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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국인? 한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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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반도는 소란스럽다.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로켓을 발사하여 남한이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에 전면 가입한다고 발표하면서 한반도 주변이 소란스럽다.
또한 개성공단에 남한 민간인이 억류되어 있고, 북한은 개성공단 임대료를 달라는 실정이다.
역사적·사회적 뿌리를 안고 있는 남과 북이 단일한 혈통과 조상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현재는 아웅다웅이다.
민족의식보다 남북한사회 모두에서 강력한 정치 이데올로기가 먼저가 되어버린 현재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한국인들이 가장 강하게 결속하는 이데올로기적 규정력인 단일민족의식은 왜 생겨났나. 단일민족의식은 해체돼야 할 신화적 믿음에 불과한가 아니면 인정해야 하는 실체인가. 민족주의가 한국사회에 끼친 공과는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들을 풀기 위해 종족동질성 한국에서는 민족(nation), 종족(ethnicity), 인종(race)을 뚜렷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민족주의 기원에 있어 핵심적 기준이 하나의 혈통에 기반한 단일민족의식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이 책에서는 'nationalism'과 'ethnic nationalism'을 구분해 번역했으며 전자는 민족주의, 후자는 종족민족주의로 번역했다. 'ethnic homogeneity' 역시 같은 맥락에서 혈통적 순수성을 강조하는 종족동질성으로 번역했다. 의식에 기반한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그 정치적 원리와 역사적 유산을 치밀하고 광범한 연구조사로 낱낱이 밝히고 있다.
이데올로기 각축장에서의 우연한 승리
에릭 홉스봄이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에서 중국, 일본, 한국을 "종족적으로 거의 또는 전적으로 동질적인 인구로 구성된 역사적 국가의 아주 드문 예에 속한다"고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 종족성은 민족과 민족정체성의 주된 표식이었다. 그만큼 한국은 오랫동안 안정된 영토 내에서 잘 확립된 농업관료제도를 지닌 응집력있는 정치공동체를 유지해왔으며 현대 한국사회에서도 종족, 인종, 민족 개념이 따로 구분되어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민족주의가 사회 조직원리로서 뿌리내리게 된 주된 계기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 즉 식민지시대를 경유하면서 마련됐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과 발전이 다른 형태의 집단정체성과 대결하면서 역사적으로 우연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민족주의가 오늘날 누리는 패권적 지위는 불가피한 것도 아니었고 자연스런 궤도를 밟은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식민지시대 저항적 민족주의의 강화
이 책에서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은 20세기를 전후한 근대 이행기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당대의 새로운 사상과 개념을 전유하려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서구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기 위한 거대프로젝트로서의 범아시아주의나 새로운 진보적 사상인 맑스주의가 국내에 소개됨에 따라 식민지시기에도 민족주의는 다른 정체성이나 사상과 경쟁해야 했다. 특히 민족주의는 범아시아주의 형태를 띤 초민족적인 인종·지역 개념에 대한 반동으로서 출현했다. 민족주의자들은 범아시아주의자들이 주장하듯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침략만 경계할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의 제국주의 야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고, 이는 1905년 을사조약 이후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1920년대 문화통치 이후의 민족주의자들(대표적으로 최남수의 <불함문화론>이나 이광수의 <조선민족론>)은 한민족의 독특함과 순수성의 기원을 입증할 '과학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의 역사, 문화, 유산을 연구하고 재평가했으며, 사회주의와 논쟁하면서 계급에 앞선 민족의 선천적이고 시간을 초월한 본질을 강조했다. 엄혹한 식민지시대라는 역사적 조건은 결국 단일민족의식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토대를 제공했고 민족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단단한 지지기반을 닦게 된다.
