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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군대내 남성간 성폭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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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내 남성간 성폭력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이 공식 확인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8일 군 복무 경험 남성의 무려 15%가 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역군인과 제대 3년 이내 예비역 671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난 것. 특히 단순 접촉의 수준을 넘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면서 직접적인 성행위를 시도한 경우도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성폭력, 지속적으로 행해진다
지난해 7월 연이어 상급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모 일병이 자살한 사건과 대대장이 당번병을 10여 차례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대내 남성간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어떻게 그럴 수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으나 그러한 사건은 비일비재했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단지 그 두 사건은 ‘안보’라는 철벽을 뚫고 세상에 알려진 것뿐이다. 조사에서 드러난 성폭력 발생 빈도와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이유 등은 이를 방증한다.

이번 조사는 국방부 자체조사가 아닌 민간단체가 국방부의 공식협조를 얻어 처음막?실시한 첫 성폭력 실태조사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4달간 진행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응답자 671명 가운데 직접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총 103명으로 전체의 15.4%였다. 직접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8명으로 전체의 7.2%였다.

성폭력은 1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피해자 103명 가운데 1회 이하인 경우는 9건으로 8.7%에 불과했다. 2∼4회가 42건으로 40.8%, 5∼6회가 13건으로 12.6%였다. 수시로 당했다는 사람은 31건으로 30.1%로 전체 응답자의 83.5%가 2회 이상 지속적, 반복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유형은 포옹(41.2%), 가슴 및 엉덩이 만지기(33.5%), 성기만지기(12.9%) 등 성추행에서부터 키스(9.4%), 성기삽입 시도 또는 성기삽입(1.2%)와 같은 노골적 성행위도 이뤄지고 있었다.


‘장난삼아’가 무려 절반
군대내 성폭력은 주로 선임병이 가해지이며 피해자는 대부분 후임병인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결과 피해자의 71.1%는 가해자로 선임병을 지목했다. 이외에도 부사관 7%, 장교 3.1%로 총 81.2%가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자가 강제적으로 성적 접촉을 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가해자나 목격자들이 성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당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피해자 74.7%가 별 이유없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친근감의 표시였다는 응답이 15.4%였고, 계급이 낮아서 지목됐다는 응답이 4.4%, 외모나 태도가 여성스러워서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그러나 듣거나 본 경우에는 외모나 태도가 여성스럽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1.3%에 달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대답이 21.7%, 신체적으로 연약해 보이는 사람이 주로 피해를 입는다는 대답이 18.3%로 피해자의 인식과는 모든 응답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가해자 또한 72.9%가 외모나 태도가 여성스러운 사람이 성적 접촉 대상이 된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신체적으로 취약하거나 남자답지 않아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반면, 가해자를 비롯한 주변에서는 피해자가 여성스럽거나 신체적으로 약해 군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은 것이다. 이는 주변에서 피해자에 대해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가해자는 장난삼아 성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무려 42.9%가 이런 대답을 했다. 피해자들도 54.2%가 같은 대답을 하며 가해자의 의도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군대내 남성간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현저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군대내 성폭력은 대부분 묻혀져 왔다. 그 이유는 신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으레 있는 일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답이 64%로 월등히 많았다. 또 상관에게 보고해도 소용이 없어서라는 답이 16%였다. 관행이었고 시정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자포자기한 것이다.


“성인지적향상교육 실시해야”
이러한 결과는 국방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것과는 너무도 상이하다. 국방부는 당시 ‘2000년 이후 군내 성범죄 관련 실태 및 노사관련 자료’를 내놓으면서 2000년 이후 총 32건(이중 남성간은 29건)의 성범죄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약 69만명의 군인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는 0.05%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피해유형에서도 성희롱이 18건이고 성추행은 14건으로 비교적 강도가 약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것만 볼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군대는 성폭력이 없는 곳이라고 주장할 만하다.

따라서 그간의 주장을 뒤엎는 이번 발표에 대해 군당국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자회견장에 군대표로 참석한 육군인사참모부 이동재 중령은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장병의 올바른 성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성폭력 가해자를 발본색원하고 이번 기회에 정확한 자기진단을 통해 개선 발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노예와 병사만들기’ 저자 안연선 씨는 “군대내 강압적 분위기가 성폭력 발생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군대내 민주주의의 신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군대내 왜곡된 성문화에 익숙한 남성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여성들에게 똑같이 행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남성의 성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군대내 남성간 성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여성부 조정아 정책보좌관은 그 해결책으로 ‘군대내 성인지적향상교육’ 실시를 내놓았다. 여성부는 자체 소관은 아니지만 교육부에 개입해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성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조 보좌관은 “군대내에서도 역시 그런 게 필요하고, 군당국의 의사만 확인된다면 협조할 의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에 각각 20만명의 병사가 입대하고 또 전역한다”면서 “매년 성인지적향상교육을 통해 달라진 20만명의 남성이 사회에 내보내지면 10년 후에는 한국사회의 성문화가 올바로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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