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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간첩 활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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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대회로 떠들썩한 국정 한 가운데 여간첩 원정화(34) 사건이 터졌다. 극영화도 아닌, 코미디에나 소재로 쓸 만큼 구시대적 유물로나 인식되던 간첩이 2000년대에 등장한 것이다. 이번 간첩 뉴스에 대해 안보빈틈을 우려하는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더욱 지배적으로 꿈틀대는 것은 호기심이다. 간첩만으로도 관심을 끄는데 여기에 여성이라는 성적 요소까지 더해져 이번 사건은 굵직한 가십거리로 안성맞춤인 것이다. 간첩과 여자, 이 두 가지의 결합은 그동안 많은 이슈를 낳았다. 분단의 땅에서 한국판 ‘마타하리’로 불린 여성 남파 간첩의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여간첩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져왔는지 분석해 보았다.
‘성’ 미끼로 정보 빼돌린 전형적 여성 첩보원
수원지검, 경기지방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 경기지부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여간첩 원정화를 국가보안법 상 간첩 및 특수 잠입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히면서 원정화는 이전 공작원과는 다른 형태의 활동 전개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동수사본부가 지적하는 과거와는 다른 점이라는 것은 일단 반공개적 활동이다. 탈북자로 합법적 신분을 취득했고, 입국한 다음 대북무역업체를 운영하며 군안보강연을 빙자해 친북활동도 버젓이 했다. 한 마디로 대놓고 간첩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보위부에서 공작금을 수령하기도 했으나, 대북무역 등을 통한 외화벌이로 대북송금을 하면서 일부 자금으로 공작금을 자체 조달한 자립형 간첩이라는 점도 특이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쓰고 탈북자로 위장했다고 해서 남북화해무드 이후 간첩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보를 수집해 빼돌린 간첩이며 성을 이용해 정보보유자에게 접근했다는 점은 과거 간첩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여간첩의 근본적 속성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정화는 더욱 전형적인 여간첩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거침없는 성의 도구화, 마녀와 희생양 사이의 줄타기, 임신마저 간첩활동에 이용한 비정함, 남한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위장 결혼했던 남성에게 느꼈던 사랑과 갈등, 이중간첩 등이 그것이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외모가 지극히 일상적인데 반해 그녀의 행각은 그 어떤 간첩 이상으로 영화 같다. 사실 자립형 간첩이라는 점도 2000년대형 간첩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다. 이전에도 직업을 갖고 남한에 체류한 간첩들이 많았다. 금액은 적었을지언정 결국 그들이 벌어들인 수익금도 원정화와 다르게 사용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삼각 스캔들, 이중간첩의 대명사
남파 여성 간첩들은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방식으로 간첩활동을 해왔지만 대중에게 박힌 핵심적 이미지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대중에게 그들은 시대에 희생당한 비련의 여주인공이자 가녀린 외모 뒤에 독기를 품은 악녀로 기억됐다. 특히 성을 매개로 간첩 활동을 벌인다는 것은 연예인 섹스 스캔들과 다를 바 없는 흥밋거리를 제공했다.
성상납과 사랑이 결합된 대표적인 간첩이 김수임이다. 한국 여간첩의 원조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 김수임 사건은 또 그만큼 조작의 의심을 많이 받고 있는 간첩사건이기도 하다.
일제시대 이화여전 영문과 출신의 김수임은 신여성으로 대표적인 지식인층이자 사교계의 여왕이었다. 당시 한국의 실세였던 미군 헌병사령관 페어드대령과 동거하면서 아들까지 낳아 상류층 반열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동시에 경성제대 독일 유학파 출신의 엘리트 공산주의자 이강국의 첫사랑이기도 했던 그녀는 비극의 삼각관계 속에서 자연히 간첩이 됐다.
1946년 9월 도피 중이던 이강국을 숨겨주다가 자기 전용차로 월북시켰고, 같은 해 12월에는 이강국의 연락원을 통해 다수의 군사기밀을 북측에 전달했다. 1948년 12월에는 남로당 군사부 프락치 총책인 이중업을 육군형무소에서 탈출시켜 월북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혐의로 김수임은 1950년 6월15일 육군본부 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동거남 페어드 대령 또한 본국으로 소환돼 군법회의에서 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수임 사건은 영화 ‘나는 속았다’(1963), ‘특별수사본부 김수임의 일생’(1974), 연극 ‘나, 김수임’(1997), 드라마 ‘서울 1945’(2006) 등으로 만들어질 만큼 드라마틱한 간첩 사건으로 대중의 기억에 남았다. 최근에는 손예진이 김수임 역할을 맡아 ‘낙랑클럽’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기획, 제작을 추진 중이다.
