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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핵위기와 이명박 외교의 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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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핵을 가진 북한, 이대로 지켜보아야 하는가? 안타깝고 아찔하다. 감히 3차 핵위기라고 부를 수 있다. 1994년의 1차와 2005년의 2차 그리고 2009년의 3차 핵위기는 무엇이 다른가? 상황관리자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1차 핵위기는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합의로 출구를 찾았다. 2차 핵위기는 9·19공동성명으로 해법을 찾았다. 한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시 행정부를 설득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3차 핵위기, 누가 나서서 해결할 것인가?
3차 핵위기와 한일 보수동맹의 역할
3차 핵위기는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08년 부시 행정부는 검증카드로 시간을 잃었다. 불능화 단계를 완료하고 신속하게 3단계 핵폐기 협상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러나 검증문제를 둘러싸고 워싱턴 내부의 고질적인 의견대립이 재연됐다. 국무부는 주춤했고, 비확산 세력이 검증국면을 주도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따른 한일 보수동맹이 2008년 워싱턴 내부의 역학관계를 역전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2009년에는 오바마 행정부를 동맹의 덫에 옭아매었다. 8년 만의 정권교체로 준비가 덜 된 오바마 행정부를 한일 양국이 끌고 갔다.
6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미래지향적이기보다는 과거회귀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외교가 아니라 정치를 앞세웠다.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던 우파의 시대착오적 불안감 말이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와 외교를 분리했다. 흡수통일론과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받아주었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받지 않았고, 아프간 파병에 협조를 구했다. 말로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대신 실리를 챙겼다.
핵문제는 어떤가? 핵우산의 명시화는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5자회담을 주장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협상 포기의 길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흡수통일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제 남북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의 전략적 초조감이 낳은 핵보유 질주
어떻게 될까? 북한은 전략적 초조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 그리고 '후계 체제' 등이 배경일 것이다. 일단 핵보유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협상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조만간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며,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고, 우라늄 농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북한은 실질적인 핵보유 지위를 얻을 때까지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떤 대응이 있을까? 지금처럼 제재와 압박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핵무기를 먹고 살 수 있나 보자'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면서 강력한 비확산체제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선택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해서 강화되는데 확산 방지만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계'라는 외교전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란 핵문제와 제3세계의 잠재적 확산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만의 예외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핵능력 강화는 결국 확산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제재와 압박이 북한에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도 전제되어야 한다.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시간보다 북한의 핵능력 강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제재는 북한에 주는 고통보다 남한의 중소기업들이 입는 피해가 더 크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미 위탁가공업체 중에서는 도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술지도 혹은 설비교체를 위해 방북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금지하고 있다. 김영삼정부 때도 그러지 않았다. 정부가 대화하지 않는다고 민간교류까지 막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산 모래의 반입이 중단되자 수도권의 건설용 모래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긴장이 더 지속되면 한국경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관리론'
북한의 핵보유를 막았어야 했다. 지금은 늦었다. 몇 달 간의 상황 악화가 진행된 이후에야 대화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협상의 내용이다. 북한은 과거와 같은 방식의 비핵화 협상보다는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것이며, 6자회담보다는 북미 양자대화에 집중할 것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4자회담이 아니라 북미 종전선언을 선호할 것이다.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관계정상화를 요구하기보다는 관계정상화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협상이 어려워진 셈이다. 타이밍을 놓친 대가이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어떻게 나올까? 6월말이 되어서야 커트 캠벨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임명된다. 대북정책 라인이 이제야 완성되는 것이다. 그뒤로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정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전략적 관리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신안보쎈터(CNAS)의 최근 보고서(2009.6)는 협상을 통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추진하되,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법으로는 동맹국(한국·일본)과의 협력, 확산방지, 5자회담 추진, 북한의 협상복귀 유도 등을 제시했다. 제재를 강화하고 동북아 관련국과 공감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몰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제재와 협상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 경험에서 보면 결국 워싱턴에서는 더 많은 제재인가 아니면 더 적극적인 협상인가라는 서로 다른 입장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 목표에 앞서, 현실 가능한 북핵 해법을 고민할 것이다. 비확산에 대한 보장은 양국의 신뢰에 달려 있다. 그에 앞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멈추어야 한다. 2007년 김계관 대표는 힐 대표에게 "NPT 조약상의 핵보유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와의 원자력협정 상대국이던) 인도처럼 대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북미 양국관계의 수준으로 보아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관리라는 현실과 비핵화라는 목표를 분리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가 당장 어렵다면,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핵물질(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더이상 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7월에는 캠벨의 지론인 미·중·일 3국의 차관보급 전략대화가 시작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향후 일본의 정치변화에 따라 동북아의 강대국이 나서서 '북한 핵을 관리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외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1950년대식 반공궐기가 벌어지는 마당에 과연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코리아 패씽'(Korea passing; 한국 건너뛰기)이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엇박자는 미국이 억류되어 있는 여기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민간 특사를 보내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여기자는 석방되는데 개성의 유 모 씨는 계속해서 억류되어 있다면 외교적 무능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가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한일 양국의 보수적 밀월관계도 끝난다.
동북아의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제재를 주도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국면이 바뀌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제재가 북한의 핵보유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동북아의 강대국들은 변화하는 정세에서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안개 속이지만 조만간 해법을 드러낼 것이다. 강대국 중심의 북핵 관리체제든 아니면 미국의 전략적 관리든, 한국의 공간은 줄어들고 분단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 그에 대해서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돌진할 때는 최소한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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