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2.05 (목)

  • 흐림동두천 4.6℃
  • 구름많음강릉 10.3℃
  • 연무서울 5.6℃
  • 연무대전 6.6℃
  • 연무대구 6.4℃
  • 연무울산 9.5℃
  • 연무광주 8.6℃
  • 구름조금부산 11.2℃
  • 구름많음고창 8.3℃
  • 구름많음제주 12.7℃
  • 구름많음강화 6.0℃
  • 구름많음보은 3.9℃
  • 구름많음금산 4.4℃
  • 구름많음강진군 9.8℃
  • 구름많음경주시 9.5℃
  • 구름많음거제 8.3℃
기상청 제공

문화

장인을 찾아서(25) -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인생

URL복사



무제 문서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인생



삶의 뒤안길에 선 김의석 옹의 60년 자전거 이야기



산구
원효로1가. 도심이지만 시골 읍내 같은 정겨움과 푸근함이 스물대는 곳. 그리고 오래된 추억하나가 물끄러미 고개를 내미는 낡은 자전거 가게.
세월을 알 수 없는 묵은 먼지와 손때들이 문짝이며 기둥이며 구석구석 온 곳에 깊이 파고들어 진토색 빛을 발하고 있는 이 작은 공간에 희끗한
노인 한 분이 자전거 바퀴를 돌리고 있다. 버젓한 간판 하나 없는 오래된 자전거 수리점과 그만큼의 일생을 함께 해 온 김의석(76) 옹.
작은 점방 안에는 그의 60년 자전거 이야기가 가득 차있다.


강남에서도 찾아오는 단골

몇 년 전만 해도 용산구에 자전거 수리점은 98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김의석 옹의 가게를 합쳐 고작 4군데가 전부다. 그만큼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고장난 곳 고쳐가며 살아야지 조금 이상하다고 내다 버리고 하는 것은 순전히 낭비야. 그리고 자전거가 얼마나 좋은데. 건강에도 좋지, 연료비
안 들지. 그런데 허구헌날 자가용만 사러하니 요즘 사람들 한심해.”

장사가 안 돼서 하는 개인적 푸념이 아니라 나이 든 노인으로서 시세 걱정을 털어놓은 그는 “예전엔 내 손이 늘 까맸는데 요즘엔 이렇게 하얘”라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하지만 그의 가게는 늘 간간이 끊이지 않고 일거리가 들어온다. 원효로에 자리잡은 것만도 40여년이 훌쩍 넘어 단골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아오기 때문이다.

“강남이나 영등포로 이사 갔는데도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 내가 자리를 비웠으면 손볼 곳을 메모지에 적어놓고 가지. 꼬마였던
손님이 이제는 장년이 됐어. 굳이 자전거를 고치러 오는 게 아니라 정 때문에 오는 것 같아. 나도 그들을 만나면 기쁘고 행복해. 가족을
만나는 것처럼….”


손님과의 대화가 노년의 즐거움

대화중에 어린이가 자전거를 수리하러 왔다. 그는 어린이에게도 먼지 쌓인 의자를 닦아주며 ‘손님’ 대접을 해줬다. 그리고는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행여나 자전거가 젖을까 우산을 받쳤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김의석 옹은 어린 손님에게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하듯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린아이가 가고난 후 그는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노년의 즐거움”이라며 “찾아와 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시간을 불문하고 언제든 손님이 오면 성의를 다한다.

“새벽4시에 신문이나 우유배달부가 찾아오는 경우도 많아. 밤 10시 넘어서 오는 손님도 있고. 가정집하고 붙어 있으니 따로 가게문 여는
시간이 없어. 손님이 필요로 할 때가 문여는 시간이지.”

하루 평균 손님수는 15명 정도. 하지만 무료로 수리해주는 것을 빼고나면 정작 수입은 용돈벌이밖에 안 된다. 그래도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내가 이래뵈도 청와대에 들어갔던 몸이야. 박 대통령 때 전직 용산경찰서장의 소개로 청와대에 들어갔지. 그곳에 60대 자전거가 있었는데
나보고 감정 좀 해달라는 거야. 3분의2는 못 쓰겠더라고. 일을 다 끝내고 나오면서 그것 참 뿌듯하데. 내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거잖아.
허허.”

