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2 (토)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인물

배유현 칼럼 - 우리 사회는 근면과 절약, 절제가 필요하다

URL복사


Untitled Document





 


우리 사회는 근면과 절약, 절제가 필요하다











배유현 주필


근 명품으로 치장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돈을 벌겠다는 범인을 먼저 분명히 처벌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 명품 우상주의 풍조가 뿌리내린 현실도 매우 걱정스럽다.

돌이켜보면 40년 전인 60년대에만 해도 우리에게 ‘보릿고개’가 있었다. 6.25 전쟁 이후 우리는 줄곧 배고픔에 시달려야했다. 비교적
너른 평야가 있는 내고향 논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들논 옥답 2백 평 한마지기에서도 벼 석 섬이 나오기가 아주 힘들었다.

전년도 농사지은 쌀이 떨어져 바닥이 나는 초여름. 비교적 부농이었던 고향집에서도 당시에는 쌀밥 구경이 힘들었다. 식모와 일꾼까지 20~30여명이
몰려들어 보리쌀 한 그릇씩 뚝딱 치우는 시대였다. 당시 쌀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밥상에만 담겨 있었다.

장손으로 집안에서 비교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던 필자는 어느 날 아버지 쌀밥을 먹어치웠다가 어머니께 혼쭐이 난 기억이 있다. 이 시기에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절구로 방아를 찧어 밥을 지었고 아버지는 언덕 넘어 동네에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옷이 귀해 어린이들은 아예 사타구니를 뚫고 다녔다. 어른들은 한복을 시냇물로 빨아 숯불 다리미로 다려 입었다. 치아는 손가락으로 왕소금을
담아 닦았다. 신발도 귀해 검은 고무신이 외출용이었고, 집안에서는 나무를 잘라 폐타이어로 끈을 매어 신었다. 일꾼들은 짚신이 전부였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겨울에는 고구마나 밤을 화로에 구워 먹었지만 봄철에는 그마저도 떨어졌다. ‘삐리’라는 풀싹을 뽑아 먹었고, ‘띠’라는 잔디뿌리도 씹었다.
보리나 밀이 패면 훑어내 입에 털어 넣고 우물거리면 껌처럼 변했다. 어쩌다 엿장수나 얼음과자 장사꾼이 오면 병이나 쇠붙이를 모아 두었다가
바꿔먹는 것이 최고의 주전부리였다.

아낙네나 할머니들은 어쩌다 비단 옷이나 꽃버선을 장만하면 장롱에 넣어 두었다가 살짝 꺼내보고 다시 공손히 넣어두는 것이 기쁨이었다. 목욕은
겨울에는 부엌문을 닫고 아궁이 앞에서 물을 끓여했다. 여름에는 날이 어둑해질 때 동구 밖 수리조합 수로에 나가 미역을 감았다. 어떤 날에는
배꼽에 거머리가 들러붙기도 했다.

이 기억들을 되새기며 오늘날 잘못된 낭비 풍조에 개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에서 수백수천만 원짜리 명품을 덥석덥석 사는 모습에 고개가
저어진다. 심지어 극심한 낭비벽으로 가정이 파산되거나 신용 불량자이면서도 남의 카드를 빌려 사재기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은 사회의 병리현상으로
보여진다.

잠시 오늘의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 사회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가 거리로 쫓겨났고
아직도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많다. 세끼 끼니조차 걱정해야 하는 극빈자와 장애인들도 있다. 카드 빚이나 어음부도에 시달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북녘 땅의 우리 동포들은 기아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에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연변으로 도망 나온 탈북자들도 수 만 명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김정일을 앞세운 북한 지도세력은 정권유지를 위해 미사일과 핵, 생화학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또 북·미 갈등은
시시각각 우리를 옥죄고 있다.

국제경제시장을 들여다보자. 반도체-가전제품 핸드폰 자동차 철강 조선으로 버티던 우리의 국제시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농산물
개방을 무기화하고 있고 경공업제품은 중국과 동남아국가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첨단정밀제품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불과 30~40년 전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한다. 새마을 노래를 부르고 공업입국을 부르짖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검과 절약, 절제를 존중했다.
그래서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하고 국제시장에 나가 큰 소리 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직도
해야 할 과제와 숙제가 쌓여있다.

5천년을 전쟁과 고통, 가난으로 어렵게 끌어온 우리 대한민국.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한 번 더 허리띠를 죄어 매자.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자.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설 것인가, 이라크처럼 화염에 휩싸일 것인가는 우리의 자세에 달려있다.



http://www.sisa-news.com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방송3법·노란봉투법, 여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 통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방송3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중 국회법에 따라 토론을 중단시키자는 민주당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방송3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토론 종료냐" "이렇게 진행하는 게 어디 있느냐"라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몇 시간을 준비한 토론 절차를 생략하면 국회랑 의회는 왜 있나.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소수의 의견 표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법사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일방적인 법안 상정과 발언 기회 박탈을 놓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이 법사위원장이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한때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수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KNSO아카데미 ‘컬러풀’ 공연...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협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오는 8월 20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NSO아카데미 5기 청년 교육단원들의 성과를 담은 무대 ‘컬러풀’을 선보인다. KNSO아카데미는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무대 경험과 실무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역량을 갖춘 차세대 음악가를 양성하는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초 통합 공모를 통해 교육단원 60명이 선발됐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한 이들은 국립심포니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내한한 세계 유수 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솔리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국제적인 수준의 밀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또한 올해 총 14회의 실내악 및 지역 공연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과 앙상블 역량을 실전에서 체득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상반기 동안 갈고닦은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현대음악, 협주곡, 교향곡을 아우르며 단원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의 포문은 김은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만화경’이 연다. 2023년 ‘작곡가 아틀리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국립심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