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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유러피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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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우리 사회의 진보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했으며, 그랬던 그의 마지막 애독서가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이었다는 것을 한 일간지를 통해 알게 됐다. 영결식 바로 전날인 5월 28일이었다. 안타깝고, 쓸쓸하고, 원망스런 마음이 더 깊어졌다. 그가 진작 그런 꿈을 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음날 서울광장 노제의 슬픈 군중 틈에 끼어 있으면서도 그의 마지막 꿈이 자꾸 어른거렸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유러피언 드림>은 지구촌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약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꿈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쇠퇴와 <유러피언 드림>의 부상을 확신하는 리프킨은 자신의 책에서 그 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대비시킨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유, 문화적 동화(同化), 부의 축적, 경제성장과 무제한적 발전, 무한 경쟁과 무한 노력, 재산권과 개인복리, 애국주의 등을 강조한다.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공동체 내의 관계, 문화적 다양성, 삶의 질, 지속가능한 개발, '심오한 놀이'(deep play),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 세계주의 등을 중시한다. 그렇다면 경쟁을 못하거나 싫어하는 우리네 약자가 살 만한 곳은 당연히 <유러피언 드림>이 실현돼가는 곳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쇠퇴와 새로운 국가 구상
자신의 조국인 미국은 이제 오직 부자와 강자에게만 기회의 땅일 뿐이라고 개탄한 리프킨이 대서양 건너편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쓴 이 책을 고인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읽고 또 읽었을까? 국가경영자였던 그가 가장 주의깊게 읽은 부분은 필경 책의 곳곳에 명시 혹은 암시돼 있는 유럽사회에서의 국가 역할이었을 것이다. 사실 <유러피언 드림>의 핵심에는 '멋진' 국가가 있다. 그 국가는, 예컨대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에 힘을 실어주어 노사관계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여 건설적이고 평화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재분배 효과가 분명한 조세나 복지 정책 등을 통해 경제적 약자일지라도 사회공동체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그 국가다.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성장, 효율성, 경쟁만이 아니라 분배, 형평성, 연대 등의 가치가 중시되고 지켜지도록 약자 편에 서서 시장을 조정하고 사회공동체를 유지해가는 핵심 역할을 국가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식의 시장만능주의나 신자유주의 대신 복지자본주의라고도 불리는 유럽형 '조정시장경제'(coordinated market economy)가 지금 정도로 발전해온 데는 그러한 국가의 역할이 컸다.
다양한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정당 구조화'의 필요성
'학자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고인이 <유러피언 드림>의 형성에 국가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만족했을 리 없다. 그는 분명 그러한 국가가 어떻게 작동 가능했는지 알아내고자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소위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s democracy)가 그 비법임을 알아챘을 수도 있다. 합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회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각 정당에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다. 여기서는 지역이나 인물이 아닌 정책과 이념 중심의 선거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약자와 강자, 소수자와 다수자 등 시민사회의 다종다양한 세력들을 대변하는 소위 '구조화된' 다정당체계가 발전한다.
유력 정당의 수는 통상 셋 이상이기 마련이므로 단일 정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의원내각제로 구성되는 행정부의 일반 형태는 연립정부다. 국민의 뜻을 해석하고 구현하는 일, 즉 민주국가를 운영하는 일이 이념 혹은 정책에 의해 구조화된 정당들 간의 합의에 따라 수행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 행정부는 의회의 효과적인 견제와 감시를 받는다.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유력 정당(들)이 이러한 행정부 혹은 입법부에 상시적으로 포진해 있으므로 국가의 멋진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참으로 아쉽다. 고인이 자신의 임기 초기부터 이 <유러피언 드림>을 가슴에 품고 그 실현을 위해 내내 노력했더라면 고인 자신은 물론 이 땅의 많은 약자와 소수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하고 희망에 찬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에 일찍 눈을 돌렸더라면, 예컨대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를 더욱 부추길 한미FTA 등을 별 대책도 없이 추진했을 리 없고, 그를 따르던 수많은 지지자들이 그와 여당에 등을 돌렸을 리도 없다.
그는 오히려 '나눔의 예술'이 실현되는 한국형 공동체사회의 형성과 한국형 조정시장경제 체제의 구축을 위해 그 특유의 사심없고 뚝심있는 추진력을 발휘했을 터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필시 유러피언 스타일의 멋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의 재구성'을 위해 정치제도 개혁에도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총선과의 선거시기 일치 정도를 위한 개헌 노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정당과 선거제도의 개혁은 물론 권력구조의 획기적 전환까지도 시도했을 그이다.
이제 그는 없고 펼쳐보지도 못한 그의 꿈만 남아 있다. 그 꿈은 우리 사회에 주는 그의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그 꿈은 우리가 꾸고 우리가 실현해 가야 한다. 추측컨대 이번 제헌절을 전후하여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가 고인의 꿈을 계승하여 그것을 '코리언 드림'으로 발전시켜가고자 한다면, 그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에 앞서 충분히 경계하고 분명히 짚어둘 것이 있다. 우선 개헌논의가 정략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국면전환용으로 그리고 정치권 일부 세력은 자신의 기득권 유지 혹은 강화책으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분명한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로든 의원내각제로든 정당의 구조화 없는 권력구조의 전환은 어느 것도 그 자체가 약자가 편히 살 만한 공동체사회의 형성을 위한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략적 개헌논의에 앞서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작금의 인물 혹은 지역 중심의 전근대적 다정당구도 하에서 행정부가 국회에서 구성될 경우 그것은 단지 지역 기반이 튼튼한 소수 정치지도자들 간의 과두체제 부상을 의미할 소지가 크다. 책임총리제나 의원내각제의 장점인 정당 간의 타협과 합의의 정치가 정책과 이념이 아니라 특정 인물이나 지역이익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거기서 약자와 소수자의 이익이 정책결정과정에 체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권력구조의 개혁 효과는 정당의 구조화가 성숙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급한 것은 정책과 이념 중심의 정당정치 활성화를 촉진할 선거제도의 개혁이다. 비례대표제의 전면 도입 혹은 그에 준할 정도의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선거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권력구조의 전환은 선거제도의 개혁 이후이거나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선거제도의 개혁과 한 패키지로 동시에 추진해야 할 중장기 개혁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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