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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야시시’한 유물 속에 담긴 동양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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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시’한 유물 속에 담긴 동양 철학


섹스에
대한 관념의 역사, 한국 최초의 에로스 박물관



극적이고
민망한데 어쩐지 웃음이 나온다. 에로틱하면서도 해학적이고, 적나라하면서도 은근하다. 조악하면서도 예술적이며, 철학적이면서도 일상적이다.
쾌락의 극단에서 심오한 종교적 경지까지. 성에 대한 동양의 깊고도 다양한 의식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성문화 박물관이 한국 최초로
열렸다.

청와대 미술관 등 품격 있는 공간이 많기로 유명한 삼청동에 도발적으로 자리잡은 이 박물관은 존재 자체가 ‘감추는’ 것에서 ‘드러내는’ 것으로
전향한 한국 성의식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유교적 도덕 규범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한국의 성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성적 자극은 쏟아지고 성담론도 활발해진 것. 하지만, 여전히 성은 저급한 것으로 인식되고 은밀하게 거래되거나 왜곡된 형태로 이야기되고
있다. 성문화 박물관은 이같이 ‘성의식의 과도기’를 열병처럼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방향점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남근석’ ‘남근조각’ 발달한 한국

박물관은 지상 3층, 150평의 규모로 커피숍처럼 깔끔하면서도 동양의 신비로움이 묻어나는 외관이다. 입구에 서 있는 직경 1m 정도의 남근석을
지나 유리문에 박힌 나무로 만든 남근모형의 손잡이를 밀고 들어서면 은은한 조명으로 에로틱한 분위기를 더한 실내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 중국 네팔 티베트의 성 관련 미술품 생활용품들이 오밀조밀하게 전시장을 메우고 있다. 인테리어 소품처럼 기둥에 조그맣게 박힌 부조나
한 구석 모퉁이에 붙어있는 그림과 조각들 마저 하나같이 성교 장면이나 성기를 표현한 작품들로 세심하게 꾸며졌다. 총 200여점의 전시품은
김영수 관장이 수 십년 동안 모은 소장품이다. 전시장 1층은 대부분 종교적인 유물들로 채워졌다. 크기나 형태가 돋보이는 ‘기자석’은 1m
높이로 충청도 지방에서 가져온 천연 남근석. 왼쪽으로 약간 휘어 뻗어나간 혈관처럼 골이 파인 모습이 남성 성기와 무척 흡사하다. 큐레이터
심광웅 씨는 “자식을 점지해 주기를 기원하는 기자신앙은 어느 나라에나 있었으나 한국은 특히 득남 개념이 강했다”고 말한다.

익사해 죽은 처녀의 원혼을 달래고 풍어와 다산을 염원하기 위해 지은 ‘해신당’도 눈길을 끈다. 익사한 처녀의 초상화 옆에 실물 크기의 남근
모형 대여섯개가 촘촘히 걸려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해신당’ 또한 남근신앙의 한 형태로 강원도 해변마을에 주로 분포된 풍속이다.

종교적이라고 전부 비유적이거나 표현이 은근한 것은 아니다. 힌두 사원의 에로스 조각이나 티벳 밀교의 ‘마하칼라 금동 합환상’은 성행위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생명력 넘치는 에로티시즘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런 작품들은 성교를 완전성과 생산력을 상징하는 숭고한 것으로 생각했던
동양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19세기 티벳 밀교의 '마하칼라 금동 합환상'
충청도 지방에서 가져온 천연 남근석 ' 기자석'


성적 쾌락을 위한 신체기형 ‘전족’

반면 전족(纏足)은 철저하게 성의 쾌락을 위해 천년 동안이나 이어진 풍속이다. 전족 신발은 길이 3∼4인치, 너비가 어른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로 성인 여성의 발이 담가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적다. 전족은 성기의 대용으로 쓰였고, 전족 신발에 술잔을 넣고
거기에 술을 따라 마시기도 했으며, 전족을 헹군 찻물인 금련차가 남녀의 침실에서 애용되기도 했다.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풍속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전족은 이처럼 성적 쾌락을 위해 여성의 발을 유아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강제변형 시킨 악습이다.
큐레이터 심씨는 “발의 사도/ 마조히즘적인 형태나 성적 쾌락을 위한 신체기형은 유독 중국인들에게만 보이는 예외적 특징은 아니다”며 “단지
중국인들은 좀 더 극단적인 신체변형을 가했고 계급을 가릴 것 없이 온 국민이 열광해 왔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2층에는
한중일의 춘화(春畵)와 춘의(春意)가 전시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의 춘화는 굉장히 노골적이다. 남녀가 다양한 체위로 뒤엉킨 모습이
성적 환락의 극치를 보여준다. 성기는 이상할 정도로 크게 확대된 형태로 표현되고 몸의 꼬임이나 움직임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심씨는
“과장법으로 화폭의 공간을 완벽히 채워 긴장감을 더했다”고 말한다.

조선은 사대부층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춘화는 예술적 가치를 지닐 만큼 고도로 발전했다. 무사의 액땜용 부적이나
여성의 성교육용으로 시작됐지만, 성적으로 엄격한 사회구조가 형성되면서 실용적인 용도로 변했고,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사회를 반영하고 풍자하는
작품성까지 획득하게 된 것. 춘화는 화첩뿐만 아니라 생활 도자기, 책, 노리개, 액자 등 다양한 생활품으로 만들어져 있어 계층을 넘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애용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이처럼 성을 은밀한 비밀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현대인에게도 유효한 메시지 전달”

심씨는 “성애에 대한 관념은 시대를 지나면서 끊임없이 변했고, 동시대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애는 인간의 내면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원초적 욕구이기에 시대와 상관없이 탐구와 추구의 대상이다”며, “동양의 성문화는 이러한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동안 구축됐으므로 현대인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여성의 대표적인 성적 코드인 하이힐이 발과 척추 등의 신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전족의 본질적 정서는 과거 중국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철모 속에 휴대했던 누드 사진 또한, 성적 욕망과 생의 욕망이 본능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성을 생명력의 상징으로
생각했던 고대인들은 이미 이 점을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시장 3층에는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한 잔의 차와 함께 건강한 성담론으로 관람을 마무리하라는 뜻(?)이 엿보인다.
시대나 국가에 따른 차이점을 비교해 보거나, 반대로 시대를 뛰어넘은 성관념의 공통점을 눈여겨보면 관람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구석구석에 배치된
성 관련 소품들도 잔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빼놓지 않고 살펴보길 권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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