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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허난설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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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허난설헌’을
위해!




연극 통해 여성의 자아찾기 주창하는 연출가 강유정






‘초희’라는
본명보다 호 ‘난설헌’으로 유명한 조선중기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우리에게 허균의 누나로만 기억될 뿐. 그녀의 작품이 무엇인지, 시풍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발견된 ‘취사원창’에 따르면 그녀는 17세기 중국, 일본 등지에서 최고의 베스트 셀러
작가였다고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한국에서만은 그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허난설헌. 그녀가 마침내 9월14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반가워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를 통해 재탄생한다. 그녀를 부활시키는 연출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연출가’이자 극단 ‘여인극장’ 대표 강유정(70) 씨. 강씨가 허난설헌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녀 자신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정통사극으로 표현한 현실문제

“한국에서 여성이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은 허난설헌이 살았던 시대나 요즘 시대나 여전히 힘들어. 늘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통받지. 450년 전 허난설헌이 겪었던 고충은 지금 우리 여성들의 모습이야.”

과거를 반추해 현대 여성의 문제를 짚어내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는 강씨는 유물과 문헌자료를 통해 조선중기 전통 가옥과 의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가장 사실적으로 당대 사회상을 담아냄으로써 무게감과 진지함을 더하기 위해서다. “배경은 정통사극이지만 내용은 현재 이야기”라며 강씨는 “여성들이
자아를 성찰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녀가 지금껏 선보인 공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말해왔던 주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해당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인간화, 즉 자아찾기가 골자야.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겪었던 경험에서 나온 거지.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나’라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란 정말 힘들어. 여자라서 강요받고 차별받는 경우가 허다해.”


최초의 여류 연출가

남녀평등이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요즘에도 여자 감독이라고 하면 의외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판국에 1960년대 여자 연출가의 등장은 당연히 큰
주목을 받았다. 그 관심이 기대감이나 호감이 아닌 ‘편견’과 ‘색안경’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1967년 연출가로 정식 데뷔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어. 오히려 그 전 수련기가 더 힘들었지. 부모부터도 얼마나 완강했다고. 금족령까지
내릴 정도였다니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 아마 6·25전쟁이 없었다면 이 일을 못했을 거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동국대 국문과에 입학한 강씨는 희곡이 쓰고 싶어 연극을 시작했다. “희곡을 쓰려면 무대를 알아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
때문이었다. 처음엔 학교 연극동아리에서 스텝으로 활동했고 졸업 후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웠다. 반대가 심하던 강씨의 부모도 이쯤 되자
‘6·25때 죽은 딸아이 셈 치자’라는 심정으로 가만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경력이 쌓이면서 강씨는 연출을 맡았고, 그때 바로 ‘이거다’하는
느낌을 받게 됐다.

“연기자들과 고생, 고생하면서 작품 하나를 무대에 올렸을 때의 희열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그 큰 감동을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것은 쳐다볼 겨를이 없더라고. 원래 목적했던 희곡을 지금까지 한편도 쓰지 못할 정도로 말야. 하하.”


실력으로 편견과 맞서다

강씨는 1967년 국내 최초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시연, 1980년까지 2년마다 공연을 선보였고, ‘아내라는 직업의 여인’ ‘역광’
‘이 대감 망할 대감’ ‘셰익스피어의 여인들’ 등 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작품은 차범석 작 ‘학이여 사랑일레라’다.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미주순회공연을 가졌어. 당시 해외공연을 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운이 좋았던 거지. 원래는
10개 주 공연이었는데 2개 주를 남겨두고 주연배우가 교통사고가 나버렸지 뭐야.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지금도 아쉽지만 그래도 참 뿌듯한
사건이었어.”

이 외에도 ‘산국’ ‘키리에’로 미주 순회공연을 가졌고, 1978년 ‘대한민국 연극제’ 작품상을 시작으로 ‘동아연극상’ ‘서울시 문화예술상’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이처럼 연극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을 강씨는 ‘안목’때문이라고 말한다.

“연출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목’이야. 작품성 있는 희곡을 찾아내고, 좋은 배우들을 알아봐야 해. 책을 많이 봤던 게 도움이 됐지.
여자이기 때문에 편견이 심했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력’이야. 실력만 있으면 차별을 이겨낼 수 있어.”


모든 건 경험에서 우러난다

‘여류 연출가’라 불리는 게 싫다는
강씨는 자신을 그저 ‘연극 연출가’로 봐주길 바랬다. 여류 연출가 사이에서 인정받는 것이 아닌 모든 연출가 사이에서 평가받길 바라는 바람인
게다. 그만큼의 자신감을 갖추기 위해 강씨가 싸워왔을 고충이 새삼 느껴졌다.

“양손에 떡을 쥐고 둘 다 먹을 순 없어. 특히 여자는 가정과 일, 두 가지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하지. 주부로서 직업인으로서 둘을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슈퍼우먼이 될 수 없으니까. 나도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어. 특히 다른 어머니들처럼 챙겨주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자식들을 볼 때면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 그래도 어떻게. 난 일을 할 때 너무나 행복한데….”

지금은 성인이 돼 강씨를 이해하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지만 성장기 시절 자녀들의 불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강씨는
일을 통한 자아실현에 더 큰 가치를 뒀고 지금은 가정과 일 모두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했다.

“연출가의 경험과 사고에 따라 똑같은 희곡도 전혀 다른 무대가 돼. 나의 경험들이 녹아나지. 아버지 즉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기에
여성문제에 주력한 거고, 각자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완벽한 가정’에 대한 희구가 있었기에 가정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가졌지.
연극이 단지 예술성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길 바래.”

연극이 사회를 맑게 하는 샘물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신념을 피력한 강씨는 말을 마치자 연습실로 향했다. 지병인 천식과 관절염으로 대화뿐 아니라
거동마저 불편하면서도 오로지 ‘무대’를 위해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직 사회에 내던지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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