 ‘연극의 거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술문화’를 토해내는 유흥업소만이 즐비하다. 공연장들은 뒷골목으로 밀려나고, 많은 수는 사라졌다. 그나마 문을 연 극장들도 벗기기 연극이나 개그콘서트 류의 공연을 펼쳐야만 관객이 모인다. ‘정통’ ‘실험적’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간 배우보다도 적은 수의 관객과 마주해야 한다. 때로는 아예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다. 과연 ‘연극의 거리’ 대학로에 봄날은 올 것인가?














 


문제는 ‘돈’
김숙현 연극평론가는 작년 한해를 “암울”이라고 평한다. “재공연만이 판을 치고 창작극은 찾아보기 힘든, 발전 없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흥행성을 인정받은 ‘안정빵’만을 기획하다 보니 얻어진 결과다. 그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돈’이다.

대학로 소극장 대관료는 평균 일일 45만원정도로 매우 비싸다. 잘 나가는 연극이라고 해도 최소 두 달은 공연해야 그나마 본전치기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수익이 보증된 흥행작을 재탕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부르면 달려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정하 연출가는 “경제적 궁핍과 질적 저하는 큰 상관이 있다”며 “독일의 경우 공연비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연극인이 작업을 못 할 때는 실업으로 인정, 최저 생계비를 주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문예진흥원에서 매년 작품을 선정, 지원하고 있지만 선정기준 공정성에 대한 의혹으로 연극인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오유경 연출가는 “이름 있는 극단이거나 심사위원과 인맥이 있는 극단에 몰아주는 것이 예사”라며 “공모작을 신청 받을 때 최소한 1년 전에 세부계획이 나와 각 극단에서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창작 초연극과 고전극, 이미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에 골고루 지원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평론가도 “지원작 선정에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못한 상태”라며 “지원금 분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2월에만 공연이 몰려있는 등 해야만 하니까 하게되는 공연이 난립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작가는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차라리 1년간 무료 대관을 해 어떤 연극이든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다음, 그 중에서 좋은 작품을 선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속내를 보였다.


‘삐끼’가 망친다
어쨌든 자본을 어렵사리 마련해 작품을 무대에 올렸더라도 관객이 들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작년 상반기부터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연극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전국소극장연합회 주훈 기획실장은 “영화나 TV 등 다른 흥미거리에 관심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연극 관객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덧붙여 “호객꾼들의 상행위도 관객이 떨어져나가게 하는 원인”으로 제시했다. “관객이 첫 작품을 무엇을 봤는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연극에 관심을 갖느냐 아니냐가 크게 좌우되는데 근래 호객꾼에 의해 질 떨어지는 공연을 보고 나쁜 인상을 갖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주 실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대학로를 찾는 60% 이상이 공연을 처음 관람하는 이들이고, 그들의 많은 수가 일명 ‘삐끼’들의 손에 이끌려 공연을 보게 된다. 호객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해서 본 연극이 매우 허술하고 질이 낮았다면 그때는 ‘폐해’로 작용한다. 한 번 체한 음식을 다시는 먹고 싶지 않는 것처럼 다시는 ‘비싸고’ ‘재미없는’ 연극을 보기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홍보 부족도 관객이 찾지 않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연극전문기자들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고, 일간지 등에 할애되는 관련 기사는 매우 부족하다. 언제, 어디서 하는지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

근본적 원인은 자극적인 영상문화가 주를 이루는 대중문화의 흐름에 있다. 뮤지컬처럼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TV나 영화만큼 감각적이지도 않은 연극은 관객에게 밋밋하게 다가올 뿐이다. 특히 좀 더 ‘머리를 쓰고’ 봐야하는 연극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공동제작 활성화
그러나 대학로의 ‘봄날’을 위해 연극인들은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공동제작 활성화다. 극장, 극단, 기획사가 기획단계부터 제작, 홍보, 마케팅 등에 함께 참여하고 지분형태로 이익을 분배하는 시스템으로 극단은 대관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극장은 실력 있는 연출가와 배우들을 미리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홍보만을 전담해 온 기획사도 공연이 흥행했을 경우 경제적 이익이 크다는 이점이 있다. 이것의 모델이 작년 한해동안 펼쳐진 ‘生연극시리즈’다. 기획사 ‘이다’ 극단 ‘차이무’ ‘동숭아트센터’가 손잡고 공동제작한 이 프로젝트는 총 관객수 4만3,000명에 평균 관객 점유율 102.6%라는 대성공을 거뒀다. 기획사 ‘이다’의 강민경 홍보담당자는 “공동제작을 하면 극단과 극장이 자기 일에만 충실할 수 있어 작품의 질이 향상돼 관객이 더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生연극시리즈’는 연극 발전을 위한 방법의 하나를 제시했다. ‘生연극시리즈’의 발전형태라 할 수 있는 올 한해 열리는 ‘연극열전’은 10개 극단이 참여, 작품을 올린다. 이것은 하나의 프로젝트에 여러 극단이 참여함으로써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 교류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더 많은 극장이 참여하여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흥행작 위주가 아닌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이 포함된다면 소극장 부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극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연극축제와 작년부터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쳐지는 야외무대도 연극인들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리고 ‘한양레퍼토리시어터’처럼 극단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자체공연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대관료에 들어가는 제작비를 아껴 작품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아 부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좋은 작품만이 살 길
무엇보다도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해제 연출가는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갖춘 완성도 높은 연극을 만든다면 관객은 자연스레 뒤따라 올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 전 내부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숙현 평론가도 “의식 있는 극작가와 연출가가 부족하다”며 “유능한 인재 양성과 자체내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배우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대학로가 충무로의 배우 공급처가 되고 있는 실정에서 ‘떠난 자’들이 돌아와 주는 것은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이 연출가는 “배우는 배우일 뿐, 영화와 연극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고, 연극판에서 노하우를 쌓아 영화로 진출했다고 배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잘못”이라며 “다만 배우들이 양쪽 모두를 교류해주는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매년 꼭 한번은 무대에 서겠다고 약속한 배우 조재현이나 작년 ‘비언소‘로 대학로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류승범, 오는 4월 ‘해일’로 연극무대에 진출하는 유지태 등은 ‘배우 기근 현상’을 앓고 있는 연극계에 일종의 ‘단비’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평론가는 “연극이 문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확신은 아직 할 수 없다. 하지만 연극인 스스로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노고들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평하면서 “인간의 말이 존재하는 한, 연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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