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일정을 확정하면서 본격적인 ‘대선의 시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 9명이 경선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범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 장성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출마 의지를 보인다. 여기에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설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잇따른 악재에 경선 분위기 띄우기 관건
송영길 대표 취임 이후에도 잇따른 인사 참사 및 부동산 문제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민주당은 당내 경선연기론에도 불구하고 원래대로 경선일정을 치루기로 확정했다.
민주당은 7월 9~11일 여론조사와 당원조사를 50대 50 비율로 하는 예비경선을 진행한다. 상위 6인이 본경선에 진출하는 컷오프 결과는 7월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5일 치러지는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9월 10일 결선투표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범진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의 경우 이 지사가 33.8%로 선두인 가운데 이 전 대표가 13.5%로 뒤를 쫓았다. 이어 추 전 장관 7.4%, 박 의원 6.3%,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심삼성 정의당 의원 각각 4.3%, 이광재 의원 1.9% 등의 순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두번째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 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치를 천명하고 상징 격인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공정 확보 등 주요 정책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적폐청산·공정경제·공정국가 건설’을 주창한 2017년 출마선언문과 맥락은 같지만 표현은 정제됐고 상당 분량을 할애했던 가족사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발목을 잡았던 가족사 관련 논란이 법원 판결 등으로 해소됐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29일 민주당 대선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며, “최후의 승리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힘겨운 국민을 먼저 살피겠다.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우겠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잇는 4기 민주정부를 출범시키겠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저 이낙연의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친노(親盧) 적자를 자처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두 사람은 단일화를 발표하며 “민주당 적통후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 의원님과 저는 함께하면 아름답고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나는 관계”라며 “서로 존경하고 아끼는 관계여서 이번 대선에 각자 출마했지만 함께해서 승리하자는 합의가 이뤄져서 활동을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일 “특권과 차별이 없는 나라, 힘없는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제4기 민주정부를 유능한 정부로 만들겠다. 구태, 무책임, 반개혁 정치를 혁파하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겠다”며 “이장부터 장관과 도지사까지, 마을 행정부터 중앙정부의 사무까지, 풀뿌리 현장부터 국회 본회의장까지, 걸어온 모든 곳에 변화를 만들어 온 저 김두관이 이제 대한민국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전했다.
충청권 유일한 대선주자인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본격적인 세물이에 나섰다. 양 지사는 “여야 대선 후보를 통틀어 구체적으로 15개 공약을 발표한 주자는 유일하다”며 “그동안 발표한 공약 하나하나가 전국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실현되면 대한민국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1차 컷오프, 2위 싸움 치열
일부 후보들의 단일화 선언 등 기존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우선 1차 컷오프 관련해서는 ‘빅3(이재명, 이낙연, 정세균)’로 불리던 기존 구도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다만 ‘1강(이재명), 1중(이낙연), 7약’으로 분류하는가 하면, 예비경선 통과 여부를 기준으로 ‘안정권 5명’에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4명이 경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돈다.
이와는 별개로 정세균-이광재로 촉발된 단일화 물꼬가 ‘반(反) 이재명 연대’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혜경궁 홍씨’ 논란 등 이재명 지사가 당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위 싸움도 치열하다. 9월 5일 끝나는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에 들어가는 만큼, 나머지 후보들이 결집한다면 대역전극을 일굴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류인 친문의 표심을 감안할 때 6명이 치르는 본경선까지 이재명 지사가 1위 구도를 가져가더라도 과반 득표를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2위 후보와 일대일로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데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가진 친문계 지지층이 반대편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 않겠냐는 기대감 섞인 관측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