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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88만원 세대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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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떨어지고 물가는 올라가고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인 현 세태에서 88만원 세대들은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대학가에도 예전의 낭만은 찾아버리기 어렵게 됐다. 등록금도 버거워 돈 빌려 다니기 급급한 것이 현실. 그나마 휴학이라도 안 하면 다행이다.
취업난 장기화 “허리띠 졸라맨다”
대학생 이씨는 계획 중이던 어학연수를 포기했다. 대학 인플레이션에 취업난이 심한 요즘 어학연수는 이력서에 써 놓는 기본 스펙이라 무리해서 준비했지만 환율이 너무 치솟아 그나마도 힘들게 된 것. 주가가 반토막 나고 제 2의 IMF 설에 직장마저 위태로워진 부모님을 뵐 면목도 없게 된 이씨는 용돈을 안 받고 생활하기 위해 요즘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는다. 어학연수 대신 인터넷을 통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386세대들은 혼자 밥먹고 혼자 공부하고 도서관에만 처박혀 있는 이씨 같은 요즘 대학생들보고 ‘낭만이 없다’ ‘개인적이다’며 혀를 끌끌 찬다. 하지만 88만원 세대에겐 그 같은 비난도 배부른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 시절이야 술 마시고 토론하며 대학생활 보내도 대기업 취직하고 사회 주류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 너도 나도 대학생인데다 취업난이 심각한 시대에 낭만이 다 뭐냐”며 이씨는 쓸쓸히 웃었다.
특히 올해는 고물가의 영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취업포털 커리어 “심지어는 졸업앨범 촬영을 위해 새로 구입한 정장을 촬영이 끝난 후 바로 환불해 버리는 ‘얌체 환불족’까지 등장했다”며 대학가의 신풍속도를 소개했다.
취업 관련 과목 수강 경쟁 치열
대학생 안씨는 취업 관련 강좌만 찾아 듣고 동아리도 취업 정보를 나누는 모임을 찾아 가입했다. 상아탑 속의 학문은 인기가 없는 시대다. 기업마다 실무형 인재를 원하면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도 바뀌고 있는 것. 과거에는 점수 받기 쉬운 과목이 인기가 많았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과목을 선호한다.
숙명여대는 ‘취업을 위한 영어’와 ‘프리젠테이션’ 과목에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몰려 과목의 분반을 여러 개로 늘렸다. 치열한 수강 경쟁은 최첨단 수강신청 기법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인기 높은 강의를 미처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이 매크로(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 하나의 키 입력동작으로 만든 것)를 돌려 해당 강좌에 결원 발생시 자동 신청되도록 조작했다. 많은 학생들이 매크로를 사용할 경우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측에서는 매크로 사용의 자제를 거듭 당부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열망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영어는 취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목. 올해 취업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마다 영어말하기 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그룹이 올 상반기부터 영어말하기 등급을 응시자격에 추가하면서 영어회화 능력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구직자들의 영어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대학생들 사이에서 ‘외국인 친구 사귀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2~3년 새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국인 친구를 사귀면 단기간에 어학실력을 키울 수 있어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실제로 대학마다 외국인 유학생과 기숙사를 함께 쓰고 싶다는 한국 학생들의 룸메이트 신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캠퍼스 내 국제 커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잡담 금지’ 옛말 ‘마우스 타이핑 금지’
자기계발과 취업준비로 바쁜 대학생들 사이에서 ‘나홀로족’이 생겨난 지 오래다. ‘나홀로족’은 공부, 취미생활, 쇼핑, 식사 등 무엇이든 혼자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왕따’와는 다른 개념인데, 이들의 대다수는 시간활용이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혼자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대학 내 ‘나홀로족’ 확산은 학생들의 노트북 사용도 증가시켰다. 강의시간은 물론, 도서관, 휴게실, 학생식당, 심지어는 운동장에서까지 노트북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등장한 이색 경고 문구가 바로 ‘마우스 타이핑 금지’. 조용히 해야 하는 공간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교 측이 통제에 나선 것이다. 과거 강의실이나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잡담 금지’는 이제 찾아볼 수 없고, 대신 ‘마우스 타이핑 금지’라는 경고 문구가 교내 곳곳에 붙어 있다.
‘나홀로족’의 확산은 당연히 신입생 환영회의 모습도 변모시켰다. 과거에는 선후배간 친밀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술 권하는 OT문화가 관습처럼 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새내기들의 진로설정에서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대학마다 취업에 유용한 프로그램들로 행사를 구성하고 있다. 상지대는 올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어학설명회와 성격유형검사(MBTI)를 실시했고, 목원대는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취업준비 및 봉사활동에 대한 강의와 모의토익을 진행했다. 해마다 해외로 신입생 OT를 떠났던 금강대는 올해 태안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전 신입생이 함께 기름유출 피해로 어려운 지역 주민을 도왔다.
방학 중 어학연수 대신 아르바이트
최근 커리어 조사에 따르면 앨범 가격을 제외하고 의류구입이나 미용 등 졸업앨범 촬영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인당 평균 26만원에 달했다. 실제로 졸업을 앞둔 대학생 39.7%는 졸업앨범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졸업앨범을 촬영한 학생들 중에서도 38.9%는 앨범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은 비용부담과 앨범에 대한 불필요성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러한 캠퍼스 내 분위기는 ‘얌체 환불족’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얌체 환불족’은 상품에 대한 환불이 비교적 수월한 백화점에서 정장 및 구두를 구입한 뒤 졸업앨범을 찍고 나서 바로 환불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한 대학생은 “처음에는 다소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으나 주위 친구들 중 상당수가 이 방법을 쓰고 있어 현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부끄러운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통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대중교통 대신 좀 더 저렴한 스쿨버스를 이용하는가 하면 자전거나 도보로 통학하는 학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가 주변 복사집은 값비싼 전공서적을 불법으로 복사, 제본하려는 학생들로 성황을 누리고, 학기가 지난 교재를 서로 직거래하는 교내 헌책 게시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방학 동안 해외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은 줄고 있는 반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벌거나 휴학 후 군입대를 지원하는 학생은 늘었다. 실제로 지난 7월 인천경기지방병무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입영신청자는 전년 동기 대비 3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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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건조 마늘과 양파를 냉동 제품으로 위장 밀반입 한 5명 적발
(사진=인천본부세관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인천본부세관은 중국산 건조 마늘과 양파를 냉동 제품으로 위장해 밀반입한 5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 인천본부세관은 4일 A(50대)씨 등 5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세관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12월 중국에서 건조된 마늘 173톤과 양파 33톤 등 시가 17억 원 상당의 농산물 총 206톤을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건조 농산물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냉동 농산물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밀수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건조 마늘과 양파에는 각각 360%, 135%의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냉동 농산물로 분류되면 27%로 낮아진다. 이들은 건조 농산물을 실은 컨테이너 적재 칸의 윗부분에는 냉동 농산물 상자를 넣어 현품 검사를 피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적발된 보세창고 보세사는 현품 검사를 할 때 사전에 확인한 냉동 농산물만 샘플로 제시하는 등 범행에 깊숙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세관은 냉동 보세창고 외부에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내부 감시가 어려운 점이 악용된 것으로 보고 앞으로 창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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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