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6 (화)

  • 구름많음동두천 3.5℃
  • 구름많음강릉 7.4℃
  • 흐림서울 4.4℃
  • 흐림대전 8.7℃
  • 흐림대구 6.6℃
  • 흐림울산 9.4℃
  • 구름많음광주 9.2℃
  • 흐림부산 9.9℃
  • 구름많음고창 9.5℃
  • 맑음제주 12.7℃
  • 구름많음강화 4.5℃
  • 흐림보은 5.4℃
  • 구름많음금산 7.8℃
  • 구름많음강진군 8.1℃
  • 흐림경주시 6.5℃
  • 흐림거제 8.4℃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금강소나무 숲에서

URL복사
날씨가 무덥고 찌는 듯 덥다. 피서철이 되면 북적이는 인파에 시달리기 싫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아예 일찍 다녀오기로 했다. 군대생활을 함께 한 김부칠 사장이 몇 년 전부터 울진 금강송 군락지를 가보자고 권유했었는데, 시간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2년 전에도 5대거품빼기 캠페인을 하면서 영덕, 울진을 거쳐 낙동정맥과 소맥산맥을 넘어 영주, 봉화에서 강연회를 했는데도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지 못했다. 그래, 한번 가보자. 금강소나무의 자태와 군락지의 모습이 어떤지를 직접 보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보아야 할 듯 싶었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도 않았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도중에 들러볼 곳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부석사부터 들렀다. 눈에 띄었던 것은 여러 보물들이 아니라 망루에 걸려있는 김시습의 시 한 수였다. 어쩌면 필자의 심사와 똑같았을까?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출가하여 설금(雪岑)이라는 법명으로 불리기도 한 김시습의 탄식과 별유천지 같은 봉황산을 뒤로 하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산굽이를 넘어 울진의 소광리로 찾아든 것은 늦은 오후였다. 비포장도로 덕분인지 소광리는 아직 울진 산속의 냄새가 그대로였다. 도시에서 실어온 매연냄새도 천편일률적인 관광지의 상처도 없었다. 몇 가구가 예전 화전민들이 일구던 터에서 산나물을 뜯고 송이와 한약재를 채취하거나 어쩌다 찾아드는 나그네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일로 살아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짐을 내려놓고 소나무 군락지를 찾아나섰다. 골짜기로 접어들면서 계곡 곳곳에 늘어서 있던 금강소나무들이 맛보기였다면, 수백년 된 금강소나무의 군락지는 어떤 모습일지 마냥 궁금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있는 소나무들은 아주 잘 생긴 미인송이었다. 평균 수령이 2백~3백년이라고 하니 전부 할아버지 소나무인데, 아직 20~30대 젊은이들처럼 정정하고 자태도 쭉쭉 뻗어 있었다. 금강소나무 가운데 원목에 해당되는 나무들은 밑둥과 아랫부분에 거북등 같은 껍질을 갖고 있지만, 소나무 전신에서 황금빛 광채가 눈부시게 빛났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세월이 갈수록 세포가 죽어 껍질이 되어가건만 저 금강소나무는 오히려 속의 빛을 밖으로 내뿜어 온몸에 황금칠을 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미인 소나무 속이 궁금해졌다. 금강송(金剛松)은 암석처럼 단단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소나무와 달리 나이테가 촘촘하고 견고하다. 그리고 속은 대부분 송진으로 채워져 있어 노랗다고 해서 황장목(黃腸木)이다. 그래서 인근의 소나무들이 일제 강점기 시절에 송진채취 작업대상이 되어 대대적인 벌목이 벌어져 거의 없어졌다. 다행히 이 지역의 소나무들은 교통이 워낙 불편해서였는지 살아남았다.
하지만 1950~60년대부터 화전민들이 군데군데 벌목해 개간하면서 온전해지지 못하였고, 수십년간 방치되면서 수종의 변화도 생기고 잡목숲처럼 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1982년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뒤로 약 20여년간 출입을 통제하고 울진군과 산림청이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가꾸고 보호하는 여러 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4년 전부터 개방을 하여 금강송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해서 민가로 내려와 아주 신선한 산채음식을 나눠먹었다.
금강소나무숲에는 숲해설가로 일하는 이정애씨가 있었다. 수술을 했지만, 몸이 자꾸 나빠져 꼭 죽을 것 같아서 무작정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찾아왔다고 한다. 산의 시원한 솔바람과 청신한 땅의 기운, 산야채로 만든 음식을 먹고나서 서서히 기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숲의 치유력에 저절로 빠져든 여성이었다. 그녀에게 금강소나무숲은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튿날 이정애 숲해설사가 길잡이가 되어 소나무 숲 생태탐험로를 몇 개 코스를 걸었다. 산은 확실히 밑에서 볼 때와 정상에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소나무 군락지를 따라 몇 개의 관측장소에서 금강소나무 숲의 모습을 보니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었다. 참으로 멋지구나 금강소나무여!
금강소나무는 안면도의 안면송과도 다르다. 20~30미터 크기로 자라는 것은 비슷하지만, 안면송은 솔가지가 무성하고 나무결의 색깔이 붉어 마치 선비의 삿갓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에 금강소나무는 짙은 황금색을 띄고 있고, 솔잎이 가늘고 적다. 그동안 필자도 무심코 적송(赤松)이라고 불렀는데, 이 적송이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라는 것. 원래 이름은 황장목이고, 주로 대궐의 대들보나 기둥, 왕실의 관으로 쓰였다고 한다.
월요일부터의 일정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만성별 환자가 1천2백만명으로 급증하고 도시생활의 독소로 인해서 상처받고 있는 육신을 현재 방식으로 처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이 갖고 있는 위대한 치유력을 도시와 우리 주변에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소나무의 우량종이자 한국토종의 대표나무인 금강소나무에 대한 연구나 보급에도 다양한 노력이 시급했다. 청소년들의 숲체험학습과 도시인들의 숲찾기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일도 더 미뤄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내년 국토교통 R&D 신규사업 사전설명회 개최...실사구시 R&D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16일 서울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에서 2026년도 국토교통 R&D(연구개발) 분야로 신규 추진 예정인 사업들에 대해 사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사전 설명회는 사전 정보 공유를 통해 신규사업을 준비하는 연구자들의 이해도 증진과 다양한 기관들의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기관 최초로 개최하는 행사이다. 내년 2026년 국토교통 분야 신규사업은 미래모빌리티와 ‘K-AI 시티’ 실현,탄소중립 등 새정부 국정과제 이행과 국토교통 AX 전환 등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폭넓게 지원한다. 신규사업 규모는 국토분야 9건, 모빌리티 분야 15건으로 총 24개 사업이다. 전체 예산은 59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88억원 늘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능도시 구현을 위한 초연결 지능도시 핵심기술 개발, 공동주택 건설에 최적화된 다용도-건설작업로봇 기술개발, 지역 특성에 맞춘 자율주행 서비스 모델개발, 초고속 하이퍼 튜브 아진공 기술개발 등이 있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연구진들은 관심있는 신규 사업별로 연구 목표, 주요 연구개발 내용, 지원규모 및 기간 등을 파악하고, 참여 신청을 위한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내년 국토교통 R&D 신규사업 사전설명회 개최...실사구시 R&D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16일 서울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에서 2026년도 국토교통 R&D(연구개발) 분야로 신규 추진 예정인 사업들에 대해 사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사전 설명회는 사전 정보 공유를 통해 신규사업을 준비하는 연구자들의 이해도 증진과 다양한 기관들의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기관 최초로 개최하는 행사이다. 내년 2026년 국토교통 분야 신규사업은 미래모빌리티와 ‘K-AI 시티’ 실현,탄소중립 등 새정부 국정과제 이행과 국토교통 AX 전환 등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폭넓게 지원한다. 신규사업 규모는 국토분야 9건, 모빌리티 분야 15건으로 총 24개 사업이다. 전체 예산은 59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88억원 늘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능도시 구현을 위한 초연결 지능도시 핵심기술 개발, 공동주택 건설에 최적화된 다용도-건설작업로봇 기술개발, 지역 특성에 맞춘 자율주행 서비스 모델개발, 초고속 하이퍼 튜브 아진공 기술개발 등이 있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연구진들은 관심있는 신규 사업별로 연구 목표, 주요 연구개발 내용, 지원규모 및 기간 등을 파악하고, 참여 신청을 위한

