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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메가 FTA' CPTPP 가입 신청 결단 임박…日 견제·농민 반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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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가입 신청에 한국도 서둘러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수 해제 조치 요구할 수도 
시장 추가 개방 우려에 농업계 거센 반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정부가 조만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관심 표명을 한 지 8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대만이 CPTPP 가입 신청을 한 상황에서 한국도 가입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CPTPP 가입이 불안정한 무역상황에서 대응 수단이 되고, 역내 경제 연계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일본의 견제, 농업계의 반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관련 부처들은 CPTPP 가입에 대해 관련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며 정부 방침을 최종 조율해 나가는 중이다. 가입 신청을 공식화하는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CPTPP 가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가입 신청에 앞서 CPTPP에 요구되는 규범인 위생검역, 수산보조금, 디지털 통상, 국영기업 등 4대 통상 분야에 관한 국내 제도의 정비 방안도 마련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그간 CPTPP 가입 추진 대비, 대내적으로 관련 제도 정비를 추진해왔으며 대외적으로 CPTPP 회원국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언급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CPTPP 가입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 질문받자 "기본적으로 가입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며 그렇게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하던 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 멕시코,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결성한 자유무역협정이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3%, 무역 규모는 15%가량을 차지하는 '메가 경제 공동체'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농수산물과 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 ▲데이터 거래 활성화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이다. 11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가입할 수 있고, 세부 협상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가입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은 CPTPP에 미국이 빠져 있고, 의장국인 일본과는 관계가 좋지 않은 가입에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가입국 중 일본과 멕시코 외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가입을 통한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돌연 가입 신청을 서두르는 것이 임기 말 정부의 외교 성과 쌓기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다만 지난달 중국과 대만이 잇따라 가입 신청을 한 상황에서 한국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가입 신청을 하며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가입 신청에 대한 부담이 줄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과거에는 미국은 없고 일본은 있는 CPTPP 가입에 많은 부담을 느꼈지만 지금은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영국에 이어 중국, 대만도 가입 신청을 했는데 한국이 안 들어가면 아시아에서 우리만 빼고 다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개방 수준과 경제 정책 투명성 등을 충족하기 어려운 중국과 달리, 대만은 가입 가능성이 높아 아·태 지역 통상 리더십 확보 차원에서 한국의 가입은 필수라는 분석이다.

 

안 교수는 "중국이 가입할 확률은 미미하지만 대만이 가입할 확률은 굉장히 높다"며 "현재 반도체 공급망 재편 상황에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는 대만과 일본이 CPTPP를 통해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FTA로 치고 나갈 때 가장 피해를 본 대만이 지위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한 상황"이라며 "우리로서도 CPTPP 가입 신청을 하고 이들 국가의 동향 등을 파악하고 보조를 맞추며 협상 전략을 안 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자체제 약화와 세계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기능이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고 무역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CPTPP는 훌륭한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미·중 간 디커플링으로 인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생산 체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빠진 새로운 상황에서 생산 체계가 형성된다면 우리 편이 많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적 셈법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도 CPTPP 가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CPTPP는 개방 정도가 상당히 높고, 기존 FTA에 없던 디지털 등 새로운 분야의 규범도 많이 포함해 경제 연계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아시안 국가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많이 수출하는데, 원산지 측면에서도 경제 블록에 들어가는 게 많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정부가 CPTPP 가입을 신청하면 일본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수 해제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기존 회원국도 추가 개방 요구에 나설 수 있어 농업계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농민들은 한국이 CPTPP 가입을 추진하면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농산물 추가 개방 등으로 우리 농업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CPTPP 가입 선언 시 이를 농업 포기, 나아가 먹거리 주권 포기로 간주하고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가입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농업계와의 마찰 등이 CPTPP 가입 추진의 변수로 꼽히지만, 일단 정부의 가입 의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통상 전문가는 "한국 입장에서는 일단 가입 신청을 하고 급변하는 통상 환경을 지켜보는 게 맞다"며 "어차피 가입까지 몇 년은 걸리므로 농업계 반발 등을 줄여나갈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본과는 경제 협력 차원에서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인교 교수는 "산업 협력 차원에서 보면 일본과의 관계를 이대로 유지하면 안 된다"며 "한일관계 정상화 차원에서라도 CPTPP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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