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0.0℃
  • 구름많음강릉 6.6℃
  • 구름조금서울 0.3℃
  • 흐림대전 1.9℃
  • 흐림대구 2.8℃
  • 흐림울산 3.8℃
  • 구름많음광주 3.4℃
  • 흐림부산 5.2℃
  • 흐림고창 2.5℃
  • 흐림제주 7.3℃
  • 맑음강화 -0.7℃
  • 흐림보은 0.8℃
  • 흐림금산 1.6℃
  • 구름많음강진군 3.6℃
  • 흐림경주시 3.3℃
  • 흐림거제 4.8℃
기상청 제공

문화

잔잔한 마애불의 미소가 전염되는 곳

URL복사



무제 문서




사찰탐방

잔잔한
마애불의 미소가 전염되는 곳




세속 번뇌 사그라지는 도심 속 산사, ‘승가사’


굽이굽이 바위 사잇길을 오르고 또 오르니,

산허리의 선각(禪閣)이 단풍(丹楓)속에 자리잡았네.

왕사(王師)의 지난 자취 큰 비석(碑石)이 우뚝 섰는데,

옥불(玉佛)이 동쪽으로 오니 보배로운 전각(殿閣) 높이 솟았소.

만호(萬戶) 민가(民家)의 추녀 끝은 찬 비 속에 희미하고,

겹겹이 둘린 성곽은 저녁 연기 사이로 보인다.

서쪽 봉우리에 해지자 종소리 들리는데,

높은 누대(樓臺)에 혼자 올라 멀리 나르는 기러기 보고있네.

- 다산 정약용의 승가사(僧伽寺) 역방시(歷訪詩)

















경내로 연결되는 참도는 12지상이 조각돼 있다.
대웅전에 모셔놓은 석가모니불은 천년 향나무에 조각해
개금불사했다. 특이할 점은 탱화가 그림이 아닌 목조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울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진흥왕순수비로 유명한 북한산 비봉에서 동쪽으로 1km쯤 떨어져 있는 종로구 구기동에 자리한 승가사는 사찰을 오르는
길부터 예사롭지 않다. 절에 오르는 두 갈래길 모두 깎아지듯 가파른 산세가 마치 이곳을 찾는 신도들의 불심을 시험하듯 하기 때문이다. 절경을
보기도 전에 이 험한 곳을 어떻게 오르내리며 건축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기엔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가파르지만
그만큼 사람의 손을 덜타 자연모습 그대로를 유지했고, 계곡 소리가 낭만적 운치를 충분히 자아냈다.


≫ 아늑함과 고요함의 조화

일주문에 다다르면 높게 솟아오른 9층석탑이 있고, 그곳까지 좌우 양벽에 비룡이 새겨진 108계단이 놓여졌다. 탑은 1994년에 세워진 높이
25m의 남북통일 호국보탑으로, 기석에 자비와 지혜를 표현한 코끼리상, 용맹과 강인함을 뜻하는 사자상, 우리 민족의 얼을 상징하는 호랑이상이
조각돼 있다. 그 외 모든 층마다 정교하고 섬세한 불보살이 새겨져 화려함과 웅장함이 엿보인다.

탑을 지나 12지상이 조각돼 있는 참도를 따라 경내에 들어서면 비구니스님들이 기거하는 사찰이여서인지 아늑함과 정갈함이 제일 먼저 가슴을
두드린다. 발소리 하나도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고요함이 마음을 경건케 하고,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했다.

가람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우측에 영산전과 산신각, 적묵당이, 좌측에 서래당과 명부전이 배치했다. 뒤쪽으로는 약사전과 향로각, 마애석불이
있고, 맞은편에는 종각이 있다. 종루에서는 서울이 한눈에 조망되며, 비천용상이 새겨진 범종이 육중한 자태를 뽐낸다. 1977년 15인이
45일간에 거쳐 겨우 운송했다고 하니 그 무게감이 실로 느껴졌다.


≫ 방문객에게 식사제공

대웅전에 모셔놓은 석가모니불은 천년 향나무에 조각해 개금불사했다. 여느 사찰의 대웅전과 비교해 특이할 점은 탱화와 외벽에 그려진 심우도가
그림이 아닌 목조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단청의 빛깔도 빼어났는데, 16나한상을 모셔놓은 영산전이 더욱 그 아름다움을 뽐냈다. 세월의
흐름으로 빛바랜 부분이 고풍스러움을 연출하며 자연과 어우러졌다.

영산전에서 산신각으로 넘어가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우람한 소나무가 한 그루 섰는데 그 모습이 매우 영묘했다. 대웅전을 향해 구부러져 자라는
모양이 마치 부처님을 향해 절하고 있는 중생 같았다. 영험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금옻을 입고 있는 산신상의 얼굴은 더욱 신비감을 더했다.


