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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권창남 조각가, 어머니 그리며 빚은 돌 고가구로 13회 개인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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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7월 8일까지 갤러리내일에 29점 전시
100% 손작업한 돌가구 속에 따스한 온기 흘러

 

조선시대 지체 높은 대가댁 안방에 있을 법한 달항아리 품은 녹색 2층 장, 번쩍이는 옻칠과 영롱한 자개무늬가 화려한 3층장...
이 작품들은 영락없는 고가구들이다. 얼핏 봐도 그 자태가 귀하고 화려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서랍이나 문짝을 열어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다. 나무로 된 목가구가 아니다. 대부분 대리석을 주재료로 한 돌조각이다. 재료만 보아도 황옥, 비치옥, 오석, 검은 대리석, 초록 대리석 등 다채롭다.

 

서울 신문로 갤러리내일(관장 박수현)에서 18일 개막하는 권창남 조각가의 13번째 개인전에는 이처럼 독특한 돌로 만든 고가구 작품 29점이 전시된다.  작품명은 민화의 호랑이를 새긴 '민화 호랑이'를 비롯해, '그리움-그곳에 가면' 연'작과  '기억-그리워하다' 연작 등이다.
 
서울대학교 미대 조소과 출신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했던 그는, 서울대학과 서울예고에서 후학을 기르면서도 공장에 맡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손수 제작하는 신념과 예술혼의 작가이다.

 

2019춘천조각심포지엄에 그를 초대했던 이재언 감독겸 미술평론가는 “당시 춘천의 소양정을 오석(烏石)으로 표현했는데, 정말 훌륭했다”면서 “대단히 무겁고 딱딱한 오석의 자연상태를 살려가면서 기암절벽 위에 정자를 만드는 등 돌 고유의 물성을 잘 살려낸 풍경조각이 춘천시청 인근에 설치되어 춘천시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권 작가가 만드는 고가구 조각 역시 풍경조각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면서 “돌을 직접 하나하나 다듬어 작품을 만들어내는 흔치 않은 장인”이라고 평가했다.

 

 

권작가는 1998년 첫 번째 개인전에서 ‘시각적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 이래 조각가로서 제작의 즐거움과 그를 통한 작품의 완벽한 마무리를 우선시하였다. 그와 더불어 어떤 즐거움을 관객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늘 고민했다. 특히 미술이 지나치게 관념화되는 것에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관객과의 사이에 소통의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동안 개인전을 통해 고향인 경북 상주 함창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을 풍경조각이나 집, 가구 조각으로 이어왔다. 82년 서울대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온 작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꿈꾸는 집’으로 표현했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는  ‘꿈꾸는 집’은 자연 풍광 멋진 누각처럼 아담하고 정겨워 보이는 풍경조각이다.

 

아울러 집은 소시민의 소박한 꿈을 상징한다. 그리고 집의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꿈을 생각한다. 그리고 집밖을 돌며 아버지가 보시던 풍경을 아버지의 눈으로 깎았다. 그런가하면 돌조각 가구는 1989년 어머니를 여읜 후 모정에 대한 그리움으로 2005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예전에 냉장고도 귀하던 시골마을에서는 반닺이 가구는 맛난 과자도 나오고, 용돈도 나오는 보물상자 같은 것이었다.


“제작된 가구 작품은 아주 고급스럽지요. 하지만 어머니가 생전에 쓰시던 고향집 반다지는 낡고 허름했었죠. 각양각색의 대리석을 3000방 사포로 손이 헤지도록 문지르고 문지르면서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리움에 가득차게 된단다. 어머니에게 좋은 고급 가구를 맞춰드리는 심정으로 사포질을 몇시간씩 계속 한단다. 이 말을 하는 작가의 눈이 촉촉해진 것은 착시 때문일까.

 

전시를 앞두고 너무 열심히 일하던 작가는 그라인드에 다리를 다쳐 20바늘이나 꿰매는 사고르 당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히 털고 일어나 전시 개막을 준비했다.

 

“서울대학 시험보러 혼자 상경할 때 3만원을 손에 꼭 쥐어주시면서 ‘뒀다가 급할 때 써라’ 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너무 나곤 해요. 생전에 잘해드릴 걸...”

2015년 세종호텔에서 연 개인전에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들었던 가구돌작품들은 모두 팔렸다. 외국인 바이어가 와서 다 사갔는데 왠지 어머니가 도우시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단다. 당시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번 개인전도 돌가구작품에 포커스를 맞췄다.


가구 작품에 이어지는 향후 작품 계획을 묻자 “완결판으로 한옥 시리즈가 남아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원 화성의 4개의 각루 중 동북 각루인 방화수류정을 비롯해, 산세좋은 곳과 정자, 누각 등을 조각 작품으로 깎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부모님에 대한 완결 작품으로 정리하고 싶단다.

 

“세종호텔 전시 후 수익금으로 미리 대리석과 필요한 돌을 사둔 것으로 이번에 작업을 했다”는 작가는 “앞으로는  ‘궁’과 ‘한옥’ 시리즈로 넘어갈 것”이라 말했다.

 

이번 출품작들도 혼자서 만들다 보니 한두 작품에만 6개월씩 걸리기도 했다. 초기 당뇨도 있고, 서울대도 10년씩 출강하고 서울예고까지 강의를 다니다보니 수업이 없는 날은 새벽부터 밤까지 꼬박 작업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오석(烏石)으로 한옥을 적절히 배치시킨 수묵 입체 조각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산천초목을 입체 풍경화 같은 이미지로 돌조각으로 만들고, 인체도 만든다면 서양인 얼굴이 아닌 개성있고 독특하면서도 한국인 같은 얼굴로 만들어야 하기에 향후 과제로 남겨놓았다. 

 

초등학교때부터 도장과 전각 파기에 뛰어난 재주를 보이며 이미 조각가의 자질을 선보인 권 작가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만화를 보고 똑같이 그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때 “배워 놓아라”하며 잡다한 것을 시켰던 아버님 덕에 조각가가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미소지었다. 전시는 7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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