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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현 칼럼 - 우리 사회는 근면과 절약, 절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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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근면과 절약, 절제가 필요하다











배유현 주필


근 명품으로 치장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돈을 벌겠다는 범인을 먼저 분명히 처벌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 명품 우상주의 풍조가 뿌리내린 현실도 매우 걱정스럽다.

돌이켜보면 40년 전인 60년대에만 해도 우리에게 ‘보릿고개’가 있었다. 6.25 전쟁 이후 우리는 줄곧 배고픔에 시달려야했다. 비교적
너른 평야가 있는 내고향 논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들논 옥답 2백 평 한마지기에서도 벼 석 섬이 나오기가 아주 힘들었다.

전년도 농사지은 쌀이 떨어져 바닥이 나는 초여름. 비교적 부농이었던 고향집에서도 당시에는 쌀밥 구경이 힘들었다. 식모와 일꾼까지 20~30여명이
몰려들어 보리쌀 한 그릇씩 뚝딱 치우는 시대였다. 당시 쌀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밥상에만 담겨 있었다.

장손으로 집안에서 비교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던 필자는 어느 날 아버지 쌀밥을 먹어치웠다가 어머니께 혼쭐이 난 기억이 있다. 이 시기에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절구로 방아를 찧어 밥을 지었고 아버지는 언덕 넘어 동네에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옷이 귀해 어린이들은 아예 사타구니를 뚫고 다녔다. 어른들은 한복을 시냇물로 빨아 숯불 다리미로 다려 입었다. 치아는 손가락으로 왕소금을
담아 닦았다. 신발도 귀해 검은 고무신이 외출용이었고, 집안에서는 나무를 잘라 폐타이어로 끈을 매어 신었다. 일꾼들은 짚신이 전부였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겨울에는 고구마나 밤을 화로에 구워 먹었지만 봄철에는 그마저도 떨어졌다. ‘삐리’라는 풀싹을 뽑아 먹었고, ‘띠’라는 잔디뿌리도 씹었다.
보리나 밀이 패면 훑어내 입에 털어 넣고 우물거리면 껌처럼 변했다. 어쩌다 엿장수나 얼음과자 장사꾼이 오면 병이나 쇠붙이를 모아 두었다가
바꿔먹는 것이 최고의 주전부리였다.

아낙네나 할머니들은 어쩌다 비단 옷이나 꽃버선을 장만하면 장롱에 넣어 두었다가 살짝 꺼내보고 다시 공손히 넣어두는 것이 기쁨이었다. 목욕은
겨울에는 부엌문을 닫고 아궁이 앞에서 물을 끓여했다. 여름에는 날이 어둑해질 때 동구 밖 수리조합 수로에 나가 미역을 감았다. 어떤 날에는
배꼽에 거머리가 들러붙기도 했다.

이 기억들을 되새기며 오늘날 잘못된 낭비 풍조에 개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에서 수백수천만 원짜리 명품을 덥석덥석 사는 모습에 고개가
저어진다. 심지어 극심한 낭비벽으로 가정이 파산되거나 신용 불량자이면서도 남의 카드를 빌려 사재기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은 사회의 병리현상으로
보여진다.

잠시 오늘의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 사회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가 거리로 쫓겨났고
아직도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많다. 세끼 끼니조차 걱정해야 하는 극빈자와 장애인들도 있다. 카드 빚이나 어음부도에 시달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북녘 땅의 우리 동포들은 기아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에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연변으로 도망 나온 탈북자들도 수 만 명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김정일을 앞세운 북한 지도세력은 정권유지를 위해 미사일과 핵, 생화학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또 북·미 갈등은
시시각각 우리를 옥죄고 있다.

국제경제시장을 들여다보자. 반도체-가전제품 핸드폰 자동차 철강 조선으로 버티던 우리의 국제시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농산물
개방을 무기화하고 있고 경공업제품은 중국과 동남아국가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첨단정밀제품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불과 30~40년 전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한다. 새마을 노래를 부르고 공업입국을 부르짖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검과 절약, 절제를 존중했다.
그래서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하고 국제시장에 나가 큰 소리 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직도
해야 할 과제와 숙제가 쌓여있다.

5천년을 전쟁과 고통, 가난으로 어렵게 끌어온 우리 대한민국.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한 번 더 허리띠를 죄어 매자.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자.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설 것인가, 이라크처럼 화염에 휩싸일 것인가는 우리의 자세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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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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