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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검은돈의 유혹이 부른 결말 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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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故 안재환의 자살의 원인이 고리의 불법 사채 때문이라는 보도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불법사채의 폐해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살인적인 금리로 사채이용을 한 서민들의 숨통을 옥죄었던 불법사채업은 정부 당국의 단속과 관리로 한동안 잠잠한 듯했다. 하지만 아직도 불법 사채업자의 채권 추심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생, 군인 등 사채 이용자 확산
최근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채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사채 이용자도 평범한 직장인, 대학생, 군인 등 다양한 사람들로 확대되고 있다. 사채를 쓰는 사람들 가운데는 무직 여성, 비정규직 직장인이 많다. 은행과 신용카드사, 캐피탈업체 등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다. 소득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빚을 갚을 능력이 낮다고 보기 때문에 대출이 어렵다.
대학생, 군인 등도 사채의 주요고객으로 부상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하루에 받는 대출 문의 중 30~40%는 학생”이라며 “카드빚이나 휴대전화 연체액 등을 갚기 위해 소액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번 사채의 덫에 걸려들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악덕 사채업자들의 경우 연리 수백%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면서 빚을 쉽게 갚지 못하도록 하는 악랄한 수법을 쓰곤 한다. 일례로 수입이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들에게 3개월 미만의 단기 대출을 내주면서 10일마다 한번씩 원금의 15%에 달하는 이자를 갚게 하고 이를 연체하면 못 받은 이자만큼 원금을 늘리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서울 성동구의 주부 한 모씨는 지난해 10월 명동의 한 사채업체에서 750민원을 빌렸다. 이 중 대출 수수료와 선이자로 250만원을 떼고 500만원만 손에 쥐었다. 이자만 매달 75만원을 내야하는 연이율 120%의 고리대에 발목을 잡혔다. 처음엔 “편하게 쓰고 천천히 갚으라”며 친절하게 돈을 빌려줬던 사채업자는 이자를 제때 못 갚는 날이 늘어나자 밤낮으로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10개월간 매달 100만원씩 총 950만원을 갚았지만 늘어나는 연체이자에 원금도 갚지 못한 채 지옥에서 살고 있다.
최근 경기도에 위치한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20대 초반의 하사관은 사채빚 700만원을 빌려썼다.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모두 유흥비 등에 탕진하고 돈이 궁해지자한 지역 불법 사채업자에게 월 20%에 가까운 고리를 얻어 쓴 것. 하지만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가 계속 불어나자 이 하사관은 자살을 선택했다. 사채업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부대장에게 사채를 쓴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자 두려운 나머지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부국장은 “최근에는 군인을 상대로 한 전문 불법 사채업자까지 등장했다”며 “불법 사금융은 지속적인 감독활동을 펴고 있지만 성매매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뿌리뽑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사채 대부분이 1인 사업자
사채업자들은 애초에 대출자가 지키지 못할 상환계획을 하게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자동으로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복리로 대출액을 계속 늘려가는 식으로 사채 이용자의 숨통을 죈다. 여기에 연 300~600%에 달하는 살인적인 이자율을 적용하면 불과 1000만원의 대출이 4~6개월 후에는 5000만원을 불어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지난 6월말 현재 1만8384개로 4년 6개월만에 6830개(59.1%) 증가했다. 대부업체수는 2003년말 1만1554개를 기록한 후 2005년말 1만4556개, 2006년말 1만7539개, 2007년말 1만7911개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등록업체까지 포함하면 대부업체수는 3~4만개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금융당국에 등록된 대부업체 1만8000여개 중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의 유량업체는 불과 200여개에 불과하며 대다수가 1인 전주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다. 특히 전체 등록업체 중 50%는 사무실도 없이 이름만 걸어놓은 유령업체로 이들의 고리의 불법사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들 1인 사채업자가 대부업 등록을 하는 이유는 대부업법상 처벌 조항의 맹점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상 대부업 등록을 하면 최고 49%의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무등록의 경우 30%까지 밖에 이자를 받지 못한다.
만일 무등록 사채업자가 고리를 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등록업자가 초과이자로 적발될 경우 2000만원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이같은 맹점을 이용, 불법사채업자들도 일단 대부업체 등록부터 한다는 것이다.
사채세계와 동떨어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부업체가 급증하면서 서민들의 사채 피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의 대부업 피해 상담건수는 2004년 2898건에서 2007년 3421건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만 2062건에 달한다. 주로 대부업체가 연 100% 이상의 고리를 뜯어갔거나 밤낮없이 공갈과 협박으로 빚독촉을 하고 있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법에서 적시한 연 49% 법정 상한금리와 불법 채권추심행위 금지는 사채업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 부분이라는 것으로 보여주는 대복이다.
현행법상 등록대부업체들은 연 49% 이자만 받을 수 있고 미등록업체는 연 30% 이자만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등록대부업체에서 100만원을 빌릴 경우 원금과 이자, 수수료를 포함해 연 49만원 이외에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체가 되면 복리로 계산된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대부업법상 이자는 복리가 없으며 단리로만 받을 수 있다.
신고를 하면 보복이나 협박을 당할까 두려워 혼자서 끙끙 앓는 사채이용자들이 더 많다. 하지만 대부업협회 관계자는 “혹시 신고하면 보복이나 협박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신고접수된 건에 대해서 보복이나 협박을 당한 건은 한 번도 없었다”며 “불법사채의 경우 대부분 소액인데 소액을 가지고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 사채업자는 없으니 걱정 말고 신고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정부의 대부업 감독도 여전히 겉돌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인력은 158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7월 이후 대부업법 개정으로 대부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직권검사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대부업체가 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정부는 대부업체들이 상호에 반드시 ‘대부’를 표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 안씨의 자살로 정치권에선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이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은 지난 9월11일 위협적인 채권추심 행위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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