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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간첩 멍에, 밟을 수 없는 대한민국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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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멍에, 밟을 수 없는 대한민국 땅



국내 민주화인사 명예회복, 보상 불구 해외민주화인사 귀국도 불허 돼




동의, 송두율,
김성수…. 이 이름들을 기억하는가? 서슬 퍼런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반국가 단체의 성원이라는 딱지가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수십년째 늘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활동이 국내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8월7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강당에서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연합, 통일연대 등 1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해외민주화운동가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수평적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고국이 외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해외민주화인사들은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 전 대통령 자신이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회의(한민통,
현 한통련) 초대 의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한통련은 일본에서 민단의 상층부가 이승만과 박정희 등 독재정권을 계속해서 지지하는 것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단의 일부 간부들이 1973년
8월15일 결성한 단체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단체의 의장으로서 일본에서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한민통의 결성식을 1주일 앞둔 8월8일 김 전 대통령을 납치하기도 했다.

한통련은 이 문제를 국제 여론화시키고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펼쳤다. 이 후부터 한통련은 반국가단체로 낙인 찍혔다. 김 전 대통령도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시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돼 1973년에 한통련의장을 수락한 것을 이유로 사형을 언도받았다.

이 때도 그를 구출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한통련이었다. 배동호 씨 등은 1980년 6월 즉각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간사회에 참석, 김대중이 처한 상황을 알렸다.

한통련은 출범 당시 조총련계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김대중이 납치됐을 때, 의장대행을 맡았던 김재화 씨는 민단 단장을 8번이나 역임했고,
한국에서도 1971년에 국회의원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해외민주화인사 명예회복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민단의 간부들은 공식적인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한통련 소속 민주화운동가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임종인 민변 부회장은 “지난 30년간 독재정권을 지지하며 김대중을 빨갱이라 공격했던 민단의 상층부는 참석했지만 한통련 등 김대중 구명운동을
펼쳤던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 했던 것은 여전히 친북 인사고 빨갱이라는 딱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민주화운동가들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도 참석하지 못 했다. 민변은 지난 2월6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일본의 한통련 곽동의
의장, 독일 송두율 교수, 정규명 물리학 박사 등 해외민주화운동가 60여 명의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답변은 참석 불허. 국정원은 민주화운동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1980년대 이후 북한을 방문하는 등 친북활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이들에게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면 반성문을 쓰라고 강권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반성문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고 양심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7년 6월 민중항쟁 이후 정치적 민주화는 진전이 됐지만, 역사의 민주화는 초보적이고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7·8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국재에서 벌였던 국내 인사들에 대해서는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졌지만 해외인사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
하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개인사적 측면에서도 그들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향의
흙냄새 실컷 맡아보고 싶다”


이날 결성식에서는 곽동의, 김성수 등 해외민주화운동가들의 영상전언과 송두율 교수의 편지글이 소개돼 행사장을 숙연하게 했다.

곽동의 선생은 “군사독재에 대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지만, 우리의 처지는 (군사독재) 당시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고향도 못 가고, 꼭 가고 싶으면 반성문을 쓰라는데 민주화운동을 했던 것을 반성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그는 한통련 등을 제외한 채 민주화운동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참여정부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언 말미에서 그는 “나서 자란 고향의 흙냄새를 실컷 맡아보고 싶은 소망 뿐”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선생 역시 30년 넘게 고향 땅을 밟지 못 하고 있다. 그는 “맺힌 한이 많은 사회는 결코 평화로울 수 없다”면서 “고향땅에서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신 어머님께 이보다 더 한 불효는 없다”고 말했다.

송두율 교수는 편지글에서 외국인 동료들이 종종 한국사회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토로한다고 전했다.

외국에서 그토록 조국을 사랑했고, 그 때문에 적잖은 고통까지 감내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왜 그 땅을 밟을 수 없는지 이성적으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

지난 2월 그를 주인공으로 한 ‘경계도시’라는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한국의 준법서약제도에 의문을 표했다고
그는 밝혔다.


범국민추진위, 올 가을 1차 귀국사업 추진

해외민주화운동가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가 밝힌 해외민주화운동가는 64명. 그러나 이는 주소가 파악된 인사들에 한한 것일
뿐 실상은 훨씬 많다. 또 산화해 유골로 남은 인사들도 많다. 따라서 이는 인권측면에서라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범국민추진위원회는 올해 9월18~20일을 해외민주화운동가 1차 귀국사업 추진시기로 잡고 초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추진위는 각계각층에서 탄원운동을 전개하고 대국민 여론 홍보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또한 국가인권위 진정서 접수와 나아가 유엔 인권위
제소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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