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0 (금)

  • 맑음동두천 12.1℃
  • 맑음강릉 15.9℃
  • 맑음서울 11.7℃
  • 맑음대전 12.0℃
  • 맑음대구 15.1℃
  • 맑음울산 15.1℃
  • 맑음광주 13.7℃
  • 맑음부산 15.7℃
  • 맑음고창 12.0℃
  • 구름많음제주 13.3℃
  • 맑음강화 10.5℃
  • 맑음보은 12.2℃
  • 맑음금산 12.5℃
  • 맑음강진군 14.4℃
  • 맑음경주시 15.2℃
  • 맑음거제 15.0℃
기상청 제공

문화

장인을 찾아서(25) -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인생

URL복사



무제 문서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인생



삶의 뒤안길에 선 김의석 옹의 60년 자전거 이야기



산구
원효로1가. 도심이지만 시골 읍내 같은 정겨움과 푸근함이 스물대는 곳. 그리고 오래된 추억하나가 물끄러미 고개를 내미는 낡은 자전거 가게.
세월을 알 수 없는 묵은 먼지와 손때들이 문짝이며 기둥이며 구석구석 온 곳에 깊이 파고들어 진토색 빛을 발하고 있는 이 작은 공간에 희끗한
노인 한 분이 자전거 바퀴를 돌리고 있다. 버젓한 간판 하나 없는 오래된 자전거 수리점과 그만큼의 일생을 함께 해 온 김의석(76) 옹.
작은 점방 안에는 그의 60년 자전거 이야기가 가득 차있다.


강남에서도 찾아오는 단골

몇 년 전만 해도 용산구에 자전거 수리점은 98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김의석 옹의 가게를 합쳐 고작 4군데가 전부다. 그만큼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고장난 곳 고쳐가며 살아야지 조금 이상하다고 내다 버리고 하는 것은 순전히 낭비야. 그리고 자전거가 얼마나 좋은데. 건강에도 좋지, 연료비
안 들지. 그런데 허구헌날 자가용만 사러하니 요즘 사람들 한심해.”

장사가 안 돼서 하는 개인적 푸념이 아니라 나이 든 노인으로서 시세 걱정을 털어놓은 그는 “예전엔 내 손이 늘 까맸는데 요즘엔 이렇게 하얘”라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하지만 그의 가게는 늘 간간이 끊이지 않고 일거리가 들어온다. 원효로에 자리잡은 것만도 40여년이 훌쩍 넘어 단골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아오기 때문이다.

“강남이나 영등포로 이사 갔는데도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 내가 자리를 비웠으면 손볼 곳을 메모지에 적어놓고 가지. 꼬마였던
손님이 이제는 장년이 됐어. 굳이 자전거를 고치러 오는 게 아니라 정 때문에 오는 것 같아. 나도 그들을 만나면 기쁘고 행복해. 가족을
만나는 것처럼….”


손님과의 대화가 노년의 즐거움

대화중에 어린이가 자전거를 수리하러 왔다. 그는 어린이에게도 먼지 쌓인 의자를 닦아주며 ‘손님’ 대접을 해줬다. 그리고는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행여나 자전거가 젖을까 우산을 받쳤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김의석 옹은 어린 손님에게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하듯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린아이가 가고난 후 그는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노년의 즐거움”이라며 “찾아와 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시간을 불문하고 언제든 손님이 오면 성의를 다한다.

“새벽4시에 신문이나 우유배달부가 찾아오는 경우도 많아. 밤 10시 넘어서 오는 손님도 있고. 가정집하고 붙어 있으니 따로 가게문 여는
시간이 없어. 손님이 필요로 할 때가 문여는 시간이지.”

하루 평균 손님수는 15명 정도. 하지만 무료로 수리해주는 것을 빼고나면 정작 수입은 용돈벌이밖에 안 된다. 그래도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내가 이래뵈도 청와대에 들어갔던 몸이야. 박 대통령 때 전직 용산경찰서장의 소개로 청와대에 들어갔지. 그곳에 60대 자전거가 있었는데
나보고 감정 좀 해달라는 거야. 3분의2는 못 쓰겠더라고. 일을 다 끝내고 나오면서 그것 참 뿌듯하데. 내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거잖아.
허허.”

약간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때를 회상하던 그는 “이 일도 참 오래했지”하며 처음 배웠을 때를 추억했다.


인민군
징집도 피해간 수리공


김의석 옹이 처음 자전거 수리를 시작한 것은 16세 때. 평안북도 압록강 근처가 고향인 그는 소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일을 배웠다.

“한국인이라 못 하면 더 혼나고 구박 당했어. ‘빠가야로’ ‘조센징’이라는 욕은 예사였고 손에 잡히는 대로 맞기도 했지. 억울하기도 하고
슬펐지만 그렇게 배운 일이 내 목숨을 여러 번 구했어.”