약간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때를 회상하던 그는 “이 일도 참 오래했지”하며 처음 배웠을 때를 추억했다.


인민군
징집도 피해간 수리공


김의석 옹이 처음 자전거 수리를 시작한 것은 16세 때. 평안북도 압록강 근처가 고향인 그는 소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일을 배웠다.

“한국인이라 못 하면 더 혼나고 구박 당했어. ‘빠가야로’ ‘조센징’이라는 욕은 예사였고 손에 잡히는 대로 맞기도 했지. 억울하기도 하고
슬펐지만 그렇게 배운 일이 내 목숨을 여러 번 구했어.”

해방이 되고 일본인이 운영하던 자전거 가게를 인수해 그는 고향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23세가 되던 해 6·25가 발발했고 친척들이며
친구들은 모두 인민군으로 징집됐다. 그도 3번이나 징집소장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인민군 서장이 빼내주었다. 이유는 인민군의 자전거를 고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전거 수리공들이 모두 끌려가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연명하며 몇 개월을 보내다 1950년
11월, 그는 남한으로 피난 왔다.

“꼬박 한달이 걸려 남한에 도착했지. 처음 도착한 곳이 이곳 원효로였어. 목조건물 계단 밑에 지푸라기를 깔고 살았는데 너무 배가 고파 해병대에
자원했지. 그리고 6년간 군에 있었어.”


자전거 수리는 정을 베푸는 일

제대 후 김의석 옹은 자전거 가게를 차릴 자금을 모으기 위해 지겟일이며 공장일이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지겟일 하는 거 무척 힘들었어. 어느 날은 한 할머니가 서울역에서 남대문까지 가달라고 했는데 그만 잘 못 듣고 동대문까지 갔지 뭐야.
다시 남대문까지 모셔다 줬더니 날이 저물었더라고. 내가 실수해서 그런 건데도 그 할머니가 돈을 더 주더군. 그리고는 시레기국에 팥밥도 말아주는데
눈물이 났어. 참 고마운 분이었지.”

그때의 경험으로 인정이 무언지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가 손님을 만나고 자전거 수리를 하는 모습에는 ‘정’이 밑받침돼 있다. 그리고 그 정은
베품으로 승화됐고, 몇 년 전에는 아주 중대한 결심을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터에서 매일 선혈이 낭자한 시체들을 보면서 죽으면 아무 소용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 그리고 그럴 바에야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어. 그래서 내가 죽으면 시신을 연대 의학과에 기증하기로 서약했지. 자식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허락하더라고….”

소나기가 어느 새 그치고 맑은 햇살이 비쳤다. 중년의 남성이 자전거 잠금장치를 달기 위해 찾아왔다. 전쟁 때 다친 다리를 약간 절면서 김의석
옹은 급히 나가본다. 이제는 세월의 무게 때문에 앉아서 일해야 하지만 그래도 일할 때만큼은 젊음이 넘실댄다. “다 됐습니다”라고 말하며
손님이 갈 때까지 지켜보는 그의 등뒤로 자전거처럼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인생바퀴가 굴러갔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정치