이승만의 일민주의, 김일성의 주체사상
해방이후 한국사회는 분단이라는 '국가'와 '영토'와 '민족'이 분리되는 사건을 겪는다. 이는 단순한 영토의 분할이 아닌 민족이 둘로 나뉘는 일이었고 남북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서로 민족대표성을 주장하게 된다. 분단은 언젠가 해소되고 민족은 다시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이 남북한정권 모두의 당연하면서도 공통된 전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만의 일민주의,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서로 다른 내용과 형식을 지녔으나 근본적으로 종족민족주의에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절묘하게 포개진다.
이런 과정에서 민족주의는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형태로 변모해 지배이데올로기로서 전유된다. 남북한정권은 자기 입맛에 맞는 민족주의적 지배담론을 후원했고 국가에 대한 의심 없는 충성을 국민에게 요구할 때 단일민족의식을 강조했다. 이러한 적대적인 대표성정치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로를 인정하게 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권위주의정치와 민주화운동 사이에서
박정희는 통치수단으로 국가보안법이나 중앙정보부 같은 폭압적인 권력기구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민족주의의 감정적 호소력을 매우 잘 활용해, 3·1운동과 유신체제의 유사성을 언급하면서 두 가지 모두 '구국운동'임을 강조했고, 자신의 쿠데타를 '민족부흥'을 실현하고 '조국근대화'를 이룩하기 위한 노력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박정희정권은 민족, 민족부흥, 조국근대화의 이름으로 다른 집단정체성을 탄압했다. 민주화세력을 반민족적 세력으로 몰아세웠고 없애야 할 공산주의자들로 규정했다.
이러한 반공과 개발주의에 토대를 둔 권위주의적 국가이데올로기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사태는 폭발적인 반미감정을 일으켰으며 이후 반미 민중민족주의가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 민주화세력은 미국의 헤게모니로부터 민족을 해방시키지 않는 한 한국의 민주화는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는 한국의 민주화운동 역시 민족주의적 수사를 차용했음을 드러낸다.
1982년 당시 학생활동가였던 문부식이 부산 미문화원 방화를 조직한 사건은 당시 운동세력의 민족주의적 성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민족주의와 세계화 그리고 통일
오늘날 남한은 적어도 민족주의, 세계주의, 지역주의라는 세 얼굴을 지니고 있다. 이 세가지는 종종 경쟁하지만 반드시 상호배타적이거나 모순되는 것은 아니며,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현재 한국의 사회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종족적 민족주의가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남한에서는 민족주의와 함께 세계화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1997년 IMF경제위기를 겪었음에도 세계경제에서 주요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
노무현 정권은 남한을 동북아지역의 중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것의 주된 동기는 민족주의적이었다. 즉 근대 이행기의 범아시아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이는 미국 주도의 지구화와 일방주의에 저항하는 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와 민족주의가 상충한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는 실재하는 강력한 민족정체성 의식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지에 있다.
한편 현재 남북한은 통일의 방안으로서 느슨한 연방제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연방제 형태의 통치에 만족할지, 종국적으로 단일민족국가를 만들려는 세력이 강화될지 분명하지는 않다. 아주 강한 종족정체성을 염두에 둘 때 후자를 향한 강한 압력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연방제 자체는 민족주의의 나쁜 측면을 견제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은 한국사회의 민주제도가 성숙할 때만이 민족주의의 유해함을 누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단순히 동포로서가 아니라 민주적 정치조직의 평등한 시민으로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을 저술한 신기욱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대학(씨애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학문적 관심사는 역사사회학, 정치사회학, 국제관계학, 동아시아학, 한국학 분야이며 한미관계, 북한문제, 동아시아 역사화해와 협력 등 실천적이고 정책적인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오와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스탠퍼드대학 사회학과 교수 겸 국제대학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학 석좌교수로 스탠퍼드대학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했고 현재 이 대학의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을 겸임하면서 연구와 정책 면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이 책을 옮긴 이진준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신대와 총신대 강사로 있으며 주요 번역서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공역), 『헤밍웨이』,『성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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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