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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일 관계 복원 쉽지 않아 …양국 국내 정치 얽혀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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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내년 3월 대선 앞두고 반일 감정 돌출 우려
스가, 9월 재집권 위해 대화보다 韓때리기 무게

 

[시사뉴스  박현채 기자]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최근 약식 정상회담 무산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일 양국의 국내 정치 일정으로 인해 좀처럼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양국은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이 약식 정상회담을 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른바 '독도 방어 훈련'인 동해영토 수호 훈련 실시에 반발하면서 일방적으로 회담에 불응해 '외교 결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한국에 책임을 떠넘겼다.

 

한일 관계는 2018년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및 조건부 유예,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발표와 독도 도발 등이 잇따르면서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 3각 협력과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5월 일본을 방문해 스가 총리와 만나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고, 스가 총리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드러냈다. 정부 관계부처는 지난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과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1차 민관협의회를 갖고 해법을 모색했다.

 

문제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데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국면에 돌입한다는 점이 최대 변수다. 위안부에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도 일본 측의 배상 책임을 물은 기존 판결과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도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최근 국내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이어 도쿄올림픽 지도에서 독도 표기 고수하면서 국내에서 반일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독도 표기를 문제 삼아 도쿄올림픽에 불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도쿄올림픽 불참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는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1~12월쯤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일본 관련 이슈가 큰 화두로 부상하고 반일 감정 문제도 돌출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재창출을 꿈꾸고 있는 스가 요히시데 총리 역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처지가 못 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지병을 이유로 물러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집권 연장을 위해서는 올해 9월 말인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전에 중의원 해산 총선거를 치러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일본 공영 NHK 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35%로 최악을 기록했다. 이달에는 2%포인트 반등한 37%로 올라섰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5%로 출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스가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당분간 공세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물론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아진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데 동참할 경우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 세력마저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라며 한국 정부를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것은 물론 일본 자위대가 홍보 동영상에 독도를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로 표기하면서 독도 도발을 심화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문 대통령의 임기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며 "원고들의 의견을 단기간에 정리하기도 신뢰관계를 상실한 일본과의 외교적 해결도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전망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관계가 정치, 경제, 역사, 군사 문제로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이 주효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한일이 정치 격랑에 휩싸일 경우 해법 모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다소 긍정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사설을 통해 G7 계기 한일 정상회담 무산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일본 정부는 대화로 해결한다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역시 전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G7에서도 정말 양국이 회담을 하기 위해서 서로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열린 자세로 양국 발전을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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