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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음·미·체 평가체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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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미·체 평가체제 논란



“신자유 경쟁 논리로 백년대계 그르친다”



“전교조 교과모임 11월16일 규탄결의대회 열 것”






육인적자원부가
올해 5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이종승 평가원)에 위탁한 음악, 미술, 체육 과목에 대한 평가 체제 개선 연구를 놓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원영만 전교조)을 중심으로 일선교사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교사들은 이번 평가 개선 연구가 “사교육비절감 대책과 강남 일대 일부
학부모들의 요구 때문에 시작된 것이며, 앞으로 시행될 주5일제 근무에 맞춰 교과목 축소, 음·미·체 통폐합, 내선 성적 제외로 가기 위한
사전 포섭” 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교조는 또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부로부터 수탁 받아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대책 방안에 음·미·체
교과의 내신제외와 음·미·체 교과의 평가방식 전환 등을 넣었다가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자 삭제한 일까지 발생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교사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와 평가원은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음악·미술·체육 교과 평가 체제
개선 연구대한 제3차 정책토론회를 열어 교육 전문가들의 최종 의견을 들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의 음·미·체 교사 30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평가원 개선 방안 주요 내용

토론에 앞서 이 번 연구의 책임을 맡은 평가원의 성경희 박사가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평가체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평가원이
발표한 개선방안은 총 5개항으로 △실기 평가 반영 비율 개선 방안 △실기점수 산출 방법 개선 방안 △기본점수 개선 방안 △평가 결과 처리
개선 방안 △평가 개선을 위한 지원방안 등이다. 이중 실기평가 반영비율과 점수 산출 방법, 기본점수에 관한 문제점이 주요 쟁점 사안이었다.

실기평가 반영 비율 개선 방안 - 평가원은 음·미·체의 실기 평가가 일부 기능 중심의 평가로 인해 국가 교육과정의 방향과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학교 현장에서 실기 평가 비율이 서로 다르게 적용돼 학교, 교사,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불만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평가원은 3개 과목에 대해 실기평가 반영 비율을 기존 70%에서 50%로 하향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실기 점수 산출 방법 개선 방안 - 평가원은 실기 점수 산출 방법 개선의 근거로 학생들이 개인별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실기 평가에
불만이 높고, 평가 시간의 제약 등으로 인해 자신의 최고 능력을 평가받지 못하는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따라서 평가원은 학기별 점수 산출
시 실기점수는 학생의 능력을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으로 2가지 이상의 영역을 평가할 경우 최저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실기 점수를
실제 점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점수 개선 방안 - 평가원은 현재 교육 현장에서 관례적으로 기본점수를 제공하고 있으나, 기본 점수 적용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교사
간의 갈등과 학생들 간의 상대적인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애매한 기본점수 적용이 학생들의 안일한 수업태도 조장과 교과 교육의
질 관리 미흡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평가원은 기존의 기본 점수를 학생들의 수업태도의 성취도 점수로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가 결과 처리 방식 개선 방안 - 음·미·체 과목의 평가 결과 처리 방식에 대한 논란은 이번 평가체제 개선 방안의 핵심 과제였다. 이는
음미체 과목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세 교과의 평가 결과 처리 방식이 기존 과목별 석차방식에서 서술식 성패식 또는 석차 폐지 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평가 결과를 내신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원은 처리 방식에 대한 개관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위해 전국 단위의 교사,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넷을 이용한 민의 분석, 2차 정책 토론회까지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등 깊이 있는 내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음미체 과목의 결과 처리는 평어와 과목별 석차를 내는 현행 평가 결과 처리 방식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장
모르는 탁상공론”


