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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민속화는 사라진 과거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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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화는 사라진 과거에 대한 기록”



전통 기반 위에 창의성 담아내는 민화장



김만희 선생










73세의 노장 김만희선생은 왼쪽 눈이 실명한 후에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독보적 만화작가가 됐다.


“민속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분방함’이야. 때문에 소재는 같아도 작품마다 전부 다른 느낌을 뿜어내. 정형화된 형식이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니까 그리는 사람마다,
또는 그릴 때의 화가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분위기가 표출되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8호 민화장 김만희(73) 선생은 1968년부터 민화 작화에 착수,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화가다. 조선후기
이후 단절된 민화를 다시 부활시킨 민화작가 1세대로 선생의 민화에 대한 애착은 유다르다. 그가 ‘민화’를 ‘민속화’라 부르는 것만 봐도
그의 민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민화라는 용어는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일본인이 붙인 이름이야. 나라마다 있는 것이 민화지만 난 우리나라 민화만큼은 차별성을 두고 싶어.
그래서 ‘민화’대신 ‘민속화’라 부르게 됐지.”


밝고 산뜻한 색감, 깔끔한 터치 특징

김 선생의 그림은 기존 민화와 맥을 같이 하면서도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처음 시작 때부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되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는 김 선생은 좀더 세밀하고 깔끔한 터치를 지향한다. 색채도 동양화 물감의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혼합 사용해 밝고 산뜻한
색감으로 표현한다. 소재 면에서도 십이지, 십장생보다는 문자도와 풍속에 주력하는데, 특히 문자도는 유교의 골자인 ‘효제충신예의염치’의 8글자를
주 소재로 삼아 현대인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의도까지 담는다. “‘효제충신예의염치’는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봐야 할 덕목”이라며 “도덕적 의식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부여하고 싶다”고 김 선생은 말했다. 또한 “똑같은 글자지만 매번 다른 표현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미술의 참고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자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회상그림은 김 선생 작품에 빠질 수 없는 테마이자 가장 독특한 특징이다. “나이가 들면 어제 일은 기억 안
나도 어렸을 때 기억은 생생하다”는 김 선생은 그래서인지 유년기인 1940년대를 주로 화폭에 담아낸다.

“민속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전통의 기록성’이라 생각해. 창작도 중요하지만 역사에 바탕을 둔, 사실에 근거한 그림이어야 하지. 난
내 기억에서 끄집어 낸 풍경들을 그리지만 매우 정확히 그려. 만약 틀린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역사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을 걸.”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인지 김 선생은 생활 풍속 전시회를 많이 열었다. 1972년 첫 전시회도 ‘한국 민속 자료전’이라는
제목으로 시대의 변천에 따른 의복의 변화를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었고, 이후에도 줄곧 풍속화 전시회를 개최했다. 2001년에는 그 그림들을
모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풍속화 백가지’(현암사)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십장생과 호랑이 그림. 밝고 산뜻한
색채가 특징이다.
'효 제충신예의영치' 문자도. 뜻은 같지만 작품마다
그림의 모양이 다르다.













1960년대 후반 청계천 모습 풍속화는 김선생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빼놓을 수 없는 테마이다.


교편을 던지고 붓을 잡다

김 선생이 그림을 시작한 계기도 전통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사범학교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김 선생은 196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집이 사라지고 전통이 훼손되는 상황이 안타까웠고 그 모습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붓을 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식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 없기 때문에 고민에 빠졌고, 돌파구를 찾는 와중에 떠오른 해답이 바로 ‘민화’였다. “미술을 배운 적 없어 민속화를 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사실 그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었어. 지금이야 민속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거든. 가르쳐 줄 선생이 없으니 모든
걸 혼자 터득하기가 만만치 않더라고.”

김 선생은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전국의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자료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찍고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은 즉석에서 스케치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자료들은 바로 밑그림이 되었고, 매일 밤낮으로 그림을 그렸다. 첫 전시를 성황리에 마친 후 매년 5회 이상의 전시회를
가지면서 그야말로 민화의 독보적 존재가 됐다.

“한마디로 그림에 미친놈이었지. 잠시도 쉬지 않고 그렸어.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나봐. 1979년 마흔아홉살 때 왼쪽 눈을 실명했지.
눈을 너무 혹사시켰다는 거야. 그래도 남은 한쪽 눈을 가지고 계속 그림을 그렸지. 그랬더니 이것마저 5년 전에 잃을 뻔했지 뭐야. 다행히
수술이 성공해서 이렇게 남아있지만…. 그때이후로 가급적 밤에 작업을 안 하려 해.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보면 그게 잘 지켜지나.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죽을 때까지 그릴려면 조심해야겠지.”


“그림 그릴 때 가장 살아있음 느껴”

비록 한쪽 눈을 잃었지만 김 선생은 그 보답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민화작가가 됐다. 그의 끊임없는 열정의 소산 때문이다. 그는 대만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인이고, 유럽 등지에서도 개인전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 선생 작품이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적이면서 여타
한국민화와 차별되는 독창성이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제일 아쉬운 점은 창의성 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선생은 “완전 창작품을 그리는 것이
최종 목적지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우선은 기존 작품을 똑같이 모사하면서 기본을 쌓아야해. 그때 그린 그림은 교육용이나 보존용의 자료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지. 그것이 능숙하게 되면 기본을 바탕으로 전통을 계승하되 자기 색깔을 넣어야해. 같은 그림처럼 보이지만 화가의 개성이 담겨있어야 하지.
똑같은 호랑이 그림이라 할 지라도 색채나 구도에 있어서 차별화를 둬야하는 거야. 그리고 그 단계도 마무리되면 비로소 자기의 그림을 그려야
하지. 내가 풍속화를 그리는 것처럼 ‘이 화가의 작품은 이러한 그림이 특징’이라고 할 만한 자기만의 고유한 그림세계가 있어해.” 과거의
답습에서 벗어나 민화도 창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김 선생은 말년이 가까워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제 내 나이도 일흔셋이야. 아직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버렸어. 제자도 가르쳐야하고 한·중·일 비교전시회도
열고 싶어. 당장은 8월에 있을 문자도 30점을 완성해야 하고, 내년 독일에서 여는 개인전도 준비해야해. 쉴 틈은 없지만 그래도 그림 그릴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껴. 행복해.”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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