사회

더보기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후보자 “마약·성착취물 불법정보 무관용 원칙 적용”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김종철 초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마약과 성착취물 불법 정보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임을 밝혔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후보자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인사청문회에서 “미디어가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며 “무엇보다 국민생활의 근본가치인 인간의 존엄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근본에서 위협하는 허위조작 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마약이나 성착취물과 같은 사회적 해악이 심대한 불법정보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환경과 서비스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들이 쉽게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규제와 진흥의 조화를 통해 산업혁신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 후보자는 “방송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해 불필요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미디어 전 과정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제작 효율화를 추진하고 해외 시장과 연계해 국내 방송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함으로써 방송미디어 산업 활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화

더보기
서로의 감각이 예술로 소통하고 연결되는 지점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성북문화재단(대표이사 서노원)은 오는 12월 18일(목) 오후 6시 성북문화예술교육센터 5층에서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모두 예술로’ 오픈테이블 - 연결되는 사이’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장애 유무를 떠나 서로 다른 신체와 경험, 감각의 경계를 넘어 예술로 연결되는 현장의 다양한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에서는 ‘장애·비장애를 넘나드는 지역의 예술적 실험’을 주제로 성북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올해 시도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모두 예술로’ 워크숍 사례와 일본 ‘랜드 페스(LAND FES)’의 사례 발표가 진행된다. 김은설 시각예술작가와 원우리 사운드 아티스트는 농인, 청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으로 각각 진행한 ‘소리 풍경’, ‘소리와 그림 사이’ 사례를 중심으로 감각적 예술활동으로 나눈 소통 방식의 시도들을 공유한다. 이어 일본의 무용가이자 ‘랜드 페스’의 디렉터 마츠오카 다이는 퍼포밍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일본의 사례를 나눈다. 이어지는 종합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