적묵당은 현재 24명의 비구니가 참선하고 있는 선방으로 야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북한산의 자연풍광과 서울의 도시 냄새가 기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을 평안케 했다.

서래당 안에 있는 종무실은 종단의 사무를 보는 곳이자 참배객에게 안내를 해주는 곳이다.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묘약 같은 차와 더불어
스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서래당 하층에는 주방과 식당이 있는데 언제든 방문객이 식사할 수 있도록 뷔페형식으로 음식이 준비돼
있고, 별채는 최대 200명 정도까지 머물 수 있는 기거방이 마련돼 있다.









마애석불석가여래좌상(보물 제215호).
둥글한 선과 잔잔한 미소가 특징이고, 여전히 붉은 빛을 발하는 입술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 병을 치료한다는 영험한 약수

500년 노송이 사천왕처럼 우뚝 서있는 명부전에는 고인의 천도명복을 기원하는 신도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로 중생을 고해에서
건져 극락으로 이끌어 준다는 지장불이 인자한 눈빛으로 굽어보고 있었다.

약사전은 신라시대부터 승가굴로 널리 알려져 법장 혜인 도인이 수업한 곳으로 승가사의 뿌리가 발족한 곳이다. 이후 세종대왕비 소헌왕후의 병을
낫게 하였다하여 약사전으로 통칭됐고, 내부에는 30세에 당나라에서 와 52년간 불도전법을 하며 민초의 고뇌를 풀어주고, 생전에 이미 관음의
화신으로 받아들어진 승가대사상(보물 제1000호)이 봉인돼 있다. 부드러운 눈매와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인 승가대사상 옆에는 약수가 흐르는데
예부터 물맛도 좋고 병을 치료한다는 말이 있어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약사전 뒤쪽으로 향로각과 마애석불석가여래좌상(보물 제215호)이 있다. 향로각 입구에는 추사 김정희가 ‘가양천신(可養天神)’이라고 새긴
돌이 놓여져 있는데, ‘가히 천신을 기를 만한 곳이다’라는 의미로 승가사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하겠다.

향로각은 유리로 마애불과 정면에 볼 수 있게 돼있어 우천에도 석불 봉배하도록 했고, 그 곳에서 마애불까지 108계단이 놓여져 있다.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단번에 오르긴 힘들고 한 걸음씩 천천히 올라야 한다. 걸음을 떼어놓으면서 번뇌를 던지고 마음을 가볍게 하라는 부처의 가르침인
듯 했다.

마애불은 자연 암벽에 새겨진 6m의 거대한 불상으로 고개를 들어 전신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크기에 눌러서인지 불상에서 나오는 엄청난
기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으나 분명 근엄한 자태가 중생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둥글한 선과 잔잔한 미소가 특징이고, 여전히 붉은 빛을
발하는 입술이 신비로움을 더했다.


≫ 저절로 명상에 잠기는 공간

마애불에서 삼배를 올리고 내려오면서 틈틈이 북한산 자락을 내려보니 보는 위치마다 경치가 매우 달랐다. 북한산을 등반할 때 보았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새로움이 전해졌다.

또한 마치 쉬었다 가라는 듯 자연의 휴식처를 제공하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니 절로 명상에 잠기고 그간의 고민과 근심이 사라졌다. 소소한
것에 얽매어 있었구나 하는 깨우침도 느껴졌다. 때마침 풀숲으로 사라지는 도마뱀이 눈에 띄었다. 하찮다고 생각했던 짐승이 어찌보면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보다 더 존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서울 도시의 한복판이다. 여전히 일상의 굴레가 압박해오지만 잠깐동안의 체험이 많은 걸 변화시켰다. 마음에 여유와 아량이 생겼고,
입가에 마애불의 미소가 잔잔히 떠올랐다.






<찾아오는 길>

지하철3호선 경복궁 역에서 하차. 3번 출구로 나가 약 50m 전진하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 곳에서 143-1번 버스를 타고,
‘승가사 입구’에 내리면 북한산 소재 사찰 위치 방향판이 보인다. 표지판이 서있는 골목을 따라 70m 정도 걸어 들어오면 건덕빌라가
보이는데, 빌라 앞 공터에 승가사에서 운행하는 순환차량이 아침7시부터 오후3시까지 매 정각마다 선다. 차비는 1.000원. 소요시간
15분. 도보로는 약 1시간쯤 걸리는데 차량이 오르는 길과 관음사·문수사 방향표지가 있는 구기동쪽 길이 있다. 완만한 경사와 계곡소리가
듣고 싶다면 구기동쪽 길을 권한다. 국립공원 입장료 1,300원(어른).

(문의 전화: 02-379-9665)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