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직 민낯 거침없이 폭로한 르포르타주
대한민국서 가장 후지고 가장 불공정한 조직
[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 “아는 검사 출신이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걸 보면 ‘그나마 검찰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저기로까지 퍼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초임 여검사를 호텔로 불러내던 검사장도, 부산의 나이트클럽 사장에게서 소개받은 예쁜 여자를 지역 유지에게 빌린 요트에 태워 통영으로 여행 간 추억을 자랑하던 부장검사도 모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중 한 사함은 당선되기까지 했다. 그 부장검사는 아래 검사들에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무원은 먹고 해주는 공무원이다’라는 신조를 전파했다.” -‘공기인형들’ 중에서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검찰 조직의 민낯을 거침없이 폭로한 르포르타주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이연주 지음·김미옥 논평·포르체 펴냄)를 펴냈다.
이 책은 엘리트로 인정받던 검사가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뇌를 담고 있다. 불공정 인사, 전관예우, 여성차별, 스폰서문화, 언론유착, 사건조작 등. 저자는 검찰 조직의 부패상을 거침없이 폭로고 한국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늘을 들여다보며 느낀 절망과 함께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그 너머,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일하면서 검찰 조직을 혹독하게 경험한 저자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절실히 깨닫고 사회를 향해, 국민을 향해, 도 눈과 귀를 막고 제멋대로 굴러가는 검찰 조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에서 검찰과 검찰문화는 발가벗겨진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가감 없이 드러낸다. 서건 조작이 난무하고 스폰서에게 충성하다가 꼬리를 잡혀도, 성매매를 하다 들켜도, 성추행이 발각되어도 검찰의 자기 식구 봐주기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철저한 남성 중심, 상명하복의 문화는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아무도 공론화하지 못했던 검찰의 오랜 이슈부터 조직 밖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고, 내부 구성원은 더욱 입을 열 생각조차 없는 검찰의 깊은 치부까지 검찰 내의 썩은 공기와 폐수를 전하고 있다.
유명한 그랜저 검사 사건. 저자는 그 뒤에 있는 “그랜저 검사 정인균에게 애초 무혐의 처분하신 분”을 꼬집는다. 현직 부장검사가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 친구한테 그랜저 자동차와 돈을 받았는데, ‘어둠의 조력자’는 정 검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돈을 빌린 것으로 둔갑시키고 청탁은 없었다고 결론 냈다.
그랬다가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로 특임검사가 재수사하고 정 검사는 처벌받는다. 애초 무혐의 처분한 ‘검사님’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법무부로 옮겼고 공정하게 수사했다며 억울해 했다고 한다. 저자는 계좌 압수수색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억울해 한 그를 ‘나를 위해 나를 속인 인물’로 적었다.
저자는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오로지 나의 안위, 나의 승진, 나의 인맥, 나의 권력만을 생각하는 이들이 모여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검사로 일한 한 개인의 경시적 기록이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라는 중요한 사안을 앞둔 대한민국 사회의 시대적 외침이다.