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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선행릴레이(13) - 인생의 주인공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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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의 끼로 행복을 전파하는 아름다운 배우 김경애











연기무대에서는 조연이엇지만, 인생무대에서는 주연인 김경애 씨. 김씨는 좋은 일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싶다고 솔직히 말했다.


칫독을 들고 도망가는
버거소녀 양미라의 뒤를 숨을 헐떡대며 좇아가던 할머니, 영화 ‘파이란’에서 대한민국 대표 호구, 강재(최민식)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던 억척스런
구멍가게 아줌마, ‘라이터를 켜라’에서 변비에 걸린 백수 허봉구(김승우)에게 면박을 주던 화장실 청소부 아줌마, 그리고 각종 TV사극의
신들린 무당….

수많은 CF와 영화, 드라마에서 그다지 큰 배역은 아니지만 개성강한 마스크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배우 김경애(59) 씨. 그녀에게는
연기자의 얼굴 외에 또 다른 얼굴이 있다. 10여명 노인들의 선생이자, 교도소 수감자와 장애인들의 친구,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광대’의
얼굴이 바로 그녀의 또 다른 얼굴이다.


4년째 노인극단 연출가 활동

서울 강서노인종합복지관 1층의 한 교실. “아, 에, 이, 오, 우”를 외치며 발성연습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틈에 김씨도 입을 크게
벌리고 발성을 하고 있다. 이윽고 안재득(64) 할머니가 대본연습을 한다. “아이고 이놈아, 놀이판만 좋아하면 어떡하니?” 책 읽듯 대사를
하는 안 할머니에게 “‘아이고’를 길게 하면 상갓집 같죠? 혼내는 말투니까 ‘아이고’를 짧게 끊어서 말하세요”라며 김씨가 충고한다. 곧이어
안 할머니, 정말 손자에게 꾸지람하듯 그럴싸하게 연기한다.

대본 외우기도 버거워하던 60,70대 노인들이 잠깐의 지적에도 금새 연기감각을 발산하게 되기까지, 그간 김씨의 공은 컸다. 우연히 지역신문에서
노인극단을 지도해줄 봉사자 모집광고를 보고 자원한 지 벌써 4년. 이제는 손색없는 진짜 극단이 됐다.

“매주 목요일마다 지도하는데 스케줄이 겹치는 날이면 애를 먹죠. 그래도 전날 ‘꼭 올거죠’하며 전화하는 학생분들 때문에 어떻게든 오려고
합니다. 저도 정이 너무 들어 안보면 허전하고 아쉬워요.”



재소자들의 어머니, 독거노인들의 딸

김씨는 연기지도 봉사활동 외에 교도소와 장애인, 독거노인을 위한 행사도 근 10년간 펼치고 있다.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모금운동을 펼쳐
수술비를 전달했고, 갱생원, 꽃동네 등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자선공연도 벌였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김씨는 내재된 모든 끼를 발산해 노래와 춤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그곳에서만큼은 전지현, 김희선보다 인기스타다.

“처음 영등포교도소에 갔을 때 파란 수의를 입은 재소자들을 보자 울컥 눈물이 쏟아졌어요. ‘다 우리 아들들인데’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이제는 안 울어요. 우는 것보다 그들에게 현실적이고 도움될 만한 말을 한마디라도 더 해주는 것이 나으니까요. 전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죠.
‘나처럼 못생긴 사람도 배우가 됐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이렇게 이뤘습니다. 전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입니다’라고. 그리고 책을
많이 읽고, 기술을 배워 사회에 나가 꼭 성공하라고, 인생에 지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말합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김씨는 종종 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이들을 만난다.

“내 말을 듣고 감동받아 열심히 기술을 배워 출소 뒤 공장에서 일한다는 아들들을 만났죠. 서로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만 주고받았습니다.”














김경애 씨는 매주 목요일 강서노인복지관에서 노인극단을 지도하고 있다. 연극'홍도야 울지마라'의 엔딩송을
다함게 부르며 그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인기는 선행을 베푸는 도구

누구보다도 힘들다는 것이 무언지 잘 알기에 김씨는 어려운 이웃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 힘든 연기자 생활, 24년간의
남편 간병 그리고 사업부도….

“남편이 오랫동안 아프다보니 생활이 어려워졌어요. 가계를 꾸려나가야 했기에 가구점을 운영했죠. 처음엔 잘됐는데 IMF가 터지면서 부도가
났어요. 남편 병원비와 아이들 등록금은 밀리고, 채권자들은 죽이겠다고 협박해왔죠.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사실 그땐 정말로 죽고싶었어요.”

힘든 얘기를 덤덤하게 웃으며 말하는 김씨는 이제는 돈도 많이 갚았고, 아이들도 너무나 착하게 성장해줘 기쁜 마음밖에 없다고 했다. 협박하던
채권자들도 지금은 오히려 미안하다며 힘내라고 응원해준단다.

“인내하다보면 언젠가 웃는 날이 오더라고요. 지금은 욕심내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제 얼굴보세요. 얼굴이 통통해졌죠?”

웃는 얼굴이 너무나 해맑은 김씨는 그러나 강한 인상과 독해보이는 이미지 때문인지 1964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후 39년 연기생활동안
주로 단역을 맡아왔다. 데뷔초기 연산군 일대기를 다룬 영화 ‘대폭군’에서 임금의 일산 받치는 역을 못생겼다는 이유로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
하인역할로 교체된 적도 있다. 엑스트라와 섞여 조국과 적국을 오가며 죽는 양민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서러운’ 연기자였다.

“그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대학까지 나와 열심히 연기를 공부했건만 얼굴 때문에 카메라에 잡히지 못한다는 것이 서글펐죠.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미리 구상을 해서 더 열심히, 완벽하게 해낼려고 노력했죠.”

꾸준한 노력의 소산일까? 그녀는 최근 유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김승우·김정은 주연의 ‘불어라 봄바람’ 그리고 ‘조폭마누라2’를
촬영했다. 특히 ‘불어라 봄바람’에서는 작가가 김씨를 염두해두고 썼을 정도로 그녀의 개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강원도 엽기 노부부의 역할을
맡았다. 얼마 전에는 배우이자 아들인 이창호 씨와 모 웨딩홀 광고도 찍는 등 CF섭외도 많이 받고 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연기자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싶어요. 제가 유명해지면 좋은 일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환갑잔치 같은 노인경로잔치에서도 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돈을 벌면 번만큼 베풀 수 있는 것도 많아지거든요. 사실 제가 섭외비가 싸요. 호호.”


“우리 모두가 주인공”

막이 올랐다. 80세의 최고령 임봉규 할아버지가 아코디언을 연주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합창으로 시작한 ‘홍도야 울지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느 새 배우가 돼있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웃으며 배역에 열중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와서인지 연극은 정말로 실감나게 진행됐다. 그리고 연극이 끝났다.

그런데 그들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기자가 바보같은 말을 내뱉었다. “주인공할머니….” 그러자 바로 이청자(70) 할머니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야”라며 핀잔을 줬다. 나머지 할머니들도 “맞아, 맞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로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김경애
씨. 그녀는 진정한 주인공이다.







문의 : 02)3664-0322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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