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청년과 아미의 뜨거운 혁명
[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 방탄소년단과 아미 현상은 이 시대 가장 역사적인 혁명 중 하나다. 이 책은 한류와 케이팝이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창의적으로 넘어서, 전 세계 가장 강력한 문화 상품으로 떠오른 BTS를 문화산업적, 사회적, 미디어적 관점에서 전방위로 분석한다.
현상의 단편을 ‘문화적 사건’으로

세계 대중문화의 변방에서 탄생해 끊임없이 길 위에서 성장하며 자신들의 서사를 써나가는 새로운 유형의 문화 생산자이자 아티스트 BTS. 국내에서 손꼽히는 한류 연구자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가 그 성공의 비밀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홍석경 교수는 SNS와 유튜브를 활용한 대중문화 형성 · 전파의 대표적 사례로서 BTS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지, 그들이 열어젖힌 새로운 세대 · 문화 · 인종 · 젠더의 경험은 세계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왔는지,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문화 매개자들의 권력이 어떻게 재배치되고 새로운 문화 생산과 향유의 체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전문가적 견해와 현장의 목소리를 절묘하게 결합해 전한다.
홍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현장의 모습, 팬들의 증언, 개인적 일화, BTS 멤버들의 말과 노래 가사, 그리고 BTS 텍스트의 여러 에피소드를 인용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빅히트의 지원을 받아 ‘BTS의 해외 팬덤에 대한 현장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8년 8월 말 BTS의 아레나 월드 투어 ‘LOVE YOURSELF’가 시작된 잠실에서부터 시작해 파리, 런던, LA의 월드투어를 동행하며 현장의 관객과 팬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이 책의 많은 디테일들을 현장감 있게 채웠다.
편견에 맞서며 세계 속으로 걷다
이 책은 BTS 현상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6가지를 분석했다. 케이팝 · 트랜스미디어 · 세대 · 팬덤 · 아미 · 인종 · 젠더적 관점이 그것이다. 저자는 힙합 아이돌이라는 방탄소년단의 모순적 정체성에 주목한다.
개인의 사회적 경험을 치열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힙합을 지향하면서 그와는 반대인 아이돌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홍 교수는 또한, BTS 트랜스미디어를 BTS 정체성의 핵심으로 본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이들만의 길고 넓은 이야기가 있고, 여기에 BTS 멤버와 자연인으로서 각 멤버의 정체성과 스토리가 더해진다.
세 겹의 스토리가 팬들의 독해 경험을 통해 상호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적인 설명이 이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의 전망 속에서 청년 세대가 겪는 불안과 절망을 ‘흙수저’ 그룹으로 출발한 BTS가 어떻게 소화해서 메시지화하는지를 분석하며, 아미의 정체성과 경험에 대한 기술이 이어진다. 아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BTS를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서는 일종의 정체성의 확립이다.
BTS가 동아시아인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백인이 지배하는 세계의 인종적 상상력을 바꾸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어떻게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을 매혹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인종과 젠더 차원의 여러 편견에 맞서며 세계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팬들은 그 덕분에 어떤 방향의 새로운 인종적 상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속에서 분투하는 개인의 성장통을 다년간의 앨범과 스토리에 담았고, 수행과도 같은 그 길의 끝에서 스스로를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은 그들과 동반한 거대한 팬덤인 아미와 함께 이룬 것이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