이날 지정토론회 패널에는 장기범 서울교대 교수 등 총 11명의 음·미·체 교육 전문가가 참가해 평가원의 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토론자들 대부분이 이번 평가원의 연구 시발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자녀를 특수목적고에 입학시키려는 일부 학부모와 보수적인 교육자들의
주장에 따라 시작된 개선 방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으며, 반면 평가방식의 획일적인 개선보다는 교육 과정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장기범 교수는 이번 평가원의 연구 시발점은 상당한 문제점(사교육비 경감위한 음미체 내신제외)을 내포하고 있으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음미체 교육의 내실화와 수요자의 만족도 향상, 학교 현장에 적합한 평가 체제 개선 방안 모색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여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평가반영 비율의 경우 일괄적인 조정보다는 시도교육과정 시행 세칙이나 학교 교육과정을
통한 학령에 따른 조정이 바람직하며, 기본점수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나 학생들의 노력에 대한 기본점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0년의
교육 결과 학생들이 악기 하나쯤은 마스터 할 수 있도록 실기의 경우 1인1실기를 제도적으로 수용하여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음악교과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홍진표 교사는 “교육부의 음미체 평가방식 전환 정책이 해당 교사들에게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어 오히려 음미체 교과의 정상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숙환 기획위원장은 “이번 평가원에서 제시한 개선방안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찬성한다”며 “학부모로서 평가원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평가 개선 연구보다 이들 과목의 수업 시수 확보와 교과 지원에 관한 개선을 위한 연구를 더욱더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개웅중학교 조중현 교사는 “교육과정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평가없이 사교육비 경감방안 등 정치적 요인으로 시작된 음미체 교과 평가체제 개선
방안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이는 교육과정 개정의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서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번
연구의 목적인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을 위해 학교 체육·음악·미술 교육의 내실화 및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 탐색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지식기반사회’라는 용어를 ‘문화기반사회’고 규정한다면 이번 연구는 불필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도여고의 김택천 교사는 “평가원의 개선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음·미·체 평가체제 개선과정을
보면 제7차 교육과정에는 지역 및 학교 교육 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자 한 교육과정의 기본 취지는 이미 사라지고, 교육부의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상향식 개정의 방법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제 하향식 개정만을 위주로 해온 결과다”고 지적했다.


“잘 가르치려 평가하지, 평가하려고 가르치는 건 아니다”

한편, 지정 토론 이후에 열린 자유토론회에서는 일선 교사들의 고민이 물밀 듯 쏟아지면서, 교육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전남 장성 약수중학교의 전중근 교장은 “정작 평가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며 “교육부는 이번 문제와 같이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의
지탄을 면하기 위해 획일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교육부의 정책 입안 자체를 비판했다. 인천여중 한경애(미술전공) 교사는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수행평가가 자리를 잡고 있어 수행 80%, 이론 20%로 적용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현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부천 동명여중의 박만용(미술전공)교사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시작한 연구가 현재에 와서 내신제외와 음미체 통폐합을 위한 사전포섭일 수도
있다”며, “주5일제를 앞둔 교육과정개편 그런데도 교육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인천고 조미애 교사(음악전공)는 실기 점수 산출 방식에 대해 최저 점수를 버린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만약 점수를 잘 받은 학생의
경우에 이미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다음 분야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시수가 부족해 평가할
시간도 빠듯한데 버릴 점수가 어딨냐?”며 “이러다가 수업시간에 가르치기는 고사하고 평가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교조 김은형 교과연합 정책국장은 “연구자들이 학교 현장을 제대로 알고 연구에 임하는지 의심스럽다”며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을 무시하는
정책들이 버젓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다며 오는 11월16일 전교조 차원의 대규모 규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점수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불만도 높았다. 충남에서 온 한 교사는 “기본점수는 90년대 중반 강남 8학군의 민원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며
“이제는 기본점수라는 용어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점수는 교육의 기본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예체능 과목에 기본점수를
준다면 똑같이 국영수 과목에도 기본점수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역시 “교사도 실기평가가 무기인양 학생들을 대하면 안되고 아이들의 능력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수학을 잘 하는 아이, 체육을
잘하는 아이를 공평하게 대하고, ‘내 아이는 수학을 잘하니까 체육도 잘해야 한다’고 기본점수를 요구하는 학부형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가 끝나고 교육부 평가 관리과 김찬기 과장은 “전문성과 자율성이 부족한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이 학생이나 학부형들로부터 들려오기
때문에 개선 방안에 연구가 진행된 것이며, 현재까지 이 방안들의 수용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과장은 마지막 공청회를
지켜본 후 상황에 따라 그대로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해 전교조와 교육부 간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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