호스티스 공작원 전성시대
다방 종업원, 술집 마담, 요정의 기생 등 성적 직업을 근거로 간첩 활동을 한 사례도 많다. 이들은 미인계로 고위층에 접근하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성을 도구로 기밀에 가까이 다가갔다. 의심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남한 인사들을 북측으로 끌어들이며 저변을 넓히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어 널리 이용됐던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1970년대 이전까지 이 같은 수법이 주로 쓰였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화선이다. 주화선은 1964년 5월에 검거됐다. 서울에서 요정 접대부로 취업하고 나중에는 요정을 인수해 경영하면서 정제계 언론계 인사 및 군부 검찰 경찰의 간부들에게 접촉해 고급 정보를 빼냈다. 바꿔 생각하면 당시 고위직 인사들이 얼마나 요정 방문이 잦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이 같은 요정집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전형적인 여간첩의 무대였다.
여간첩이라면 성상납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성을 매개로 간첩 활동을 한 증거가 포착된 여간첩은 많지 않다. 여간첩은 미인계 보다 의심을 덜 받기 위한 장치로 더 널리 사용됐다. 남파 여간첩의 대명사인 김현희 또한 미인계로 고위층과 접촉해 기밀을 탐색한 전형적인 여자 스파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유미는 그 어떤 여간첩보다 성적 이미지가 넘쳤다.
이처럼 김현희는 마타하리 같은 스캔들이 전혀 없는 폭파 공작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성적 꼬리표가 그녀처럼 강렬한 간첩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미모의 여간첩’이라는 진부한 표현에 딱 들여 맞았기 때문이다.
1987년 11월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115명의 탑승객을 태운 KAL858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안기부는 이 사건을 폭파로 규정했으며, 이에 따라 115명의 탑승객을 일괄적으로 사망 처리했다. 온 나라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 폭파 사고의 배경에는 김현희라는 미모의 여간첩이 있었다.
김현희는 1962년 1월27일생으로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 일본어과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일본어 중국어 등에 유창했던 그녀는 외교관 아버지에 교사 어머니를 둔 상류층 간첩이었다. 김현희는 김정일의 친필 공작명령을 받고 기내 좌석선반에 라디오와 술병으로 위장한 폭발물 내려놓고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법원은 1990년 3월27일 김현희에게 사형을 선고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국민적 반응이었다. 김현희에게 살인자라는 비난과 함께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뉴스를 통해 방영된 그녀의 참하고 지적이며 여성적인 외모는 환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동정론에 힘입은 것인지 김현희는 그해 4월12일 정부의 특별사면 조치를 받고 다음해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자서전으로 돈방석에 앉기도 한다. 자서전 제목처럼 1997년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게 됐지만 여전히 진실 의혹은 진행 중이다.
엘리트 폭파범 김현희
김현희는 이번에 밝혀진 간첩 원정화와 가장 다른 점이 엘리트 출신이라는 점이다. 원정화는 열다섯 살부터 간첩 훈련을 받다 다쳐 제대한 후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쳐 교화서에 수감되고 아연을 훔쳐 탈북을 감행하는 등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 배경이 다르듯 김현희가 특유의 외국어 실력 등으로 간첩 활동을 한 것에 비해, 원정화는 성을 이용했다는 점에서도 하류층 이미지가 강하다.
마타하리 같은 매춘부 간첩의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는 남파 여간첩 중에서 고위층이 꽤 있었다. 1992년 적발된 이선실은 북한 권력서열 22위의 거물이었다. 안기부는 1992년 10월6일 총리급 간첩 이선실이 황인오를 포섭해 서울, 인천 등 24개 주요 도시의 46개 기업과 단체 등 400여명이 포함된 ‘남한조선노동당’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선실은 3차례에 걸쳐 남한으로 들어와 직파 간첩 10여명을 지휘, 남한 내 북한 공작지도부를 구축한 입지적 인물이었다. 아들이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실종된 이후 평생 홀로 지내며 삯바느질과 식당 경영으로 모은 재산을 민주화운동에 쓰는 신순녀라는 이름의 할머니로 위장, 1980년대 재야운동권은 물론 정치권과 대학가 등 소위 핵심운동권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선실 사건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 터져 북풍 의혹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1970년대 악명을 드높인 정경희, 채수정 등도 대표적인 고위급 여간첩이다. 정경희는 체포된 적은 없지만 노동당 비서국 연락부 공작원, 대남공작 연락부장, 당 중앙위원 등을 거쳐 정치국 후보위원으로까지 오른 전설적 인물이다. 채수정은 노동당 창건 20주년 기념훈장과 국기훈장 1급을 받은 베테랑 공작원이다.
이외에도 여성이 상부선인 부부간첩 등 여간첩은 다양한 경로로 침투됐다. 이처럼 북한은 여간첩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왔다. 위장하기 쉬운 여성은 주요 공작원으로 이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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