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카타르와 선박 계약 맺은 후 1년 5개월만의 낭보
카타르에너지, 2027년까지 LNG 운반선 100척 이상 국내 3사에 발주할 듯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총 23조원 규모의 카타르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사가 지난해 6월 카타르와 선박 계약을 맺은 이후 1년 5개월만에 선박 주문이 이뤄진 셈이다.
8일 카타르 국영 석유·가스사인 카타르에너지는 전날(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각각 LNG운반선 4척과 2척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타르에너지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총 23조원에 달하는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가계약)을 체결했다. 슬롯 계약은 새 배를 만들기 위한 건조 시설을 사전에 확보하는 계약이다. 당시 카타르에너지는 2027년까지 총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을 3사로부터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현재 카타르에너지와 가격 등 계약조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카타르에너지가 발주 공시까지 한 만큼 최종 계약이 곧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계약을 하면 이른바 ‘카타르 프로젝트’의 국내 첫 수주 사례가 된다. 카타르에너지는 카타르 동북부 노스필드 등 대형 가스전의 연간 생산량을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63.6%(4900만톤)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발맞춰 LNG운반선도 현재 74척에서 190척으로 늘린다. 지난해 6월 당시 카타르페트롤리엄은 국내 조선 빅3와 총 19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건조 슬롯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난달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4척을 발주하고 국내 조선사는 따로 실적이 없었다.
카타르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일감을 꾸준히 확보할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한국은 올해 3분기까지 발주된 LNG선(14만㎥급 이상) 46척 가운데 45척(98%)을 수주할 만큼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LNG운반선의 선가는 17만4000㎥급 기준 2억달러(약 2300억원) 안팎으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기조와 맞물려 LNG 수요가 크게 늘면서 LNG운반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LNG운반선 가격은 3달 동안 5.1% 올랐다.
기업결합 심사가 걸려 있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LNG 운반선 수주가 몰리는 상황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합병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LNG 운반선 시장에서 수주 독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