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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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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덥고 찌는 듯 덥다. 피서철이 되면 북적이는 인파에 시달리기 싫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아예 일찍 다녀오기로 했다. 군대생활을 함께 한 김부칠 사장이 몇 년 전부터 울진 금강송 군락지를 가보자고 권유했었는데, 시간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2년 전에도 5대거품빼기 캠페인을 하면서 영덕, 울진을 거쳐 낙동정맥과 소맥산맥을 넘어 영주, 봉화에서 강연회를 했는데도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지 못했다. 그래, 한번 가보자. 금강소나무의 자태와 군락지의 모습이 어떤지를 직접 보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보아야 할 듯 싶었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도 않았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도중에 들러볼 곳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부석사부터 들렀다. 눈에 띄었던 것은 여러 보물들이 아니라 망루에 걸려있는 김시습의 시 한 수였다. 어쩌면 필자의 심사와 똑같았을까?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출가하여 설금(雪岑)이라는 법명으로 불리기도 한 김시습의 탄식과 별유천지 같은 봉황산을 뒤로 하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산굽이를 넘어 울진의 소광리로 찾아든 것은 늦은 오후였다. 비포장도로 덕분인지 소광리는 아직 울진 산속의 냄새가 그대로였다. 도시에서 실어온 매연냄새도 천편일률적인 관광지의 상처도 없었다. 몇 가구가 예전 화전민들이 일구던 터에서 산나물을 뜯고 송이와 한약재를 채취하거나 어쩌다 찾아드는 나그네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일로 살아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짐을 내려놓고 소나무 군락지를 찾아나섰다. 골짜기로 접어들면서 계곡 곳곳에 늘어서 있던 금강소나무들이 맛보기였다면, 수백년 된 금강소나무의 군락지는 어떤 모습일지 마냥 궁금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있는 소나무들은 아주 잘 생긴 미인송이었다. 평균 수령이 2백~3백년이라고 하니 전부 할아버지 소나무인데, 아직 20~30대 젊은이들처럼 정정하고 자태도 쭉쭉 뻗어 있었다. 금강소나무 가운데 원목에 해당되는 나무들은 밑둥과 아랫부분에 거북등 같은 껍질을 갖고 있지만, 소나무 전신에서 황금빛 광채가 눈부시게 빛났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세월이 갈수록 세포가 죽어 껍질이 되어가건만 저 금강소나무는 오히려 속의 빛을 밖으로 내뿜어 온몸에 황금칠을 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미인 소나무 속이 궁금해졌다. 금강송(金剛松)은 암석처럼 단단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소나무와 달리 나이테가 촘촘하고 견고하다. 그리고 속은 대부분 송진으로 채워져 있어 노랗다고 해서 황장목(黃腸木)이다. 그래서 인근의 소나무들이 일제 강점기 시절에 송진채취 작업대상이 되어 대대적인 벌목이 벌어져 거의 없어졌다. 다행히 이 지역의 소나무들은 교통이 워낙 불편해서였는지 살아남았다.
하지만 1950~60년대부터 화전민들이 군데군데 벌목해 개간하면서 온전해지지 못하였고, 수십년간 방치되면서 수종의 변화도 생기고 잡목숲처럼 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1982년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뒤로 약 20여년간 출입을 통제하고 울진군과 산림청이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가꾸고 보호하는 여러 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4년 전부터 개방을 하여 금강송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해서 민가로 내려와 아주 신선한 산채음식을 나눠먹었다.
금강소나무숲에는 숲해설가로 일하는 이정애씨가 있었다. 수술을 했지만, 몸이 자꾸 나빠져 꼭 죽을 것 같아서 무작정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찾아왔다고 한다. 산의 시원한 솔바람과 청신한 땅의 기운, 산야채로 만든 음식을 먹고나서 서서히 기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숲의 치유력에 저절로 빠져든 여성이었다. 그녀에게 금강소나무숲은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튿날 이정애 숲해설사가 길잡이가 되어 소나무 숲 생태탐험로를 몇 개 코스를 걸었다. 산은 확실히 밑에서 볼 때와 정상에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소나무 군락지를 따라 몇 개의 관측장소에서 금강소나무 숲의 모습을 보니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었다. 참으로 멋지구나 금강소나무여!
금강소나무는 안면도의 안면송과도 다르다. 20~30미터 크기로 자라는 것은 비슷하지만, 안면송은 솔가지가 무성하고 나무결의 색깔이 붉어 마치 선비의 삿갓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에 금강소나무는 짙은 황금색을 띄고 있고, 솔잎이 가늘고 적다. 그동안 필자도 무심코 적송(赤松)이라고 불렀는데, 이 적송이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라는 것. 원래 이름은 황장목이고, 주로 대궐의 대들보나 기둥, 왕실의 관으로 쓰였다고 한다.
월요일부터의 일정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만성별 환자가 1천2백만명으로 급증하고 도시생활의 독소로 인해서 상처받고 있는 육신을 현재 방식으로 처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이 갖고 있는 위대한 치유력을 도시와 우리 주변에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소나무의 우량종이자 한국토종의 대표나무인 금강소나무에 대한 연구나 보급에도 다양한 노력이 시급했다. 청소년들의 숲체험학습과 도시인들의 숲찾기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일도 더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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