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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레저 - 고요한 산사 그리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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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산사 그리고 평화



자아와 자연을 돌아보게 하는 부석사 템플스테이




달리는 차창 밖으로 2003년의 마지막 해가 지고 있었다. 황금빛 태양이 산봉우리 사이로 반쯤 고개를 숙이고, 구름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는 희뿌연 연기가 주변을 감싼, 마치 동양화에서나 봄직한 형상이었다. 황금빛이 수줍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갈 때쯤 충남 서산 도비산
자락에 자리한 부석사에 당도했다. 세월의 무게가 묻어나는 사찰 앞마당에 주지인 주경 스님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사찰의 고요를 깨고 어린 소녀가 경내로 뛰어들어왔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소녀가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다. “스님,
왜 절에 그네가 있어요?” “너를 위해서란다.”


사찰에서는 모두가 친구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틋한 사랑 전설이 내려오는 부석사. 이곳은 절이라기보다는 ‘우리 똥강아지들 왔냐’며 할머니가 버선발로 반가이 뛰어나올
것만 같은, 시골집 같은 인상을 풍겼다. 눈에 띄는 웅장한 건축물도, 멋드러진 탑도, 하물며 화려한 단청도 찾아보기 힘든 매우 소박한
사찰, 이 조용한 산기슭에 스물스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박2일 코스로 진행되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특히 이날은 송구영신의 순간을
목탁소리와 함께 보내려는 사람들로 평소보다 많은 50명 가량이 참석했다.



오후 5시30분,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콩나물, 시금치, 김치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절에서 먹는 밥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밥 한톨 남김없이 식사를 마친 후 각자 배정된 방에서 막간 담소를 나눴다. 처음 보는 사이건만 이름과 나이를 묻는 이는 없다.
그저 오래된 관계인양 ‘옷 따뜻하게 입으셨어요?’ ‘아드님이 잘생겼네요’ 등의 대화만이 오고갔다. 얼굴엔 잔잔한 웃음을 띠고…. 누군가
산에서 만나는 이는 모두 친구가 된다했던가? 그렇담 산 속 절에서 만나는 이들은 오죽할 것인가.


참선을 통한 안락

‘지심귀명례’를 반복하는 나지막한 음성이 극락전을 메웠다. 그때마다 중생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돌아갈 것’을 원하며 아미타불에게 절을
했다. 한배 한배… 그때마다 속세의 번뇌가 떨궈나갔다.

108배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하이얀 종이에 한해를 정리하는 반성문을 쓰고 아울러 신년소망을 적었다. 저녁 예불을 드리고 난 직후라 한
글자 쓸 때마다 그 손길들이 매우 조심스럽고 경건했다. 서원문 작성이 끝난 후 어린이들은 꽃등을 만들고, 어른들은 주지스님의 가르침 하에
참선을 배웠다. 지주가 말했다.



“참선을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봄으로써 안락과 평화의 길에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온갖 망상이 고요해지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게 되며, 잘못 알던 것이 바로 알게 됩니다.”

반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편 후 호흡을 가다듬으며 명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나를 찾는 여행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다리가 저리고 잡념에
사로잡혀 ‘난 누구인가?’를 깊이 생각하기 전 참선 시간은 끝나버렸다. 그래도 바늘 한 땀 정도의 양일지언정 자기 집착이 조금은 버려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님과의 다담

“잡아, 잡아.” “업고 한번에 갑시다.” “와, 모다!” 밤 9시, 산사의 밤을 환하게 밝히는 모닥불이 짚어지고 그 옆으로 조별 대항
윷놀이가 시작됐다. 던지기만 하면 윷이 나오는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윷판계 ‘영웅’으로 등극하는 사이, 숯불을 담은 가마솥 안에서는
노릇노릇 고구마가 익어가고 있었다. 얼굴과 손이 까맣게 변하는 줄도 모르고 애·어른 할 것 없이 호호 불어가며 고구마를 먹는 동안
아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이, 어른들에겐 어렸을 적 추억이 담겨지고 있었다.



2시간여의 놀이가 끝난 후 천수만습지연구센터 공동대표이자 조류학자인 이기섭 박사와의 대담이 있었다. 다음날 진행 될 천수만 주변 철새
탐조를 위한 사전 강의였다. 천수만에 철새가 많이 오는 이유, 겨울 철새 종류, 오리가 뒤뚱대는 까닭 등을 숙지하면서 자유롭게 질문이
오고갔다. 바깥 세상의 낮보다 더 활기찬 산사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참가자들과 스님들은 이른 아침을 먹고 도비산 정상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갑신년 새해 첫 해맞이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짙은 안개로 일출은 보지 못했고 대신 기념 사진을 찍으며 위안을 삼았다.



산을 내려와 스님들과 산책을 하며 경허와 만공 두 대선사의 자취를 둘러보고, 들풀과 야생화 등을 관찰하며 경치를 감상했다. 이후 템플스테이
마지막 프로그램 철새탐조를 가기 전 부석사 대방에서 주경 스님과 다담이 이뤄졌다. 차를 나누면서 스님은 “모두가 골고루 취할 수 있도록
서로 양보해서 나누는 평등공양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그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수만 철새 탐조

필드스코프 작동법을 배운 뒤 천수만 입구에서 철새를 탐조했다. 천수만습지연구센터 한종현 생태학습관장은 몇 번이고 “새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들을 보는 것이 탐조의 본질”임을 강조하며, “어린이보다 새가 더 연약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 관장이
철새도감을 보여주며 특징을 짚어주면 참가자들은 스스로 스코프를 작동해 그 새를 찾았다. 여기저기서 “저건 청둥오리 암컷이고, 저건
큰고니”, “빨간머리에 가슴이 흰 저 새는 쇠오리”하며 새 이름을 맞췄다. 누군가 “어머, 왜가리 한 마리가 있네”라고 말하자 “외로워서
왜가리인가”하며 다른 이가 화답했다. 모두들 웃으며 새를 관찰했고, 그러면서 새들은 단지 ‘새’가 아닌 자신들의 이름으로 불렸다.
참가자들에게 그들은 의미를 부여받은 ‘생명’으로 탄생했다.



마지막으로 한 관장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바라는 소망을 내비쳤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이 아닌 새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평화로움을 주기 위해 고민하면서 ‘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얻어지길 바라며 그 지순한 눈빛으로 자연과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을 갖는 것,
그것이 템플스테이의 궁극적 목표이자 소망입니다.”









TIP
부석사 템플스테이는 매주 토·일요일 1박2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어른 30,000원, 어린이 20,000원이다. 프로그램은
사찰 체험과 철새 탐조로 이뤄지며 참가 시 특별한 준비물은 없고, 복장은 천수만 철새도래지가 매우 춥기 때문에 두꺼운 방한복과
머플러,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단 가급적 새들이 분별하기 쉬운 검정색, 흰색, 원색의 옷은 피한다.







찾아가는 길(서울→부석사)


· 자가용

서울 → 서해안고속도로 → 서산 IC → 32번 국도 → 649번 지방도 → 부석 → 부석사



· 대중 교통

서울 남부터미널 → 서산 → 서산 시외버스터미널(041-669-4808) → 부석 → 부석사(041-662-3824로 전화하면 절에서
차량이 내려 옴)








참가신청 및 문의(담당: 안재희)

041-664-0690/ 016-9520-0690

http://cafe.daum.net/naetap2

koreanbird21@hanmail.net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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