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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켄트’ 보고서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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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켄트’ 보고서를 배워라




방폐장 건설 외국의 교훈 ‘주민참여’와 ‘투명성’


2003년 7월11일 김종규 부안 군수가 단독으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을 한 지 꼭 5개월만인 12월10일 산자부는 방폐장 부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참여를 배제한 채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한 결과였다. 정부는 방폐장 유치와 관련, 이번을 포함해
지금까지 3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1991년 안면도, 1994년 굴업도의 실패에서 정부는 왜 그랬는지 학습하지 않았다. 항상
패턴이 동일했다.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금전적 보상으로 주민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정부는 반대론자들에게 외국에선 방폐장을 건설해서
잘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히 소수 나라만 방폐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으며 어떻게 해결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에너지대안센터와 국회환경경제연구회는 2003년 12월2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방폐장 부지선정과 관련 독일 스웨덴 미국 영국 등의 사례를
검토하고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독일 - 20년 고려했던 부지마저도 포기

이필렬 에너지대안센터 대표


독일에는 방폐장이 없다. 중저준위 처분장은 모두 폐쇄됐거나 사용중단 상태다.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독일은 오랜 시간을 가지고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독일은 방폐장 후보로 지명된 골레벤이라는 지역에 대한 적합성 조사를 1979년부터 시작해 2000년 10월1일 중단했다. 위도가 1년
내지 2년 동안 조사를 했다지만 독일에서는 20년 이상 정밀조사를 하고도 중단한 것이다.



1999년 2월 연방환경부는 ‘아켄트(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 방식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고 부지 선정 방식부터 원점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4년에 걸친 연구와 3차례의 공개 토론회, 2차례의 해외 시찰, 16차례에 이르는 전문가집단과의 대화를 통해 2002년 말에
부지 선정 방식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방환경부는 이 보고서가 권고하는 대로 방폐장 부지 선정에 임하게 될 것이다.



아켄트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민참여’와 ‘투명성’이다.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절대 강행할 수 없으며 모든 정보를 처음부터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30년에 방폐장을 갖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참여와 지질조사 과정에 긴 시간이 투입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와 투명성을 담보하고 조급하지 않은 정책, 이것이 우리 정부와 다른 점이다.


스웨덴 - 2010년 원자로 폐쇄 국민합의

박진희 동국대 강사


스웨덴은 방폐장이 현재 가동중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1980년 행해진 국민투표에 따라 원자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2010년에는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방폐장은 그 때까지 나오는 방사성폐기물 처리 용도인 셈이다. 스웨덴의 방폐장은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스웨덴의 방폐장을 그 모델로 하고 있다.



이 나라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방폐장 건설과 관련된 모든 문헌들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청문회를 개최했다. 처분장 설비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날을 지정해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4년 행해진 여론조사를 통해 64%의 사람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안 정부는 ‘카삼(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자문회)’을 구성해 기술적, 정치적, 윤리적인 차원의 의견까지 수렴했다. 다양한 이견들이 절차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갈등 해소 가능성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86년 여론조사에서는 과반수의 국민이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리장 건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미국 - 인디안보호구역 내 선정 비난

윤순진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2002년 5월 현재 미국에는 104기의 상업용 원자로가 가동중이다. 미국의 원자력발전량은 전세계의 1/3을 차지한다.



미국에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반웰과 워싱턴주의 핸포드, 유타주의 인바이로케어 세 곳에 저준위 처분장이 있다. 매해 발생하는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가운데 등급 외의 것들은 이 세 곳에 처분할 수 없고, 영구저장시설이 건설될 때까지 원전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2002년 7월9일 네바다주 유카산에 영구 방폐장을 건설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유카산이 영구 방폐장으로 적합한지,
방사성폐기물 수송에 용이한지에 대한 연구가 20년 가량 지속됐다.

그러나 유카산 결정을 두고 미국 정부는 인종차별적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민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디안보호구역을 부지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영국 - 부안과 똑같은 실패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


영국은 1992년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됐던 셀라필드 중준위방폐장 계획이 완전 백지화됐다. 무리한 부지선정과 사실에 대한 은폐
때문이었다.



영국정부는 1991년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해 지질안전성을 기준으로 전국의 약 500여 개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애초 후보에도 없었던 셀라필드 지역을 주민반발이 약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최종부지로 선정했다.



셀라필드는 지질안전성에서도 부정적이었다. 급기야 1997년 1월, 방폐장 부지 지하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지표면으로 용출될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가 폭로됐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방사성폐기물처분단’ 자문 과학자들이 작성한 것이었다.



영국정부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부지 선정 과정뿐만 아니라 처분방식, 의사결정방식 등 포괄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참여가 보장돼야 함을
엿볼 수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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