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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파리 유배생활은 내 예술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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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배생활은 내 예술의 에너지원”



한 시대를 풍미한 대중가수에서 주목받는 미술가로



도전으로 점철된 정미조의 삶과 예술


“제가 보고 싶을
땐 / 두 눈을 꼭 감고 / 나즈막히 소리 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197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에겐 너무나 익숙한 노래 ‘휘파람을 부세요’의
주인공 정미조(54). 7여년의 화려한 무대생활을 접고 1979년 돌연 가요계를 떠나 미술가로 변신한 그녀가 오랜만에 마이크를 쥐었다.


지난 5월27일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영상전 ‘시간의 흐름과 변모’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술세계를 영상과 퍼포먼스, 그리고 노래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 한켠에 접어두었던 가수로서의 재능을 다시 펼쳤다.

“다양한 작품을 왕성하게 발표해왔지만 어느 순간 벽을 느꼈어요. 밤을 새워 작업을 해도 그것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미술 인구와
미술 기법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안을 고민하던 끝에 얻은 답이 미술과 무용, 음악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영상이에요.”

작가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무대에 서 달라는 요청을 거부해왔지만 최근에 그녀는 인식의 전환을 겪었다. “예술의 장르가 무너지는 시점에서
굳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장롱 속에 넣어두고 이건 안 된다고 선을 긋는 것도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방법적인 것만 틀릴 뿐이지
노래나 미술이나 하나잖아요.”

사실 그녀의 미술적 행보를 조금만 살펴보면, 영상은 그녀에게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일정한 주제를 깊게 탐색하며
발전시키고, 그 속에서도 끝없이 변화를 모색해 온 그녀의 작업 경향은 회화와 판화에서 부조와 설치 등을 거쳐 점차 입체화된 양상을 보여왔다.


보다 새롭고, 보다 자유로운 세계를 향해 모험을 거부하지 않았던 그녀의 미술은 그녀의 삶과도 닮았다. 인기절정의 순간에 모든 것을 버리고
돌연 아무런 보장 없는 유학길에 오를 때부터 그녀는 이미 ‘도전’이라는 가장 예술적인 행위를 시작했던 것이다.



정미조 모르면 가짜 대학생




종합 장르적인 최근 현대예술의 흐름에 그녀만큼 부합되는 조건을 갖춘 작가도 많지 않을 듯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예술적 감각과 끼로
똘똘 뭉친 재목이었다. TV를 보고 율동을 곧잘 흉내내는가 하면, 어머니가 천을 끊어오면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에 천을 둘러보곤 했다,
만화를 잘 그려 학우들에게도 인기를 독차지했고, 5년 동안 레슨을 받으며 발레리나를 꿈꾸기도 했다. 각종 사생대회는 물론, 합창부 콩쿠르에서도
상을 받을 만큼 그녀는 전 분야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모든 것이 흥미로운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거예요.” 고민 끝에 그녀가 미술을 전공하게 된 것은 화가였던 외삼촌의
영향이 컸다.

“외가쪽이 모두 그림을 그렸어요. 외삼촌과 사촌, 조카까지 미술을 했죠. 외삼촌이 운영하던 향림미술연구소에서 기초부터 배워서 이화여대 서양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죠.”

그녀가 한 길을 걸을 수 없었던 것도 이같이 타고 난 다재다능한 면모 때문이었다. 신입생환영회 때부터 탁월한 노래솜씨로 유명해진 그녀는
파월장병 위문공연단에 합류했고, 학교 축제마다 불리어 다녔다. 심지어 메이데이 축제에서 그녀를 눈여겨본 패티 김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당시 정미조를 모르면 가짜 대학생이라고 할만큼 그녀는 재학시절부터 유명인이었다. 그러다보니 졸업 전부터 레코드회사에서 앨범 취입 섭외가
들어왔다. 재학생의 방송출연을 학칙으로 금했던 이대는 이 문제로 교수회의까지 열었다. 담당교수의 적극적 권유는 망설이던 그녀에게 자극이
됐다. ‘미련이나 후회 갖지 말고 한번 해 보라’던 교수의 부추김에 힘을 얻어 그녀는 졸업과 동시에 아세아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고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고독한 이방인 생활, 파리 야경 그리며 이겨내




