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영남취재본부 김대우 국장] “최근 다른 지역 방문 가족과의 접촉으로 감염이 퍼지고 있는 만큼 직계가족 간 모임을 가급적 자제하고, 특히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단위 모임이나 여행, 행사를 당분간 자제해 주기 바란다.”
경주에서 5월 들어 나흘 새 4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리자 4일 김호진 부시장이 영상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브리핑 영상 속 김 부시장은 비장했다. 지난 1일 하루 최대 규모인 1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2일 17명, 3일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4일 또다시 8명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이달 들어 나흘 새 45명이나 무더기로 쏟아졌다. 특히 지역 방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주낙영 시장마저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오는 13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간 점을 생각하면 그런 모습은 당연해 보인다.
같은 시각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는 (재)문화엑스포가 주관한 축제가 한창이다. 문화엑스포는 이곳에서 이달 1~9일까지 9일간 대규모 축제를 열고, 이를 시작으로 5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거리공연을 진행할 예정인데 김 부시장의 당부 속에 이런 축제에 대한 언급은 쏙 빠져있다. 그의 비장함이 쇼맨십으로 보이는 이유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측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곳을 찾은 관람객이 2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가족 단위 모임이나 여행, 행사 등을 자제해 달라는 김 부시장의 당부가 무색해지는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경주시가 언급조차 못 하는 이번 축제는 문화엑스포가 주관하는데 이곳의 이사장이 시의 상급기관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공교롭게도 이 축제가 개막한 이달 1일부터 나흘 동안 지역 내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심각한 상태다. 일부 확진자는 축제가 한창인 경주엑스포대공원과는 불과 3~5분 거리에 있는 보문단지 내 예식장 등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손을 놓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초비상이 걸린 상태인데 한쪽에선 축제라니 말이 되느냐?”라는 시민들의 비난에도 상급기관 눈치만 보는 시의 행태가 참으로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