더보기
정청래, 합당 논란에 “전 당원 여론조사 최고위원들과 논의하겠다...경청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에 대해 전 당원 여론조사를 하는 것을 최고위원들과 논의할 것임을 밝혔다. 정청래 당대표는 4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논란에 대해 “원래 합당 여부는 전당대회나 수임 기구인 중앙위원회 직전에 전 당원 투표로 결정되게 돼 있다”며 “그런 과정 전이라도 합당 여부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부분을 최고위원 분들과 함께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이 논의에서 지금 당원들이 빠져 있다는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되겠다”고 말했다. 현행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113조(합당과 해산)제1항은 “당이 다른 정당과 합당하는 때에는 전국대의원대회 또는 전국대의원대회가 지정하는 수임기관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다만,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중앙위원회를 수임기관으로 한다”고, 제4항은 “제1항 및 당의 해산을 결정할 경우, 그 전에 우리 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및 당직선거의 선거권이 있는 권리당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토론 및 투표를 사전에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청래 당대표는 “합당에 대해 의원들께서 토론·간담회 등을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도 주거용 아니면 안 하는 것이 이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도 주거용이 아니면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새벽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정으로 고가 1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요? 분명히 말씀 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정상화하겠다. 부동산 투기는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공정 사회와 경제 정의를 파괴해 온 주범이다”라며 “이번 기회에 이 고질병을 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 대전환과 대도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다주택자 중과가 1년씩 네 차례나 유예되며 정책 신뢰를 훼손한 과오를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한다”며 “부동산 투기의 희생양이 된 20·30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을 위한 1·29 수도권 주택공급대책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다”라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수도권에 6만호를

사회

더보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희망터 장애인의 자립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하 국토교통진흥원)은 지난 4일 희망터 장애인사회적협동조합(이하 희망터)과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일 국토교통진흥원에 따르면 안양 호계동에 위치한 희망터는 성인 장애인 자립을 위한 직업적응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으로,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지역사회 장애인이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원활한 사회적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국토교통진흥원은 이번 업무협약 체결식을 기념해 희망터의 인지도 제고 등 홍보를 위해 사용될 팜플렛 1,000부를 제작하여 기증하였다. 기증된 팜플렛은 희망터에 관심이 있는 지역 장애인 또는 희망터 운영에 지원을 희망하는 후원자 대상으로 배포되어, 기관 주요 사업과 활동 내용을 알리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김정희 국토교통진흥원 원장은 “이번 협약은 지역사회 성인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지원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관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

더보기
루이스 캐럴 '앨리스' 시리즈 출간... 삽화 편지 등 수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인용된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문예세계문학선 신간으로 출간됐다. 앨리스의 모험을 다룬 두 작품, 존 테니얼이 그린 삽화 90여 점에 더불어 루이스 캐럴이 ‘거울 나라의 앨리스’ 초판 출간 직전 삭제한 아홉 번째 장 ‘가발을 쓴 말벌’, 1876년에 앨리스를 사랑하는 어린이 독자에게 보낸 다정한 편지를 함께 수록해 앨리스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865년에 처음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어린이와 성인 독자에게 읽히며 우리의 내면에 싱그러운 색깔을 불어넣는 기념비적 걸작으로 자리 잡았다.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앨리스 이야기는 170여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으며, 연극·영화·드라마 등으로 무수히 각색돼 상연되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아동 문학, 환상 문학의 걸작인 동시에 정체성과 자아, 이들을 둘러싼 세계에 관한 독창적인 철학적·논리적 체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의도치 않게 토끼 굴에 들어가며 모험의 첫발을 뗀다. 완전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선택은 본인 책임…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신중해야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를 선택하면서 살아간다.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의 결정을 내린다. 식사 메뉴를 무엇으로 할지, 모임에는 갈지 말지, 자동차 경로를 고속도로로 할지, 국도로 할지 등등 매일매일 선택은 물론 결혼, 입사, 퇴사, 이직, 창업,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재테크 투자는 어떻게 할지 등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택과 결과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 궤적을 만든다. 이런 많은 선택과 결과들 가운데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쪽은 돈과 관련된 재테크 투자의 선택과 결과 아닐까 싶다. 최근 코스피 지수 5,000돌파, 천정부지로 올라간 금값, 정부 규제 책에도 불구하고 평당 1억 원이 넘는 아파트들이 속출하는 부동산시장. 이런 재테크 시장의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이런 활황장세에 손실만 보고 있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허우적거리는 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선택과 결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최근 한 개인투자자는 네이버페이 증권 종목토론방에 “저는 8억 원을 잃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새해엔 코스피가 꺾일 것이라 보고 일명 ‘곱버스(인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