“부담 없이 시작했는데, 생각지 않던 반응이었어요.” 첫 무대였던 TBC ‘쇼쇼쇼’에 출연하자마자 그녀는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그해 신인가수상을 받았고, 10대 가수상을 연이어 차지했다. 1978년 일본 야마하 국제가요제에서 최우수 가창상을 받고 가요계 최정상의
자리에서 그녀는 이듬해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예상치 못하게 가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문득, 외도를 너무 오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면에 꿈틀대는 미술에 대한 열망을 무시할
수 없어서 가수 생활을 접기로 결심했죠.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거예요.”

에펠탑과 샹젤리제, 세느강이 내려다보이는 몽마르트 언덕의 아파트, 8층 꼭대기 방 발코니에서 파리의 야경을 그리며 그녀는 외로움을 이겨나갔다.
“몇 명의 매니저를 거느리고 박수갈채를 받던 생활을 벗어나 연고지 하나 없는 파리에 홀로 남게 되니 외로워서 미칠 것 같았죠. 하지만,
이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작정 나선 길이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었죠.”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은 그녀를 한국적인 것에 눈뜨게 했다. “미술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절실함이 강해졌어요. 나는
한국사람이구나. 그들과 다르구나. 이런 깨달음 속에서 오리지날리티를 찾게 됐죠..”

정체성을 찾는 작업 속에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민화에 눈을 돌리게 됐고, 거기서 발전해 무신도의 매력에 빠졌다. 무신도에 대한 7년 3개월간의
연구로 1993년 파리 7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논문은 출판을 권유받을 만큼 프랑스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2년 귀국해 수원대
교수로 재직한 이후 1990년대까지 오방색과 격정적인 무희실루엣이 그녀의 미술을 지배할 만큼 당시 한국적인 것에 대한 애착은 그녀를 사로잡았다.




13년간 다양한 문화 축적, 스폰지 같은 흡수력 얻어




무속적인 관심을 비롯해, 일러스트와 조각, 퍼포먼스, 설치 등 새로운 작품 형식을 꾸준히 추구하던 그녀는 2000년대 들어 영상에 매력을
느끼고 작업을 구상하지만 비용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타협점을 찾은 것이 2001년 KBS 예술극장에 1시간 20분짜리로 공연을 중계하는
것이었다. “노래만 어필되고 내 작업은 미약하게 다뤄지더군요. 그래서 내가 직접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죠. 영상제작법을 배워 선을 주제로
한 영상물을 제작해 인사동 아트사이드에서 개인전을 했어요.” 이번 개인전은 아트사이드 개인전의 연장선상에서 보다 발전된 형태다.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언제나 변신을 거듭해 온 그녀의 미술 세계는 도전정신으로 점철된 정미조의 인생관을 대변한다.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는
생활이 너무도 행복하다는 그녀는 “교수가 되기 위해 미술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미술을 하면서 저절로 열렸던 대학의 문은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해줬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그렇듯, 내가 가진 것을 주는 기쁨이 너무 큽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도 “유학 기회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고 말한다. “황금같은 30대를 도닦듯이 살아야 하나, 당시는 이런 한탄을
많이 했죠. 하지만 현재의 스폰지 같은 왕성한 흡수력이 모두 유학생활에서 나왔다는 생각을 해요.” 유배지 같은 파리 몽마르트 언덕의 작은방에서
그녀는 죽음보다 깊은 고독과 싸웠고, 그 대가로 소진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쟁취했다. 13년간 뜨거운 수행을 통해 얻은 가치들을 그녀는 날마다
새로운 언어로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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