해방이 되고 일본인이 운영하던 자전거 가게를 인수해 그는 고향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23세가 되던 해 6·25가 발발했고 친척들이며
친구들은 모두 인민군으로 징집됐다. 그도 3번이나 징집소장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인민군 서장이 빼내주었다. 이유는 인민군의 자전거를 고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전거 수리공들이 모두 끌려가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연명하며 몇 개월을 보내다 1950년
11월, 그는 남한으로 피난 왔다.

“꼬박 한달이 걸려 남한에 도착했지. 처음 도착한 곳이 이곳 원효로였어. 목조건물 계단 밑에 지푸라기를 깔고 살았는데 너무 배가 고파 해병대에
자원했지. 그리고 6년간 군에 있었어.”


자전거 수리는 정을 베푸는 일

제대 후 김의석 옹은 자전거 가게를 차릴 자금을 모으기 위해 지겟일이며 공장일이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지겟일 하는 거 무척 힘들었어. 어느 날은 한 할머니가 서울역에서 남대문까지 가달라고 했는데 그만 잘 못 듣고 동대문까지 갔지 뭐야.
다시 남대문까지 모셔다 줬더니 날이 저물었더라고. 내가 실수해서 그런 건데도 그 할머니가 돈을 더 주더군. 그리고는 시레기국에 팥밥도 말아주는데
눈물이 났어. 참 고마운 분이었지.”

그때의 경험으로 인정이 무언지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가 손님을 만나고 자전거 수리를 하는 모습에는 ‘정’이 밑받침돼 있다. 그리고 그 정은
베품으로 승화됐고, 몇 년 전에는 아주 중대한 결심을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터에서 매일 선혈이 낭자한 시체들을 보면서 죽으면 아무 소용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 그리고 그럴 바에야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어. 그래서 내가 죽으면 시신을 연대 의학과에 기증하기로 서약했지. 자식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허락하더라고….”

소나기가 어느 새 그치고 맑은 햇살이 비쳤다. 중년의 남성이 자전거 잠금장치를 달기 위해 찾아왔다. 전쟁 때 다친 다리를 약간 절면서 김의석
옹은 급히 나가본다. 이제는 세월의 무게 때문에 앉아서 일해야 하지만 그래도 일할 때만큼은 젊음이 넘실댄다. “다 됐습니다”라고 말하며
손님이 갈 때까지 지켜보는 그의 등뒤로 자전거처럼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인생바퀴가 굴러갔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CJ프레시웨이 '푸드 솔루션 페어 2026' 개최..."O2O 기반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 제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CJ프레시웨는 B2B(기업간거래) 식음산업 박람회인 '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을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O2O 기반 식자재 유통 모델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J프레시웨이는'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행사 일주일 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했고,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 개인 사업자 등 산업 종사자 중심으로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푸드 솔루션 페어는 식자재 상품 전시와 플랫폼 서비스 체험,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제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외식·급식 사업자들은 현장에서 식자재 유통과 푸드서비스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체감했다. 특히 CJ프레시웨이가 지난달 지분 투자한 플랫폼 기업 ‘마켓보로’의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식봄은 외식 사업

정치

더보기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기성 정치인들과 연계된 사업 전수조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짧지 않은 고민 끝에 저는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청산, 심판, 적폐, 종식. 화려한 말들로 장식된 서울의 정치 속에서 정작 시민의 삶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서울은 여전히 청년이 떠나고 삶을 지탱하기 힘들며 가난한 사람이 꿈꾸기 어려운 도시다. 정치는 요란했지만 시민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김정철이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다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저력이 있는 도시다. 제가 그 기적을 다시 시작하겠다. 서울을 다시 성장의 도시로 만들겠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를 통해 뉴딜 수준의 산업 유치와 개발을 시작하겠다”며 “그동안 산업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서울특별시)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은 각각 '바이오 연구 및 교육특구', 'K-Culture 관광특구', '시니어 헬스케어특구'로 탈바꿈시켜 서울 북동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중랑천은 수변 감성의 거점으로 개발하겠다. 성수동에서 (경기도) 의정부(시) 경계까지 자전거와 러닝 전용 하이웨이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 가져라...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해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를 갖고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동 전황의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원유와 일부 핵심 원자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수급 관리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선을 개척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비서실장께서 UAE(United Arab Emirates,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에 원유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낸 것은 매우 큰 성과다”라며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엄중한 자세로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선 “민생 전반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상 ‘전쟁 추경'이라고 할 이번 추경도 민생 경제의 충격을 덜고 경기 회복의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될 것이다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