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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시아의 생채기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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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생채기를 찍다



전쟁과 식민에 대한 사진전



‘한국 일본 오키나와에 관한 기록과 기억, 사진가 10인의 눈’







최남단에 있는 섬들의 모임으로 구성된 오키나와는 일본이 패전한 1845년 이후 본토와 분리돼 1972년까지 27년 동안 미군 지배 하에
놓여 있었다. 그 이전에 오키나와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일본은 독자적인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를 1879년에 병합시켰고, 강제적인 ‘일본화’를
진행했다. 오키나와는 2차세계대전 중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진 곳으로, 전쟁으로 20만여명의 오키나와인이 살해됐다. 현재도 주일
미군의 상당수가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는 일본이면서도 반일감정이 강한 정체성이 모호한 곳이다.

오키나와의 이러한 배경은 전쟁과 지배의 기억을 안고 있는 한국과 상당히 닮았다. 그 때문에 한국과 오키나와의 사진가들은 서로 강한 정서적
공감대를 느꼈다. 오키나와에서 태어난 사진가 이시가와 마오와 한국의 사진가 신동필, 국수용 씨는 첫 만남부터 의기투합했다. 전시를 기획해
1년 남짓 준비기간을 거치는 동안 10명의 사진가가 모였고, 작품은 260점에 달했다.

지난 6월 오키나와에서 시작해 오사카, 도쿄를 거쳐 8월22일 서울 서초동 한전프라자 갤러리에서 마감한 ‘한국 일본 오키나와에 관한 기록과
기억, 사진가 10인의 눈’ 전시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육체에
새긴 전쟁의 상처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오키나와를 주제로 30여년 동안 사진을 찍어온 이시카와 마오는 젊은 시절 사진작업을 위해 직접 미군클럽의 종업원으로
일하며 ‘기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촬영했다. 그 과정에서 미군 개개인의 고충과 삶의 굴곡을 직접 보고 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전쟁을 위한 미군의 해외주둔 시스템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면서도 미군 개개인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사진에는 이런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파주에서 출생한 이용남은 현장사진연구소를 차리고 지난 30년간 파주의 주한미군문제를 현장에서 기록해왔다. 농민들이 널어놓은 곡식을 무참하게
짓밟아버린 주한미군의 탱크 자국과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각종 사고와 죽음의 싸늘함이 그의 사진에 선연하다.

이용남은 이렇게 항변한다. “주민들의 항의에 주한미군은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주기 위해 가족과 헤어져 이곳에 왔다. 한국민들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이유가 모든 범죄와 불평등을 덮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한미군 스스로가 알아야 한다.”

히가토요미츠는 전쟁이 육체에 남긴 씻을 수 없는 상처에 대해 말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영토 내에서 유일하게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대형 롤지로 인화한 사진을 통해 상처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과거사에 대한 끈질긴 추적

안해룡은 한국에 처음으로 비디오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그 분야를 개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사진이었으며
현재도 사진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스런 과거와 현재를 담은 안해룡의 사진과 비디오 작업은 그 양만으로도 꽤나 두툼한
볼륨을 가지며, 기간도 어느새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존 마츠모토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는 혼혈인의 정체성 문제를 사진에 담았다. 존 마츠모토 그 스스로가 미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살아야 했던 혼혈인 문제 역시 전쟁이 남긴 상처다.

일본 유학 중 교토의 조선인 거주촌을 취재해 ‘교토 40번지’라는 사진집을 엮은 바 있는 신동필은 히로시마 원폭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인
피해자들을 필름에 담았다. “일본에서는 원폭피해 직후 정부 차원의 관련법이 제정돼 일본 내 모든 거주자들이 지원 받고 있지만 한국으로 귀국한
피폭자들은 법률적 지원근거가 미약해 소외를 받고 있다”고 신동필은 말한다. 그 악몽의 한을 달래고 “한 명이라도 살아있을 때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는 피폭자 가족들의 외침이 신동필의 사진에 담겨졌다.

1923년 9월1일 오전 11시58분 44초 일본 간토 지방에 진도 7.9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사망자 9만1,344명, 가옥 전파
소실 46만4,909호라는 엄청난 자연재난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재난은 자연재난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일본인들을의 내부단결을 꾀하려는
계획적인 음모 속에 온갖 유언비어가 유포됐고 이 과정에서 6,000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죄없이 학살당했다. 이것이 이른바 ‘관동 대지진
학살사건’이다. 재일한국인 2.5세인 배소는 이 아픈 과거사에 대한 끈질긴 추적작업의 결과물로 이번 사진전에 참여했다.



폭력국가 미국에 대한 탐구


국수용은 반세기가 넘도록 그치지 않는 미공군의 폭격훈련으로 신음하고 있는 고통의 땅 매향리를 포착했다. 반세기가 넘는 폭격 속에 아름답던
농섬은 제 살의 절반을 덜어내고 말았다. “매화향기가 넘실댄다고 해서 매향리라고 불렀다던가. 이제 매화향기는 사라지고 매캐한 화약냄새가
진동할 뿐이다”며 국수용은 안타까워한다.

마키다 키요시는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 5년간 체류하며 민주화운동을 필름에 담았던 한국통 사진가다. ‘양심수의 어머니들’이란 제목의
사진전을 열고 같은 제목의 사진집을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출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멀리 사할린까지 찾아가 그곳의 한국인들에 대한 작업을
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노순택은 ‘평화의 전제조건’이란 다소 추상적인 주제의식을 가지고 사진작업을 벌였다. 그 추상적인 주제가 현실에서는 ‘전쟁국가 미국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노순택은 그간 매향리주민의 미공군폭격장 폐쇄투쟁, 소파개정시민운동, 방북취재, 주한미군 고압선 전동록씨 사건,
주한미군 트레일러 사고사 박승주씨 사건, 주한미군 궤도차량 압사 두 여중생 사건, 미국의 이라크침략을 반대하는 한국의 반전운동 등 한국과
미국이 얽힌 첨예한 사건과 정황의 현장을 필름에 담아왔다. 이번 사진전에는 ‘아이들은 열 네 살이었다’는 제목으로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압사
당한 여중생 사건에 대한 사진을 전시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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